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사이에 성행위를 하거나 욕망을 품는 일이 자신을 이성애자로 정의하는 사람을 포함해 많은 사람에게 흔하다는 것은 유명한 1948년과 1953년의 ‘킨제이 보고서(미국 성연구소 설립자인 앨프리드 킨제이가 진행한 최초의 대규모 성 연구 조사)’ 이후 수많은 연구로 확인됐다. 킨제이 보고서를 보면 조사에 참가한 남성의 50퍼센트와 여성의 28퍼센트가 동성에게 성욕을 느낀 적 있고 남성 37퍼센트와 여성 13퍼센트가 동성애 관계를 경험했다. 킨제이는 “그런 행위는 아무런 사회적 제약이 없다면 인간 역사에서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20, 21쪽).
엥겔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신성화된 제도들을 비판했을 뿐 아니라, 그 제도들을 전복하려면 계급 지배를 끝장내고 여성과 섹슈얼리티를 해방할 “억압받는 사람들의 축제”인 혁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29쪽).
인류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고 계급사회가 존재한 것은 현생인류가 지구에 산 10만 년 남짓한 기간 중에 7000 ~ 8000년 정도인 아주 짧은 기간뿐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는 풍부하다. 또 계급사회가 등장하기 전에는 경제적 관계가 더 평등했고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훨씬 더 자유로웠으며 성에 대한 제약이 덜했다는 점도 분명하다(30쪽).
기존 제도가 붕괴하면서 위계질서도 무너지자 부르주아지 일부는 사회불안이 확대되고 자신들의 사회 통제력이 약해질까 봐 걱정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산업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려면 가족이 전통적으로 주입한 위계와 규율이 준수돼야 했고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계급투쟁 조직이 아니라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자급자족 욕구에 매이는 편이 나았다(51쪽).
가족을 급진적으로 개혁하려면 여성의 구실이 가장 중요했다. 2월 혁명(차르를 무너뜨리고 10월의 노동자 권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된)을 촉발한 것도 여성들이 조직한 파업이었다(95쪽).
혁명은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는 집단에 속하는 여성, 청년, 유대인, 피억압 민족이 전면에 나서는 과정이었다. 동성애자도 마찬가지였다(96쪽).
이 모든 것에는 거대한 투쟁이 필요했다. 혁명은 하룻밤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낡은 것은 단숨에 새것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여성 억압과 성적 제약은 오래된 편견과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감정들과 밀접하게 엮여 있어서 특히 그렇다(98쪽).
나치 이데올로기는 가공의 인종적 순수성과 가족을 찬미했다. 유대인, 좌파, 동성애자는 황금시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을 뒤집어썼다. 여성은 어머니와 아내 역할로 격하됐다. 히틀러는 여성 해방을 타락으로 여겼다(109쪽).
레즈비언은 (나치가 만든) 수용소에서 성 노리개로 일해야 했고 거듭 강간당했다. 남성 동성애자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일하다 죽었다(111쪽).
스탈린은 이른바 ‘일국사회주의’를 위해 국제 혁명을 포기했다.······중략······러시아의 권력은 노동자 민주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지배계급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서방 자본주의가 몇 세기에 걸쳐 이룬 성과를 몇 십 년 안에 이룩하려 했다(113쪽).
트로츠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현재 가족 숭배의 가장 강력한 동기는 의심할 여지 없이 관료들이 안정된 위계 관계를 원한 데 있다(114쪽).”
비극적이게도 많은 좌파는 동성애를 부르주아적 일탈로 규정한 스탈린주의의 정의를 받아들였다. 러시아 혁명의 결과로 전 세계에서 볼셰비키당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진 데다 1930년대의 참상을 겪으며 파시즘과 전쟁을 멈출 대안을 찾으려 한 사람들은 흔히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러시아에 기대를 걸었다(116쪽).
동성애 작가 데니스 올트먼은 최근 미국에 대해 “동성애자는 받아들이지만 동성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의 기본적 인권을 지지하는 쪽으로 넘어왔지만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를 포용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168쪽).
아파르트헤이트는 무너졌지만 자본주의는 살아남았고, 새 정부는 대다수 사람들을 계속 가난과 고통에 빠뜨리는 체제를 받아들였다. 남아공의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를 더 철저하게 변혁하지 않으면 가장 고무적인 투쟁의 성과조차 한계에 부딪힐 것임을 일깨워 준다(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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