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꼬물
2월 21일.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둘을 찾아갔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탁자에 ‘좌파들이 음모를 꾸며 자기를 자르려 한다’는 얘기를 올려놓았다고 하네요. 무슨 좌우 이념 다툼 때문에 자기 자리를 빼앗기게 된 것처럼 말한 듯. 자신이 누명을 써 억울하게 당할 처지인 양 말하기도 했다고 들렸어요.
2월 24일. 약발이 얼마간 먹혔나 봅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을 종합 감사한 방송통신위원회 책임자를 세 차례나 불러 이것저것 물었다는군요. 방통위가 감사를 잘못해 이석우 이사장이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게 아닌지를 따졌다는 거죠.
틀림없이 그러한가를 알아보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보좌관의 자세. 음. 마땅히 그리할 일이죠. 그렇긴 한데 말입니다. 세상일이란 게, 진실이 어디 한두 사람 말로 쉬 가려지던가요. 아주 조금만 살펴보면 이석우 이사장이 시청자미디어재단 안팎에서 무슨 일을 어찌해 재단 이사회가 ‘해임’에 뜻을 모았는지 쉬 알 수 있습니다. 입사 지원서를 낼 자격조차 없던 사람에게 이사장이 특혜를 줘 합격시킨 거. 인재선발시험위원회를 이사장 마음대로 짜더니 최종 합격자를 자신이 정한 거. 이사장 고교 친구의 딸과 한 국회의원 지인의 아들을 파견 직원으로 뽑은 거. 법인카드로 담배 10갑을 사서는 혼자 피운 거. 관용차를 주말에 사사로이 쓴 거. 또… 법인카드를 어찌 썼는지 제대로 밝히지 못해 119만9500원을 도로 내놓은 거. 하나하나 손가락에 꼽기 어려운 거 들.
음. 뭘 두고 어찌 들여다본들 제 눈엔 좌우 이념 다툼 따윈 보이지 않았어요. 누명일 성싶은 것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니 어쩌겠습니까. 끝까지 지켜볼 생각 다졌죠. 어쩌다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뒷배로 삼아 이석우 이사장이 자리를 지키게 되기라도 한다면? 그게 참으로 옳았는지, 뒷배가 되어 준 까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밝혀 시민 알 권리에 새로 채워 넣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