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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ㅡ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eunyongyi 2018. 4. 30. 22:37
은수영 지음. 이매진 펴냄. 2012년 8월 10일 1쇄. 2012년 10월 4일 4쇄.

책 안에 짐승 한 마리 있다. 짐승이라 일컫는 건 사람이랄 수 없기 때문. 거지발싸개만도 못한 놈이라 내 부르리라. 놈은 목사. 친딸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9년 동안 강간했다. 제 맘에 차지 않으면 주먹을 마구 휘둘렀고. 어느 날 수영을 때리다 멈추고는 “오늘 수요 예배니까 갔다 와서 다시 보자(31쪽)”더니 거듭 짓밟았다. 몹쓸 짓 들켜 7년쯤 감옥에 있었던 듯한데 짧은 것 아닌가. 사람일 수 없는 놈을 너무 일찍 세상에 다시 풀어놓은 성싶다.
수영은 그놈에게 짓밟힌 걸 두고 “그냥 치료가 필요한 상처로만 봐주면 좋겠다(20쪽)”는데. 음. 가슴 저민다. 세상 속 못된 짐승을 함께 잡아내야 한다.

아래로 수영의 기억. 말. 아픔.

기억. 그건 무서운 거다. 무엇으로도,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고, 없앨 수 없다.······중략······그 사람이 내 몸, 내 마음, 내 영혼, 내 시간에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57쪽).

“오빠, 아빠가 내 몸 만졌어. 나중에 엄마랑 할머니한테 말해, 내 몸 만졌던 말이야(67쪽).”

오전에는 그 짓거리 하고, 오후에는 산부인과에 데리고 갔다(79쪽).

그 짓거리에 눈이 확 돌아버린 사람처럼 학교에서 나온 나를 차에 태우자마자 학교 근처 시장통에 있는 허름하고 지저분한 여인숙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111쪽).

하루는 기절할 때까지 나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때린 뒤 다음 날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중략······내가 감기가 심하게 걸려 계속해서 기침이 나오는데 그 짓거리 하겠다고 내 위에 올라타서는 계속 기침한다고 주먹으로 내 얼굴과 가슴을 내리치던 것을 용서합니다(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