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이인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017년 5월 25일 초판 1쇄.
깨달아 조금씩 더 알아 가렵니다. 사람에 대해. 뭘 먼저 알아보겠다든지, 나중에 알 것 따위를 따로 짚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눈에 띄는 대로 읽어 가며 그때그때 알아 둔 것 되짚기로 했죠. 뚜렷이 알아 제대로 말하고 올곧게 움직일 수 있게.
덧붙여 여럿.
남자의 신체 가운데 가장 민감한 포피를 아무런 이유 없이 잘라 내는 고통을 수많은 남성이 겪어 왔는데, 이것은 참담한 무지가 낳은 성폭력이다(32쪽).
별 생각 없이 횡행하는 포경수술처럼 우리의 성 지식은 참담하다(33쪽).
현대인들은 임신과 출산을 성기로 하지 않고 머리로 하고 있다. 우리는 성을 관리하고 계획하고 통제한다. ‘두뇌 출산’이 벌어지는 셈이다(35쪽).
에리히 프롬은 프로이트가 가부장주의에 갇혀 남성의 성욕으로만 인간의 성욕을 단정 지으면서 여성의 성욕을 무시했다고 따끔하게 비평한다(40쪽).
결혼 전 30세까지 숫총각이었던 프로이트는 자위를 하도 해서 아버지한테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음경을 잘라 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끝없이 솟구치는 성욕이라는 자연적인 욕망과 성기를 거세한다는 공포의 권위 사이에서 프로이트의 사상이 움튼 것이다(41쪽).
막스 베버의 설명에 따르면, 금욕을 머금고 자본주의가 태동했기에 여전히 금욕은 자본주의 안에 각인돼 있다. 성을 이용해서 유혹하고 광고하지만 막상 충족과 탐닉은 금지돼 있거나 소수의 권력자들에게만 허용된다. 섹시해야 하지만 섹스해서는 안 된다(46쪽).
벨 훅스는 남자들이 섹스를 갈망만 하지 사랑을 공부하지는 않는다고 탄식한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기 크기에 불안해하고, 삽입 후 사정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정력 증강 음식에 눈이 벌게지는데, 어떻게 하면 여자와 깊은 사랑을 주고받을지에 대해선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 기교와 정력에 대한 관심만큼 사랑을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53쪽).
자신에게 허락받지 않고 딸과 사랑을 나눈 남자에게 터져 나오는 아버지의 폭력성과 적대감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관습과 성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성을 위험하고 천하게 여기니 자신의 딸이 사랑해서 하는 성행위마저 받아들이지 못한다(60쪽).
교조주의 종교 생활은 집단 정체성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면서 돈을 내거나 봉사를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신에게 은밀하게 요구하는 이기성의 형태가 극대화된다(85쪽).
성은 자연이다. 성에 대한 혐오는 자연의 거부다.……중략……인간은 성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고, 성은 더러운 게 아니다(99쪽).
강간을 당한 여자에게는 잘못이 없으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걸 대중에게 알렸던 여성운동은 권력의 문제로서 강간을 조명한다. 모든 강간은 충동에 의해 일어나는 욕망의 범죄가 아니라 힘의 행사일 뿐이며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 상태에 두기 위해 생하는 의식적인 위협의 과정이라고 여성학자 수잔 브라운밀러는 주장했다(110, 111쪽).
강도의 목적이 돈이나 재물이듯 성범죄의 목적은 성이다. 인간이 도덕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남자들은 성욕을 느끼고 불만족을 해소하고자 성폭력을 저지른다. 여성이 유혹하거나 옷을 야하게 입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113쪽).
남자 중 상당수가 여성이 거부하더라도 나중엔 즐기게 될 거라는 망상에 여전히 취해 있어서 폭력과 성적 욕망이 밀접하게 연동되어 작동한다(117쪽).
쾌락은 고통과 무관하다고, 여성이 자유의지와 힘을 발견하면서 성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쾌락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남성도 힘으로 여성을 누르지 않고 협력해 성관계를 할 때 훨씬 큰 즐거움을 누릴 것이라고,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상당한 저항을 받겠으나 여성에겐 몸의 지혜가 있다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말한다(117, 118쪽).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으로 첫 경험을 했다.……중략……베티 도슨은 자위가 가장 원초의 성 표현 방식이자 한평생 지속되는 자기 자신과의 애정 행위이며 가장 안전한 섹스라고 선전한다(142쪽).
여성은 아직도 주체라기보다는 대상으로서 평가받고 간주되고 있다. 여성 스스로도 자신의 몸이 예쁘게 보이고 어느 정도의 몸매일 때에만 성적인 쾌감을 느낄 가치가 있다고 길들여졌으며, 자기 신체에 손대는 걸 꺼려한다(147쪽).
여성이 자기 신체를 주도해야만 쾌락과 만족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171쪽).
서구의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많은 사람이 육체와 성욕을 죄악의 원천으로 간주하면서 순결을 강조한다.……중략……성을 위험하고 죄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많은 기독교 문화가 퍼지기 전의 인류 사회는 우리 몸에 주어지는 성과 그에 따른 쾌락을 억누르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189쪽).
강력한 욕망과 쾌락은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자제할 줄 아는 주체가 되면 격렬한 욕망이 일어나도 삶이 휘청거리지 않게 된다(198쪽).
여성의 자궁은 국가에 복속돼 애를 낳아야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230쪽).
남자다워야 한다며 우리를 주무르는 권력의 손아귀에 포획되지 않고 탈주할 때 남자의 욕망은 남들과 똑같은 뻔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형의 움직임을 낳으면서 생성의 운동을 일으키게 된다(231쪽).
남들과 다른 성적 취향을 가졌다고 하여 그들이 병들고 멍청하고 뒤틀리고 세뇌됐거나, 협박을 받았거나, 가부장제의 호구이거나, 부르주아 퇴폐의 산물이거나, 나쁜 양육 습관으로 인해 피난민이 된 것이 아니다. 성적 다양성을 억압해 놓고 그것을 설명으로 해결하려는 습관은 깨져야 한다(233쪽).
모든 자살은 알고 보면 타살이다. 동성애를 비롯한 다양한 성애를 혐오한다면 그 죽음에 공범이 될 수도 있다(242쪽).
자연과 분리돼 살아가는 현대의 남자들은 힘들게 노동하다가 노동으로 번 돈으로 환락을 누리려고 하는데 만족하기는커녕 끝없이 갈증만 심해진다(253쪽).
현대인들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걸 아주 비싼 가격으로 소비하는데, 이런 과시 소비를 통해 나의 계급이 너의 계급과 다르다는 걸 드러낸다.……중략……여성은 자신의 위치와 계급을 민감하게 인식하면서 상층으로 올라가려는 앙혼의 욕망이 강하다. 따라서 남성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 주면서 허세를 부리는 전략을 쓴다. 이 정도 소비에도 끄덕하지 않는다는 걸 여자들에게 광고하는 셈이다(273쪽).
남녀를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생각하는 습관은 남녀의 차이를 고정된 특성으로 간주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평생에 걸쳐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여자든 남자든 성장하고 의식도 변한다(303쪽).
수렵 채집 사회에서 남자들은 자녀가 자기 핏줄이어야 한다는 부성에 대한 집착이 별로 없으며, 누이들의 자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면서 외삼촌들이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한다(3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