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0.08.09. 18:27 ㅡ 옐로 사이언스

eunyongyi 2020. 6. 28. 22:43

옐로 사이언스: 3부

 

[옐로우 카드 Ⅲ-편재(遍在)하는 감시자]
2032년, 공상과학영화 ‘데몰리션맨’ 속 샌 앤젤레스 시(市)는 평화롭다. 거의 모든 범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들은 ‘욕’을 잊었고, 경찰들은 ‘순한 양’이 됐다. 옛 범죄자들을 꽁꽁 얼린 뒤 냉동 감옥에 격리시켜 놓았다. 아예 사람들의 뇌에서 ‘범죄’라는 단어를 뽑아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악당 사이먼 피닉스(웨슬리 스나입스 분)가 냉동 감옥에서 탈출한다. 피닉스는 마치 1996년에서 2032년으로 건너온 지옥의 전사인 양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피닉스의 일거수일투족은 중앙통제센터 모니터를 통해 확인된다. 그는 길거리 공중전화부스에서 ‘무기’와 관련한 정보를 검색한다. 피닉스의 질문은 “어디에 가야 무기를 구할 수 있느냐”는 것. 피닉스는 길거리 컴퓨터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 반했는지, 자신의 흥겨운(?) 상용구인 “훳 더 뻑~”을 잇따라 내뱉는다.
2032년은 너무 멀다. 2005년 현재, 벌써부터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를 만나 온-라인할 수 있는 세상의 조짐(兆朕)이 엿보인다.
바야흐로 ‘컴퓨터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이 열리고 있다. 정보기술(IT)은 태생적으로 미래지향적이다. 사람들이 컴퓨터나 통신네트워크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온(on), 오프(off)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컴퓨팅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전망이다. 그 만큼 ‘나를 바라보는 눈길’도 의식할 수 없어지고, 많아질 것이다. 마냥 정보강국 청사진만 좇을 때가 아니다. 정보 독점,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 찾기를 시작할 때다. 소름끼치는 ‘유비쿼터스 감시자’에게 옐로우 카드!
8장 칩이 여는 유비쿼터스 세상
퍼스널 컴퓨터(PC), 데스크 탑 컴퓨터, 자동차, 휴대폰, TV, 시계, 옷, 안경, 강(江), 가까운 바다, 먼 바다, 남산 기슭 여기저기, 에베레스트도 마찬가지, 사람의 피부, 뇌, 간, 폐, 심장, 도로, 다리, 하늘, 대기권 밖......
이미 칩(chip)이 장착됐거나 이식됐고, 앞으로 장착되거나 이식될 공간과 물질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칩들은 센서와 통신기를 갖춘 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소와 물질로 찾아들 태세다. 칩들은 그 모든 장소와 물질들의 상태와 변화를 쉼 없이 보내올 것이다.
과거, 칩은 전자회로를 삽입한 작은 반도체(半導體) 조각으로서 그저 컴퓨터 부품으로만 여겨졌다. 현재, 칩은 초미세 가공기술에 힘입어 ‘작지만 똑똑한 컴퓨터 그 자체’로 면모를 일신했다. 미래,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컴퓨터(칩)들이 온누리에 흩뿌려져 ‘유비쿼터스(ubiquitous․편재하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팅 세상’을 연다.
#1. 칩? 칩!
1825년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간단한 전기(電氣) 모터를 발명했다. 이후 사람들은 물질을 전기가 통하는 도체(導體), 통하지 않는 부도체(不導體)로 인식했다. 구리는 도체고, 나무는 부도체다.
약 120년이 흐른 1947년 12월, 미국 벨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William B. Shockley), 존 바딘(John Bardeen), 월터 브래튼(Walter H. Brattain)이 ‘반도체’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한 인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발명했다. 트랜지스터는 전기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 소자(素子)였다.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특성을 가진 반도체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
반도체는 평상시에는 부도체로 존재하지만 열을 가하거나 불순물을 첨가하면 도체가 된다. 이 같은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전기회로를 만들어 작은 판 위에 붙어놓은 게 ‘칩’이다. 이는 곧 20세기 정보 인터넷 혁명의 뿌리인 ‘0과 1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디지털(Digital)시대의 출발이었다.
