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 펴냄. 2000년 6월 12일 1판 1쇄. 2014년 2월 14일 1판 51쇄.
어지러웠다. 내내. 이야기가 어디로 어찌 흐를지 종잡을 수 없었기에. 놀라웠다. 조금.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게 1976년이었다기에.
조각 넷.
“집에서 걸레질하는 걸 상상해 봤어?” “아니. 항상 완전무결했어. 레이스가 달린, 목이 긴 옷으로 목의 주름을 가리고 있었어. 모든 훌륭한 여자들처럼, 나이 때문에 진지해 보이면서도 조금은 애교를 떨 줄 아는 멋진 여자였어. 그런 여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여자로 남아 사랑 받고 싶어 하거든.” “그래, 완전무결하군. 그녀는 식모를 부리면서, 돈 몇 푼 때문에 할 수 없이 일하는 그들을 착취했겠지. 당연히 그랬을 거야. 그녀는 자기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지만, 그 남편은 그녀를 착취했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했을 거야. 마치 노예처럼 집에 가두어 놓고, 그를 기다리게 하면서……(27, 28쪽).”
“말해 봐. 넌 내가 여자 같다고 말하려고 했지?” “그래.” “여자처럼 부드러운 게 뭐가 나쁘다는 거지? 수캐든 게이든 간에 감성적이 되고 싶어 하는데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 이유는 뭐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너무 감성이 예민하다는 것은 남자가 되는 데 방해 요소야(45쪽).”
테오도르 로작. “가장 해방이 필요한 여성은 모든 남자가 자신들의 마음속에 가두어 두고 있는 여성상.” “이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억압의 형태는 바로 이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며, 모든 여성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남성상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260쪽).”
“그래. 넌 아무런 열등감도 없어. 그런데 왜…… 남자처럼 행동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지? 여자와의 관계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야. 여자들은 네게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그것과는 다른 의미의 남자, 즉 왜 남성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야.” “안 돼, 난 그렇게 할 수가…….” “왜 안 되지?” “그냥 안 되는 것이니까 그래(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