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
김진호, 이찬수, 김홍미리, 박미숙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019년 7월 30일 1판 1쇄.
김진호. 전 한백교회 담임목사. 계간 <당대비평> 주간.
가톨릭 성직자, 불교 성직자와 달리 개신교 성직자는 교인 수에 따라 생존이 좌우됩니다. 교인 수가 적으면 자기 자신의 삶은 물론 가족까지 먹고살기 힘들어져요. 다른 종교는 조직 내에 적응만 잘하면 일단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잖아요. 반면에 개신교는 교인 수를 늘리는 성과를 내야만 살아남는 조직이에요(18쪽).
한경직 목사는 1940년대 후반에 신의주에서 목회를 했던 인물로 미국 유학파예요. 프린스턴 신학대학을 나왔습니다.······중략······해방 정국과 한국 전쟁기를 거치면서 남한 사회 개신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지요. 1970년대 조용기 목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남한 개신교의 절대 일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바로 그가 세운 영락교회 청년 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게 서북청년단이었어요(23쪽).
당시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에 함께 유학했던 인물로 김재준, 송창근 같은 걸출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김재준은 훗날 경동교회가 된 성야고보교회를 설립했고, 송창근은 성남교회의 전신인 성바울교회를 설립했는데, 모두 성베다니교회와 설립일이 같아요(1945년 12월 2일). 한경직 목사가 미군정으로부터 적산을 받아 친구들에게 나눠 준 덕이에요. 김재준 목사는 학자이자 교육자로 한신대학을 설립했고 장준하와 더불어 <사상계>를 이끈 대표적인 계몽 지식인이었지요. 그리고 박정희 군사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지도자였고요. 송창근은 애국 계몽 운동에 참여했다가 일제 강점기에 옥고를 치렀으나 이후 친일 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24쪽).
나운몽이 부흥회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때 같이 따라다니던 인물 중에 청년 조용기가 있었습니다. 훗날 그가 독자적인 부흥사로 활동하면서 주장한 신앙론이 바로 ‘삼박자 구원론’인데요. 나운몽이 말했던 몸과 마음에 돈을 더한 겁니다.······중략······이런 주장은 당시 풍요로운 삶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습니다(32쪽).
개신교 극우주의자들은 현대 이스라엘이 선민이 아니라 적그리스도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기들이야말로 진정한 선민이라고 믿지요. 이런 개신교 선민 담론의 신봉자들이 자신들을 다윗의 진정한 후손이라고 믿으면서, 이스라엘 국기를 현대 이스라엘이 차지할 자격이 없고 자기들이야말로 그 국기의 진정한 주역이라고 생각해요. 이스라엘 국기는 다윗을 상징하는 별이 있고 그 위와 아래에 선이 그어져 있는데, 위의 줄은 ‘단’, 아래 줄은 ‘브엘세바’를 뜻하죠. 단은 다윗의 북쪽 국경 끝의 지명이고 브엘세바는 남쪽 끝의 지명이거든요.······중략······그 영토의 백성이 현대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 즉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선민주의적 그리스도인이라는 거, 이것이 그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온 이유인 거죠(38쪽).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레위기’ 15장에 보면 “여자가 월경할 경우에는 7일 동안 부정하다”, “생리 기간 동안에 그 여자가 앉거나 누운 자리는 다 부정하다.” 이런 식입니다(81쪽).
김홍미리.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 찰스 다윈이 한 말이고요. “여자는 남자를 위해 태어난 존재다.” 사회계약론을 주장한 장 자크 루소의 말입니다(105쪽).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불평등을 간과하면서 정의, 민주주의, 평등, 공정함을 이야기하는 건 모순이 아닐까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 없다”라고요. 주체와 타자, 주체와 대상을 나누는 구조 안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껍데기뿐일 수 있어요(117쪽).
2016년 대법원은 모르는 여성을 엘리베이터까지 뒤따라가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총 49회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과 2심에서 48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유죄를 받은 1건의 불법 촬영물이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던 사건이에요(133쪽). 48건 불법 촬영에 대한 판사의 무죄 선고 이유는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중략······(1, 2심 재판부가) 그나마 유죄로 판단한 1장의 사진······중략······대법원은 가슴의 윤곽선을 강조하지 않았고 노출 부위가 없다며 “촬영된 신체 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합니다.······중략······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을 부르는 여성의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요? 여성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는 대체 어디일까요(134쪽)?······중략······스웨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의할 때 ‘온전성(bodily integrity)에 대한 침해’로 정의합니다. 침해당하지 않아야 마땅한 그 몸, 즉 인격을 침범하는 것이 범인의 죄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49건의 불법 촬영은 한국에서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가 됐지만, 존엄해야 할 그 몸을 불법으로 침범해 촬영했으므로 스웨덴에서는 명백한 유죄가 됩니다(135쪽).
미성년을 성년과 구별 짓는 사회이기에 ‘미숙한’ 이들로 규정된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잘 듣지 않으니 대답하지도 않고 있습니다(149쪽).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단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쩌면 ‘무지’로 인해 혐오하거나 부정합니다(162쪽).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면 즉각 ‘꽃뱀’이라며 2차 가해가 돌아옵니다. 온갖 경멸과 폭력이 담긴 댓글들이 달려요. 여성을 비하하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여성의 몸을 촬영한 사진들을 공유하면서 ‘품평’을 나누는 행위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혐오 표현이에요(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