컴퓨터는 반도체를 이용한 트랜지스터가 개발되기 2년여 전인 1946년 2월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웅장한’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높이만 2미터, 길이 24미터, 무게 30톤짜리 덩치였다. 내부로 연결한 전선의 길이만 120킬로미터에 달했고, 설치하는데 42평의 공간이 필요했으며, 전력소모량이 120킬로와트(kW)에 달했다. 바로 에니악(ENIAC :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 인간이 만든 첫 컴퓨터였다.
에니악은 지금의 반도체 역할을 하는 진공관이 1만7468개, 저항기 7000개를 내장하고 있었다.
에니악은 수학교수가 계산기를 사용해가면 하루 종일(20시간) 매달리던 문제를 단 30초만에 풀어냈다.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속도.
그러나 덩치가 크고 비싸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 사용횟수 열 번을 채우지 못하고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에니악의 초라한 퇴장은 ‘진공관’ 때문. 토머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이 백열전구를 개발하다가 발견한 ‘전등 필라멘트와 금속판 사이 진공 속으로 전기가 흐르는 현상(이른바 에디슨효과)’을 이용, 존 플레밍(John Ambrose Fleming)과 리 포레스트(Lee de Forest)가 발명한 3극 진공관을 적용했던 탓이다. 물론 당시에는 진공관을 대체할 방법이 없었다.
3극 진공관은 진공상태인 유리관 양극판 사이에 ‘그리드’라는 금속판을 설치해 전기 흐름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류가 흐르는 회로에 여러 가지 변화를 주는 형태로 에니악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진공관 부피가 큰데다 유리여서 자주 깨졌다는 것. 이 같은 진공관을 1만7468개나 장착한 에니악이니, 운영경비만으로도 골칫덩이였다. 때문에 에니악이 등장한 지 1년만인 1947년, 진공관의 220분의 1로 부피를 줄인 벨연구소 트랜지스터의 등장이 더욱 화려했다.
1952년, 계산을 빠르게 잘 하는 기계로만 여겨졌던 컴퓨터가 미 대통령선거를 통해 색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대통령 선거 개표작업이 불과 7% 정도 이루어졌을 때, 컴퓨터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당선을 예측했다. 컴퓨터의 예측과 개표결과의 오차는 1% 이하로 나타났다. 사람과 기업의 시선이 컴퓨터로 모아지는 계기가 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트랜지스터가 아닌 진공관을 사용했다. 미 대통령 선거 예측에 사용된 컴퓨터는 진공관 5000개를 가진 ‘유니백’이었다. 유니백은 진공관 때문에 방 하나를 채울 정도로 덩치가 컸다.
1958년 집적회로(IC)가 발명됐고, 1959년 말부터 반도체회사인 페어차일드(Fairchild)가 첫 상업용 트랜지스터를 생산했다. 상업용 트랜지스터는 전자손목시계에 응용됐다. 당시 전자손목시계에 들어간 트랜지스터를 진공관으로 바꾸려면 약 1만8000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에니악이 전자손목시계에게 무릎을 꿇은 셈.
이후 과학기술자들은 더욱 작은 공간(반도체 기판)에 보다 많은 회로를 그려 넣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195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전자공학자 킬비(Jack St. Clair Kilby)는 트랜지스터 1개, 저항기 3개, 캐패시터 1개 등 모두 5개의 소자를 하나의 반도체 기판 위에 모아 놓은 회로를 개발했다. 그 뒤 집적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트랜지스터 100여 개를 집적한 소규모 집적회로, 100~1000개를 집적한 중규모 집적회로, 1만개 정도를 집적란 대규모 집적회로, 10만개 정도를 집적한 초대규모 집적회로로 발전했다.
최초의 초대규모 집적회로는 가로, 세로 6밀리미터 기판에 캐패시터와 트랜지스터 15만6000개를 집적시켰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트랜지스터 400만개 정도가 집적된 64메가(M) 디램과 같은 극초대규모 집적회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반도체 기술은 한때 서재 한 구석을 가득 메웠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모든 내용을 손톱만한 칩 하나에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러한 초대규모 집적회로를 보통 반도체라 부른다.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들은 작고 가벼워진 반면 성능은 높아졌다.
칩은 빠르게 진화했다. 특히 1969년 마르시언 에드워드 호프 박사가 칩 하나에 컴퓨터 한 대를 집어넣는 회로, 즉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설계하면서 일취월장하기 시작했다.
