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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eunyongyi 2018. 5. 6. 17:38

309동1201호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15년 11월 6일 1판 1쇄. 2015년 11월 23일 1판 2쇄.


나는 최철 CBS 기자를 ‘위원장’이라 일컫는다. 2014년 팔월 내가 <전자신문>에서 부당히 해고된 뒤 회사 앞에서 손팻말 들었을 때 함께하러 온 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이었기 때문. 최 위원장과 나는 손팻말 시위를 마친 뒤 쓰린 속 태우려 중국집 고량주를 들이켰다. 꽤 많이. 그 뒤로도 몇몇 언론노동조합원으로부터 최 위원장이 내 앞날을 많이 걱정하더라는 얘길 들었기에 고마운 마음 새겼고.
복직 싸움에 이겨 <전자신문>으로 돌아갔으되 부당한 원격 인사발령과 정직 여부를 두고 거듭 다투느라 나는 그를 1년 넘게 보지 못했다. 2015년 십일월 <뉴스타파>에서 다시 기자로 뛰기 시작한 뒤에야 나는 내 회포를 그에게 풀었다. 마포에서. ‘소폭 ㅡ 소주에 맥주 더한 것’으로.
최 위원장을 마음에 새긴 까닭이 대강 그렇기에 나는 그의 에스엔에스도 가끔 들여다본다. 지난 오월 2일 그가 ‘(1) (2) (3)’으로 매겨 권한 책 가운데 ‘(1)’을 내가 펼친 까닭. “최철 민실위원장 때문에.” 나는 ‘대강 그렇다고 하더군’쯤에 머물던 한국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아픔을 조금 더 알게 됐다. 대학원에 간 내 옛 학교 누나·형·친구·후배가 많이들 힘들었겠구나 하는. 음. 안타까움이 이제야 솟아 새삼 미안했다. 그들은 “그러니까, 밥을 시켜 놓고 한 숟갈 먹을까 하던 찰나에 지도 교수의 전화가 온 것이고, 그는 수저를 내려놓고 택시를 잡아타고 연구동까지 온 것(22쪽)”일 정도로 묶여 있었다지 않은가. 노예처럼. “그냥 연구소 잡일 돕는 아이(34쪽)”로 다뤄지며.
309동1201호는 학교가 “내 직장이라면, 내 청춘을 바치고 있는 곳이라면, 나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해 주길 바랐(39쪽)”단다. “군대에서 작업하던 이등병이 다쳐도, 일용직 노동자가 현장에서 다쳐도, 사람을, 노동자를, 이렇게 대접하지는 않(39쪽)”기 때문에. 그러나 한국 “대학은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에게 각각 행정과 강의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는다(40쪽)”니 딱하기 그지없다. 심지어는 “값싼 학부생의 노동력으로 대학 사무의 최전선이 지탱되고 있는 셈(114쪽)”이라지 않나. 309동1201호가 말한 것처럼 한국 대학이 “기업보다 한발 앞서, 비정규직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114쪽)”했다면. “더 이상 정규직 교직원을 선발하지 않는다. 조금 젊은 얼굴이 보인다 싶으면, 예외 없이 2년 계약 비정규직(114쪽)”이라면. 정말 그렇다면. 한국 대학은 몹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