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ㅡ 어디인지는 모를 ㅡ 찻집 탁자였습니다. 내가 앉은 곳의 왼쪽 건너편 탁자에서 그 사람이 오른쪽으로 고개 갸우린 채 웃더군요.
대번에 꿈인 줄 알았죠. 그럴 리 없으니까. 그가 내게 가볍게 뭐라 말했는데 뭐라 했는지 떠오르지 않되 뭐라 한 느낌은 또렷했습니다. ‘책에 왜 내 얘긴 없어?’ 하는 느낌. 음. 그 사람과 깊게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길게 만나지도 않았죠. 사실 ‘만났다’고 말할 만한지도 잘 모르겠네요.
1994년 늦가을이었을 듯싶니다. 신문기자가 되려 애쓰던 나는 연거푸 허방 짚어 몸과 마음 모두 가라앉았죠. 몸 겨우 추슬렀을 무렵. 그 사람 앉아 있던 학교 중앙도서관 옆 나무 의자에 다가가 나란히 나는 앉았습니다. 좁게 앉으면 넷, 널찍이면 셋 앉을 만한 의자였죠. 사람 둘이나 하나쯤 빈 곳 건너편으로 나는 말했습니다. “차··· 한잔할까요.” 햇살 비껴든 나뭇잎 팔랑이는 거 잠깐 바라보다가.
웃었죠. 그 사람. 오른쪽으로 고개 갸우린 채. 처음엔 ‘뭔 소리야?’ 싶은 얼굴이었지만 내가 건넨 작은 웃음이 그대로 되돌아왔습니다. 학교 앞 찻집에서 서로 뭐라 말했는지 아득하네요. 그 뒤 그 사람과 나는 차 한잔한 만큼이었죠. 가볍게. 학교에서 오가다 마주쳐 눈웃음. 이듬해(1995년) 가을께인가 뜻밖에도 을지로입구역에서 마주쳐 ‘어찌 지내느냐’ ‘잘 지내라’는 눈웃음 한 번 더.
그랬는데 꿈속 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 갸우린 채 그가 웃은 건··· 음. 그저 꿈이지요. 꿈.
▴2018년 오월 26일 경기 과천 ‘타샤의 책방’에서. 사진= 도서출판 씽크스마트·사이다 편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