1971년 인텔이 선보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004’에는 트랜지스터 2300개가 들어 있었다. 최근 개발된 ‘HT 펜티엄 4’는 트랜지스터 수가 1억2500만개로 증가했다. 35년여 만에 무려 1만 배나 많아졌다.
2004년 11월, 삼성전자는 60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급 공정기술을 발표했다. 나노기술을 통해 현재의 기가 비트급 칩보다 1000배 가량 용량을 늘린 테라(10의 12승)비트급 집적도를 실현한 칩을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2005년 3월 1일,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사장은 “현재의 공정기술 발전상에 비춰볼 때 올해 65나노미터, 2007년 45나노미터, 2009년 32나노미터, 2011년 22나노미터 공정기술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를 계속 높일 수 있고, 인텔은 준비가 됐다”고 호언했다.
#2. 더 작게, 더 많이
반도체는 웨이퍼(wafer)라는 실리콘 기판, 한정된 공간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선(회로)를 그려 넣느냐에 따라 집적도가 결정된다. 그 한정된 공간(웨이퍼) 위에서는 초미세 가공기술과 나노기술(NT)에 힘입어 ‘그간의 한계’가 무너지고 ‘또 다른 한계’를 향한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머리카락을 1000분의 1 정도(0.1마이크로미터 : 1마이크로미터는 10의 마이너스 6승) 이하로 처리하는 기술이 일반화됐다.
유비쿼터스 세상을 향한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반도체에는 각종 정보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다. 정보 저장방식에 따라 디(D)램, 에스(S)램, 플래시(Plash) 메모리로 구분한다.
디램은 주로 개인용 컴퓨터(PC)에 장착되어 왔다. 1980년대만 해도 디램은 PC 기능을 단계별로 높이는 발판이 됐다. 그 단계별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디램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의 개발과정을 보면, 1983년 64케이(K), 84년 256케이, 86년 1메가(M), 88년 4메가, 89년 16메가, 92년 64메가, 94년 256메가, 96년 1기가(G), 2001년 4기가 등 눈 코 뜰 새 없는 속도를 보였다. 개발과정에서 집적도 향상의 척도인 선폭기술도 83년 2.4마이크로미터에서 2001년 0.10마이크로미터로 작아졌다.
삼성전자가 1983년 개발한 64킬로바이트(Kb) 디램은 신문 0.5페이지 정도(정보)를 기억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20년 뒤 개발한 1기가바이트(Gb) 디램은 신문 8400페이지 상당의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 2004년에는 60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급 공정기술이 확보됐다. 이를 통해 현재의 기가 비트급 칩보다 1000배 정도 기억용량을 늘린 테라(10의 12승)비트급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플레시 메모리 발전속도는 더욱 빨랐다. 1998년 128메가(M), 99년 256메가, 2000년 512메가, 01년 1기가(G), 02년 2가, 03년 4가로 집적도가 높아졌다. 2003년 4기가 플레시 메모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폭기술이 70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로까지 작아졌고, 2004년에는 60나노미터의 벽을 허물었다.
이 같은 발전속도는 ‘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무색케 했다. 실제로 플레시 메모리는 1년마다 2배씩 증가했다.
플레시 메모리는 롬(ROM)과 램(RAM)의 장점을 합친 것.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지원지지 않으며,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새로 입력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발전 속도와 특징에 힘입어 플레시 메모리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본격화된 디램의 쓰임새 확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게임, 휴대폰, 디지털TV, 디브이디(DVD)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엠피(MP)3 플레이어 등 단위 제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특히 화려한 영상과 효과음이 필요한 게임기가 디램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디램이 개별 제품에서 ‘작은 컴퓨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언제 어디에나 칩을 흩뿌리기 위한 작업(연구개발)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시스템 온 칩(System on Chip)을 통해 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으로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 온 칩은 지난 10년여 간 반도체 제조분야 최대 화두였다. 이는 메모리, 중앙연산장치(CPU), 로직(logic) 등 다양한 형태의 반도체를 하나의 칩에 올려놓는 것. 각각의 칩이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휴대폰을 티브이(TV), 피시(PC), 엠피쓰리(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추가하려면 관련 칩을 따로 장착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시스템 온 칩을 통해 하나의 칩으로 모든 기능을 구현함으로써 보다 작고 똑똑한 복합 전자기기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무엇보다 통신모뎀 기능을 하는 칩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 기능을 하는 칩이 하나의 시스템(SoC)로 묶임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on-line)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시스템 온 칩의 기본 개념은 액정화면표시장치(LCD) 분야로도 전이되고 있다. 바로 ‘시스템 온 글래스(System on Glass)’이다. LCD에 반도체를 내장해 모든 기능을 구현토록 하자는 것. 궁극적으로 LCD를 종이처럼 두루마리 형태로 들고 다니며 책, 컴퓨터, TV, 통신기기 등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시스템 온 칩은 나노기술을 도약대로 삼아 자연 속 곳곳으로 스며들 것이다.
