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지음. 다산책방 펴냄. 2017년 11월 6일 초판 1쇄.
조남주 <현남 오빠에게> 지은이에게 말했더니 대뜸 “자기 동문횐데 왜 너한테 새 옷을 입히고 화장을 시키지? 네가 현남 오빠 악세사리야?” 하더군요(20쪽).
완전히 저를 오빠 인생의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제 인생이 있습니다(36쪽).
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고 너랑 결혼하기 싫은 겁니다(38쪽).
최은영 <당신의 평화> 낮잠을 자다 눈을 뜨면 자기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정순의 얼굴이 보였다. 울어서 눈이 부어 있을 때도 있었고, 울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가장 두려웠던 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정순의 구겨진 얼굴이었다. 조금만 마음의 방향을 틀면 엄마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유진은 생각했다(49쪽).
그가 말했던 현명한 아내, 현명한 어머니란 무슨 의미였을까.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남자와 아이들에게 궁극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사람. 자기 욕구를 헐어 남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 자기주장이 없거나 약하므로 갈등을 일으킬 일도 없는 사람······ 그가 ‘현명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유진은 거부감을 느꼈다(51쪽).
유진의 할아버지는 효자였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내를 자기 집안, 자기 어머니의 사노비 보듯 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아빠는 자랐다. 아빠에게 본인의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존재였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보상을 해 줄 여자를 구했다(55쪽).
김이설 <경년> “잘못한 건 뭔데? 콘돔 썼어. 하고 싶은 거 맞는지 확인했고, 합의해서 했다고(93쪽).”
“세훈이가 아니라 세은이한테 벌어진 일이라면? 세은이가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남자애들이랑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다면? 그때도 당신은 공부 잘하는 애가 그랬으니 괜찮다 할 거야?” “어디 끔찍하게 세은이한테 갖다붙여! 여자랑 남자랑 같아?” “다를 게 뭐가 있어?” “어깃장 부리자 마. 계집애가 무슨. 여자애들은 태생적으로 그런 짓 안 해(97쪽).”
최정화. 작가노트.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나는 전보다 한결 자유로워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브래지어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아도 됐고 더 이상은 체모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으며 공공장소에서 생리대를 꺼내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았다. 피해를 당한 일에 자책감을 갖고 괴로워하지 않게 됐으며 내 예민함 탓으로 돌렸던 불편함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됐다(153쪽).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한때의 철없음과 사람의 불완전함 및 정서의 일시적 불안정은 어디에나 들이댈 수 있는 전가의 보도였으며, 사안이 더 심각할 경우 내밀 수 있는 정신질환이라는 카드 역시 누군가의 과오를 동정 내지는 수긍하는 데 있어 그럴 듯한 명분이었다(221,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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