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사이행성 펴냄. 2016년 3월 14일 초판 1쇄. 2016년 3월 31일 초판 2쇄.
“너 그거구나? 페미니스트 뭐 그런 거. 맞지(358쪽)?”
어떤 남자가 지은이에게 했다는 말. 벽은 생각보다 높고 단단한 듯하다. 사람을 고르고 판판히 마주할 줄 모른 채 귀찮은 마음을 모르타르 삼아 쌓은 벽. 음. 힘센 사람이 밀어야 더 잘 무너질 터. 벽 말이다. 엉뚱한 데 힘 쏟지 말고 마음 안 벽부터 세게 밀어 보시길. 고르고 판판해 한결같은 세상 위해.
아래로 책에서 꺼낸 세 토막.
강간 다시 읽기는 그저 침묵되었던 것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 아니다. 강간을 몸의 이야기로 끌어 올리고 본래의 위치인 폭력으로 복구시켜야 한다. 강간은 엄연히 신체적, 성적 폭력이다(40쪽).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찰리 쉰이 켈리 프레스톤에게 ‘실수로’ 총을 쏘고, 섹스를 거부한 UCLA 학생의 머리를 때리고, 전 아내 데니스 리처드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전 아내 브룩 뮐러에게 칼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영화에 출연시키고 텔레비전 쇼에 출연시켜 돈을 찍어 내게 만들어서 그렇게 됐다.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범죄를 저질러 30년 이상 미국 입국이 금지된 로만 폴란스키에게 아카데미 상을 두 번이나 줬기 때문이다(13세 소녀에게 술과 약물을 먹여 성관계를 함).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마돈나를 폭행하고도 계속해서 비평가들의 극찬 속에 영화를 찍고 두 번이나 아카데미 상을 받은 숀 펜 때문에 그렇게 됐다(45쪽).
그날 밤 브룩클린 파티에서 나는 당시 유행하던 여자, 닉이 원하는 여자를 연기하고 있었다.······중략······그녀는 쿨한 여자야. 쿨한 여자는 섹시하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그녀는 축구와 포커, 지저분한 농담, 트림을 좋아하고, 비디오 게임을 하며, 싸구려 맥주를 마시고, 스리섬과 항문 섹스를 좋아하며, 지상 최대의 음식 윤간 쇼라도 주최하는 것처럼 핫도그와 햄버거를 입 속에 쑤셔 넣으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xs사이즈를 유지하는 여자다(96 ~ 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