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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eunyongyi 2017. 12. 29. 19:47

채만식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5년 1월 25일 초판 1쇄. 2013년 10월 21일 초판 30쇄.

 

키득키득 웃음 새어 나왔다. 돈 있고 겉모양 좋다는 윤직원이 인력거꾼을 세워 두고 말장난으로 푼돈 깎는 꼴 때문에. 책 읽다 웃은 건 참 오랜만. 음. 채만식. ‘입담 좋은 소설가였구나’ 하는 느낌까지.

윤직원. 몸과 마음이 온통 구질구질한 1937년 — <태평천하> 발표된 해 — 무렵 늙은이. 돈 좀 있다고 제 ‘몸시중 들 예편네’ 찾고 열네댓 살 된 어린이 품으려 씩둑대는 놈. 일본 순사 덕에 태평천하라 여기며 돈놀이나 더 많이 하려는 자. 윤종학을 빼고는 아들 손자들 꼴이 참 볼만한 쓰레기. 이런 놈 아들 손자 같은 자가, 이젠 벌써 2017년 십이월 29일임에도 한국 곳곳에 도사린 채 부른 배 두드리며 웃고 있을 터라 우린 아직 갈 길 멀다.

 

덧붙여 넷. 구질구질한 윤직원과 손자 종수 꼬락서니.

 

윤직원. “흔헌 게 예편네 아닝가? 허니 눈 찌그러지구 코 삐틀어진 예편네라두 하나 줏어다가 날 주었으먼, 자네 말대루 내가 몸시중두 들게 허구, 심심파적두 허구 그럴 게 아닝가(119쪽)?”

 

윤직원. “아, 사람 사람이 다아 제가끔 지가 타구난 복대루, 부자루두 살구, 가난하게두 살구, 그러기루 다아 하늘이 마련헌 노릇이구, 타구난 팔잔디…… 그래, 남은 잘살구 즈덜은 못산다구, 생판 남의 것을 뺏어다가 즈덜 창사구(창자)를 채러 들어? 응?…… 그게 될 말이여?…… 그런 놈덜은 말끔 잡어다가 목을 숭덩숭덩 쓸어 죽여야지(128쪽)!”

 

병호가 종수에게. “여학생을 주문하면 꼭꼭 여학생을 대령시키구, 과불 찾으면 과불 내놓구, 남의 첩, 옘집 여편네, 빠쓰걸, 여배우, 백화점 기집애, 머어 무어든지 처억척 잡아오지(225쪽)!”

 

윤직원.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중략……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어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중략……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잣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지 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2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