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선배가 술 먹다 말고 뜬금없이 제게 물었습니다. “넌 뭘 좋아하냐?”고. 선배 눈빛과 입가 웃음엔 ‘독서 같은 거 말고 진짜로 좋아하는 거’라고 미리 쓰여 있었죠. 제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왜요?”라고 되묻자 그는 “아니, 너는 당구 안 좋아하고 골프도 안 치는데 대체 무슨 재미로 사나 싶어서”라고 말했어요.
저는 숨김없이 대답했습니다. “독서요”라고. 그걸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아무런 까닭이 없었으니까요. 그러자 그 선배는 한 쪽 팔을 장난삼아 들어올리며 “이, 씨, 너 죽을래?! 거짓말하지 마라, 세상에 진짜로 독서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인마!”랬다. 좀 어이없었지만 저는 다시 말했죠. “저 진짜로 책 좋아합니다. 전투적으로 읽죠. 한번 잡은 책은 거의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삼켜요. 특히 기사 쓸 때 필요하면 관련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죠”라고. 내 대답에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래도 미덥지 않다’거나 ‘이해할 수 없다’던 그 선배 낯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배, 저 정말 책 읽는 거 즐깁니다. 세상엔 그런 사람 생각보다 참 많아요. 선배도 손에 재미있는 책 한번 잡아 보시죠, 하하!”
팔월에 즐긴 책. 오른쪽 끝 <친일과 망각>은 아직 열지 않았습니다. 팔월 가기 전에 읽기 시작할 성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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