2010년 2월 12일 오후 3시. 태평양 해저 한가운데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하와이 섬 인근 지진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평양에 뿌려진 수만 개 스마트 더스트가 동시에 각 지역의 상황을 중앙센터로 전송한다.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지진해일(쓰나미)이 우려되는 지역, 일상 생활이 가능한 지역 등이 빠르게 분류돼 통보된다. 각국은 이 정보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국가별로 재해를 최소화할 대응방안이 실시간 중앙센터로 모인다. 공동 대책이 마련된다.
똑똑한 먼지(스마트 더스트)는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시스템 온 칩! 1 세제곱미터(㎣) 크기 실리콘 모트(mote) 입방체에 자율센서기능(autonomous sensing)과 통신 플랫폼(communication platforms)을 갖추게 된다. 그야말로 먼지 같은 컴퓨터이자 통신단말기다. 구체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센서, 레이저, 통신 송수신장치 등을 하나의 칩에 담아 바다에 흩뿌려진다.
미 국방부가 2010년까지 스마트 더스트를 개발할 예정이다. 바다에 뿌려진 스마트 더스트는 바닷물 온도, 염분, 미생물, 조류변화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측정해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중앙시스템에 전송할 것이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자연재해 예고시스템이 될 것이다.
스마트 더스트의 쓰임새는 상상하기조차 벅차다. 건물을 짓는 시멘트에 섞어 노후 정도를 점검하고, 옷감에 붙이면 기후 변화에 맞춰 보온상태를 자동으로 바꿔주기도 할 것이다. 먼지 같은 칩이 세상을 바꿀 태세다.
#3. RFID칩, 유비쿼터스 세상을 향한 도약대.
극(極)미세 반도체 제조기술과 무선 통신기술의 발달은 급기야 ‘알에프아이디(RFID :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칩’을 만들어냈다.
알에프아이디(무선주파수인식) 기술은 실리콘 칩에 간단한 통신기능(안테나)과 전자회로를 넣은 태그(tag)를 무선으로 인식하는 것. 태그는 곧 칩이다. 태그에 자체 전원장치가 달려있지 않고 무선 주파수에 의해 작동 에너지를 받는 게 특징이다.
알에프아이디 칩이 처음 개발됐을 때에는 주파수 범위 13.56메가헬츠(MHz) 이하, 인식거리 1미터(m) 이내였다. 짧은 인식거리로 인해 쓰임새가 제한적이었다. 이후 주파수 대역이 850~950메가헬츠, 2.4~5기가(G)헬츠로 증폭되면서 인식거리가 25미터 이상으로 늘어났다.
2005년, 알에프아이디 칩은 그야말로 정보기술(IT)의 총아(寵兒)로 등장했다. 가깝게는 알에프아이디칩이 20세기 유통혁명을 일으켰던 슈퍼마켓의 바(Bar)코드를 모두 바꿀 태세고, 멀게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으로 가는 도약대가 될 전망이다.
2008년이나 2009년쯤, 알에프아이디 칩은 슈퍼마켓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알에프아이디 칩과 이를 감지하고 데이터화하는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덕분에 더 이상 ‘슈퍼마켓에서 줄서기’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저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 센서 감지대를 지나쳐오기만 하면 된다. 유에스엔(USN)이 알아서 구매한 물량과 가격을 파악한 후 고객의 은행계좌에서 결재액수만큼 빼 갈 것이기 때문. 소비자는 집에 돌아가 PC를 통해, 아니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라도 다양한 형태의 무선 개인정보단말기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샀고, 돈을 얼마나 썼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비교적 간단한(?) 알에프아이디 칩 구현방식은 도처에 응용되고, 삶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요금을 받는 이들이 사라진다. 자동차에 부착된 알에프아이디 칩과 판독기 사이의 간단한 무선 통신을 통해 고속도로 주행거리, 적정 사용료, 결재 등의 정보를 처리한다.
