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진 지음. 삼인 펴냄. 2006년 11월 21일 초판 1쇄.
김은경(예비역 육군 대위).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별을 단 모자를 쓴 머리 하얀 어르신들이 미군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을 봤다. 애국심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 눈에는 그것이 군에서 누린 기득권을 전역한 이후에도 두고두고 누리면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분단된 국가에서 군부 독재 정치라는 암울한 역사를 가진 한국의 군이 아직도 안보를 볼모로 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청춘을 담보하는 것에 대해 개탄해 마지않는다(17쪽).
집에 와 교복을 벗으려 하니 허벅지가 다 붙어 터져서 옷이 벗겨지지를 않았다(36쪽).······중략······”엄마가 이 일로 학교에 오면 나 학교 안 다닐 거니까 알아서 해(37쪽)!”
여성성을 요구하는 한편 훈련이나 기타 화장실 사용, 목욕 등 일반 생활에서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일절 없었다. 군대에 들어온 이상 남자와 똑같아야 한다면서도 여성만의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동시에 요구받았던 것이다(47쪽).
지금 아나운서로 유명한 손석희 씨도 그때 우리 부대원이었다. 무척 하얀 얼굴에 똑똑하고 예의 바른 사병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사병은 사병이어서 이런저런 잘못으로 나에게 혼도 많이 났다(54쪽).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던 듯 훈련을 받으러 나가는데 지휘소 뒤에 시신 하나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신은 바로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오랑 소령이었다(58쪽).
여군도 결혼은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으면 전역을 해야 했다. 그것이 규정이었다(79쪽).
처음 여군사관후보생에 지원해 학과 시험에 합격한 후 면접을 치를 때가 생각난다. 면접 복장은 규정상 정장에 스커트를 입어야 했는데 나는 스커트 정장이 없어서 그냥 바지를 입고 갔다. 면접장에는 중령급 이상의 고급 장교들 5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바지를 입은 나를 보더니 왜 스커트를 안 입었느냐고 나무라고는 바지를 걷어 올려 보라고 했다. 흉터가 있는지, 각선미는 어떤지를 보는 것이었다(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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