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자본 10. 자본의 재생산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20년 8월 4일 초판 1쇄.
“자본으로서 기능할 가치량이 거치는 첫 번째 운동은 일정량의 화폐가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 즉 유통영역에서 이뤄진다. 이 운동의 두 번째 단계인 생산과정은 생산수단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즉시 끝난다. 그런데 이 상품의 가치는 자신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가치를 넘어선다. 즉 처음 투하된 자본에 잉여가치를 더한 만큼을 담고 있다. 그다음에는 이런 상품들이 다시 유통영역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 상품들은 판대돼 그 가치를 화폐로 실현하고, 이 화폐는 새로운 자본으로 전환되며, 이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어야(갱신되어야) 한다. 언제나 동일한 순차적 단계들을 거치는 이러한 순환이 자본의 유통을 이룬다(27쪽).”
외견상으로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한 임금을 자본가를 통해 받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생산한 것을 자기가 지급받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노동자 자신인 겁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계급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하게 보입니다. 노동자 계급이 노동자 계급에 대한 지불자입니다(53쪽).
단순재생산이든 확대재생산이든, 재생산의 관점에서 고찰한다면, 자본가가 들고 있는 모든 자본은 모두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입니다. 모두 노동자로부터 짜낸 것이죠(60쪽).
총자본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노동자의 개인적 소비는 매우 생산적인 소비입니다(75쪽).
요컨대 노동자의 개인적 소비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면서 가난을 재생산합니다. 노동자들은 소비를 통해 가난해지고 다시 맨 몸뚱이로 자본가 앞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라는 이 “자기의식을 가진 생산도구"는 도무지 떠날 수가 없습니다. 공장 문을 나서고도 그리 멀리 가지 못합니다. 임금이란 말뚝에 매어 놓은 줄과 같습니다(80쪽).
그렇다면 포터의 대안은 무엇이었을까요. 늘 그렇듯 돈을 빌려주는 겁니다. “2~3년에 걸쳐 500만~600만 파운드스털링을 대부"해 주자는 거죠. 빚을 내게 해 줄 테니까 그걸로 빵집 주인한테 빵도 사고, 집주인한테 월세도 내라는 거죠. 채무를 떠안겨 노동자에게 더 두꺼운 목줄을 채우는 겁니다(87쪽).
자본가는 충격을 혼자 떠안지 않습니다. “주요한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죠. 생산수단에서 상실한 경쟁력을 노동력 착취도를 높여 만회하는 겁니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낮추거나 노동 시간을 늘리거나 노동 강도를 높이겠죠(154쪽).
마르크스는 아주 재밌는 표현을 썼습니다. “과거의 노동은 언제나 자본으로 분장"한다고, “A, B, C 등등의 노동에 대한 부채가 비노동자 X의 자산으로 분장"한다고요. 실제로는 과거 노동자들에게 지불하지 않은 노동이 축적된 것인데 분장을 해서 비노동자인 자본가의 재산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거기 들어 있는 과거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겁니다. 오히려 과거 노동자보다는 현재의 자본가를 느끼죠(158쪽).
불행히도 많은 노동자가 그런 생각을 갖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 총액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개별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을 더한 값에 불과한 총액이 역으로 노동자들 개인이 받아야 할 임금을 규제하는 원리인 것같이 됩니다. 전체 총액은 정해져 있으니 고용을 늘리려면 개별 노동자의 임금을 낮춰야 하고, 청년 세대의 취업을 위해서는 부모 세대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춰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먹히는 거죠(171쪽).
마르크스는 노동조합에 대해 경고했죠. “노동조합은 자본의 침탈에 대한 저항의 중심"이지만, “그 조직된 힘을 노동자 계급의 최종적 해방 즉 임금 체계의 궁극적 철폐에 사용하지 않"고, “현존 체계의 결과에 맞서는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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