건강한 송아지가 태어났다. 농부는 군청 축산과에 한우 출생신고를 한 후 개체식별번호를 받는다. 개체식별번호와 함께 어미의 종류, 태어난 곳과 날짜, 기른 사람, 몸무게 변화 등을 알에프아이디 칩에 담는다. 이 정보들은 인터넷에 항상 공개된다. 무럭무럭 자라 도축을 하게 됐다. 도축한 날짜, 장소, 부위별로 그간의 기록과 새로운 기록을 담아 새 알에프아이디 칩에 입력한다. 쇠고기 가공공장, 판매장(정육점, 슈퍼마켓, 쇼핑센터)에서도 알에프아이디 칩이 일종의 상품 보장 키(Key)로 사용된다. 소비자는 판매장에 설치된 유비쿼터스 센스 네트워크 창(窓)을 통해 고기 품질을 믿고 살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이미 생활 가까이로 접근해 있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본다면, 알에프아이디 칩이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적당한 위치의 피하조직 아래에 알에프아이디 칩을 넣어 주민등록번호, 병력(病歷) 등 간단한 정보를 담아보자는 거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칩의 통신기능에 힘입어 은행 정보망으로부터 개인 금융정보를 꺼내 인식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일찍부터 알에프아이디 기술의 가치에 주목했다. 우선 정보통신부가 ‘IT839’ 전략을 마련, 알에프아이디 분야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사업을 힘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2005년도 RFID/USN 보급 확산 주요계획’을 확정하고 국내 RFID 산업의 육성을 위해 총 314억원의 예산을 연내에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통부가 계획중인 주요 지원사업으로는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170억원) △종합시험설비(Test-bed) 구축·운영(100억원) △시범사업 및 RFID/USN 구축 촉진(40억원) △공공분야 수요확산 시행계획 수립(4억원) 등이 꼽히고 있다.
국내 대표적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RFID/USN협회(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내달 ‘모바일RFID포럼’의 창립을 추진하는데 이어, △RFID 분야별 전문 협의체 운영 △RFID/USN 전문인력 인증 시스템 개발 △아시아 RFID/USN 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사업 등을 통해 올해를 국내 RFID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한해로 삼겠다는 각오다.
산업자원부도 2005년 1월부터 3년간 민간기업인 씨제이지엘에스와 함께 81억원을 투입, 알에프아이디 기반 유비쿼터스 전자물류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이씨오, 디엔에스테크놀로지, 고려대학교 등 14개 기관이 참여한다. 2007년까지 1단계로 기술과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2010년까지 2단계로 기존 물류시스템과 연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원자재, 중간재, 완성품에 알에프아이디 태그를 붙이고 유통 흐름상에서 부가가치가 있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있는 물류서비스로는 실시간 물류프로세스(Process)관리시스템, 창고관리시스템, 수발주관리시스템, 수배송시스템, 화물추적시스템 등이 꼽힌다.
알에프아이디 기술을 이용한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극대화도 꾀한다. 실시간으로 상품의 입고와 출고를 확인하는 물류센터, 소매점포간 상품추적시스템, 지능형 매장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유통물류진흥원과 함께 2005년에만 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농림부도 팔을 걷었다. 농협중앙회, 축산물등급판정소와 함께 2005년에만 3억6700만원을 들여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 시범사업’을 벌인다. 알에프아이디 칩을 통해 쇠고기 생산으로부터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이동사항을 기록해 관리한다. 광우병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밝히고 비상대응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인삼과 같은 고가 농산물, 헌혈로 모은 혈액, 도서관의 대여용 책, 교육기관의 시험 답안지 등에 알에프아이디 칩을 붙여 관리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또 한반도 곳곳 중요 지표에 알에프아이디 칩을 심어 나침반 없는 여행, 토지 측량 등에 이용하는 것도 추진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알에프아이디 칩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4. u-시티(City), 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의 전조(前兆)
5년 후 부산은 유비쿼터스 도시?
