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책좋아요 ILikeBooks

기록되지 않은 노동

eunyongyi 2022. 1. 30. 12:40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지음. 삶창 펴냄. 2016년 1월 20일 초판 1쇄.

 

 “(계절도 계절이지만) 아파도 진짜 쉬지를 못해요. 도와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자기 지구밖에는 알지를 못하니까 대신 해줄 수가 없는 거죠.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상을 당하게 되면, 미리 빠지는 날만큼 다 배달해놓고 고객들한테 메모 남기고 빼야 돼요. 두 번 그런 일 겪었는데, 부모님 상을 당했는데 (배달은 끝내야 하고)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니까······ 동료들이 같이 도와줘서 200집 다 돌리고 갔어요(24쪽).”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표준 보육 시간은 주 6일 이상, 1일 열두 시간 이상이다. 주중엔 오전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토요일은 오후 3시 30분까지다.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은 하루 여덟 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1일 여덟 시간을 초과하면 교사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박미경 선생님의 이야기대로, 현실은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기 힘든 구조이다. 1일 여덟 시간 노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예외 대상인 셈이다(119쪽).

 

 모든 인간은 다르면서 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은 기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모두가 같다는 깨달음이 생기면서 이용인과의 관계도 훨씬 편안해졌다. 장애인이라고 과도하게 도움을 줄 필요도 없고, 무리한 요구는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137쪽).

 

 1980년대 노동 현장이 그대로 멈춰 있는, 그래서 성희롱이 일상이 된 안산 땟골에 오늘도 수많은 나타샤가 산다(197쪽).

 

은미는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호텔 가면 컵 사용하지 마! 사용할 거면 한 번은 꼭 씻어서 사용해!”라고(243쪽).

 

 “어른이고 애고 할 것 없이 모두 ‘야!’ 하고, ‘이 새끼, 저 새끼’ 하는데, 공영방송에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나 싶은 거야. 두 달 세 달 일하고 보니까, 언어폭력이 쫙 깔렸어. 감독이 ‘아까 백성 역할 했던 그 새끼 데려와’ 그러면, 반장이 고대로 ‘아까 백성 역할 했던 새끼 나와’ 그러지. 완전 개바닥이야. 무시당하고, 포로수용소의 죄수 취급당했어. 그러다 보니 보조출연자하고 진행반장 사이에 싸움이 간간이 있었지(262쪽).”

 

 사람 쓰러지는 걸 두고 볼 정도로 귀찮거나, 아니면 그걸 염두에 둘 여유가 없을 정도로 분주하거나. 그것도 아님 원래 하청 인생, 거기서도 밑바닥을 차지하는 하청업체 여성 작업자 목숨이 파리 목숨이거나.

 “사실 사장은 자기 책임 안 지려고, 뛰지 마라, 뭘 설치하고 일해라 하거든요. 그러면서 뒤로는 반장들에게 (작업자들) 조지라고 해요. 일을 막 정신없이 시켜놓고 사고가 나면, 거봐라, 내가 뛰지 말라 하지 않았냐. 사장은 그러는 거죠. 반장들이 가운데 끼는 거죠(274,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