2003년 3월 10일 부산광역시와 케이티(KT)가 ‘부산 u-도시 추진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부산시와 케이티는 2005년 8월까지 30억원을 공동 투자, 부산을 유비쿼터스 컴퓨팅 도시로 만들기 위한 종합추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시는 201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항만, 교통, 산업, 관광, 행사(컨벤션), 거버넌스(governance․대안적 국정관리), 시민생활 등에 유비쿼터스 컴퓨팅 관련 정보통신기술(IT)을 적용하겠다고 선포했다. 인구 400만의 도시 전체를 유비쿼터스 컴퓨팅 체계로 뒤덮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부산시는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외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항만 운영과 물류에 유비쿼터스 컴퓨팅 체계를 도입하는 ‘u-포트’ 계획에 6300억~6900억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부산항의 화물 선적 및 하역 전문회사, 세관, 선박회사 등의 정보시스템을 통합해 공유한다. 컨테이너를 비롯한 화물, 항만장비 등마다 알에프아이디(RFID․전자태그) 칩을 붙여 위치를 파악하고, 물류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것. 중앙집중적인 관리는 물론이고 현장 관리자들도 개인정보단말기(PDA), 휴대폰, 알에프아이디 인식 단말기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물동량과 제반 장비 현황을 파악해 시의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외국인들도 놀라운 유비쿼터스 컴퓨팅 체계를 체험할 전망이다. 약 800억~1000억원을 ‘u-컨벤션’ 계획에 투입한다. 이 계획은 국제행사 참석차 김해공항에 내린 외국인에게 개인정보단말기(PDA)를 지급해 회의 일정, 교통편, 관광, 쇼핑, 숙박 등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한다. 위치확인서비스(내비게이션), 통역서비스, 금융결재서비스 등도 개인정보단말기로 연결해준다.
‘u-트래픽’에는 700억~800억원을 투자한다. 이 체계는 목적지까지 가장 가까운 길, 교통정체현상이 없는 길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알에프아이디(RFID․전자태그) 칩을 이용한 고속도로 및 터널 사용료 자동결재도 이루어진다.
부산 내 관공서, 금융기관, 기업 등의 정보관리체계를 하나로 묶는 ‘u-오토모티브’ 계획에도 800억~1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부품․자재 공급, 생산, 판매 등을 전주기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경상북도도 2004년 11월 ‘u-경북’을 선포하고 2005년에만 5억3000만원을 투자, 알에프아이디(RFID) 칩을 이용한 특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을 시작했다.
인천광역시는 영종·청라 일대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송도 u-시티’ 계획을 추진한다. 2004년 케이티(KT)컨소시엄을 u-시티 건설 파트너로 선정,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동북아 경제·물류·금융·첨단산업 중심도시를 꾀하고 있다.
경기도의 u-시티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2005년 알에프아이디(RFID) 칩을 이용한 도서 자동등록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4년간 20억원을 들여 ‘경기넷(NET) 모바일 서비스 시스템’과 판교에 ‘u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수원시의 경우에도 2007년 말까지 130억원을 투입해 u-시티 구축사업을 벌인다.
전주시는 2005년 에스케이(SK)텔레콤과 ‘유비쿼터스 전주’를 구축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문화․관광․교통․주거․환경․행정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컴퓨팅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유비쿼터스 전주 계획에는 u콘텐츠·u센싱·u퍼블릭·u엔터프라이즈 등 4개 모델로 진행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도 삼성전자와 함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1055억원을 투입, u생활가전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5년간 1194억원을 따로 투자해 가정 깊숙이 네트워크를 침투시키는 광가입자망(FTTH : Fiber To The Home)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인천광역시(송도 u-시티 계획), 경상북도, 수원시, 서귀포시 등이 도시를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대전광역시는 2005년부터 ‘u-산업’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새로 건설하는 아파트에 통신·방송·게임을 융합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체계를 심기로 했다. 충청북도의 경우에도 2005년에만 10억원을 투자, 오송생명과학단지를 ‘u-바이오시티’로 만들기로 했다.
2005년 3월 23일 정보통신부는 아예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종합적인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u-시티’ 표준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협의체(u-시티포럼)를 만들어 기능·형태적으로 체계적인 정보통신도시를 만들기로 했다. 이 작업에는 정보통신부 외에도 건설교통부, 유·무선 통신서비스사업자,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공사, 건설업체, 도시공학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u-시티 표준모델은 비온 뒤 죽순이 올라오듯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조성사업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토지공사는 u-시티 표준모델을 경기 용인 흥덕지역, 화성 동탄지역에 들어설 신도시(아파트단지)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수원시 이의동 일대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도 표준모델 적용 후보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판교 신도시도 개발 초기부터 광대역통신망을 기반으로 하는 u-시티화가 진행된다.
정부(정보통신부)는 표준모델 시범 적용지역을 발판으로 삼아 u-시티 전국 확산을 꾀할 계획이다.
현존하는 컴퓨터, 이동통신기술로도 유니쿼터스 컴퓨팅 세상 맛보기가 가능하다. 이미 휴대폰, 무선 통신기능을 갖춘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광대역 통신 네트워크가 닿는 범위 안에서-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외출할 때 가스레인지 불을 끄는 것을 깜박했더라도 휴대폰으로 끌 수 있다는 종류의 이야기는 더 이상 흥미롭거나 새롭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영화, 티브이(TV) 드라마 등을 손 안(휴대폰)에 올려놓을 수 있다. 집 안 전자제품들도 똑똑해졌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냉장고 안 식품들의 종류와 유통기간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목록을 선택한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에 띄는 예쁜 옷이 있다면, 화면을 인터넷으로 바꿔 온-라인으로 살 수도 있다. 작은 컴퓨터(칩)들이 휴대폰, 냉장고, 티브이(TV), 시계 등 여기저기에 숨어든 결과다. 궁극적으로 사람과 컴퓨터가 대화(통신)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자. 틀림없이 한두 개의 컴퓨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 생활 속으로 파고든 컴퓨터는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 지 아예 알 수 없게(invisible) 될 것이다.
이 같은 유·무선 인터넷 접근성은 대한민국에서 실로 놀라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04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6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의 70.2%인 3158만 명이 유선이나 무선 통신기기를 통해 한 달에 1회 이상 인터넷에 접속했다. 국민 열의 일곱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터넷에 접속하다...... 세계 첫 기록이다. 대한민국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유비쿼터스 컴퓨팅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u-시티는 유니쿼터스 컴퓨팅 세상으로 가기 위한 투망(投網)식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는 통신서비스회사, 통신기기제조회사, 컴퓨터(하드웨어+소프트웨어)회사 등이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유니쿼터스 컴퓨팅 사업계획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꿈’ 같은 유비쿼터스 세상이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컴퓨터·정보통신체계만으로도 누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휴대폰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인터넷에 몇 번 접속했는지 등은 언제든지 알아낼 수 있다. 이미 정보(Data)를 가진 자의 실질적 지배(支配)가 시작됐다.
9장 디비(DB) 권력의 등장.
21세기 과학기술의 3대 총아(寵兒)로 부상한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은 가히 혁명적인 생활상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세 기술간 융합이 빨라지면서 그야말로 날(日)로 달(月)로 진보할 전망이다.
나노기술은 먼지처럼 작아진 컴퓨터(스마트 더스트)를 산, 바다, 건물 등 거의 모든 곳에 흩뿌려 놓을 태세다. 생명공학기술은 나노, 정보기술의 도움을 받아 사람 몸 안에 디엔에이(DNA)칩, 알에프아이디(RFID)칩을 심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진료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지구에서는 세 기술의 위용 앞에 정복당하지 않을 공간이 없을 것이다.
세계 모든 공간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된다. 정보는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신, 해석, 처리로 형식화된 사실, 개념, 명령이다. 이는 곧 데이터(Data)다. 데이터들은 이미 인공위성, 이동통신기지국, 무선주파수인식(RFID)시스템, 유선 인터넷 등을 타고 한 곳으로 집중되거나 널리 공유되기 시작했다.
데이터는 어디에 쌓이는가. 데이터 기부(基部), 즉 데이터베이스(DB : Data Base)다. 데이터베이스에는 누가 어디에 가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자우편(e-mail)으로 타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가 차곡차곡 쌓인다. 심지어 누구의 건강이 어떻게 나쁘고,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는지도 기록(데이터 축적)된다.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형태로 데이터를 모아 꺼내 볼 수 있다. 물론 불법적인 데이터 축적, 추출, 검색, 거래, 활용은 제한된다.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모든 이들의 준법정신이 투철하지는 않다. 특히 해커(hacker)는 기업, 단체, 정부의 데이터베이스를 자신의 것인 양 마구 헤짚고 다닌다.
데이터 활용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자에게로 21세기 권력이 집중될 것이다.
#1. 기업 인-하우스(In-House) 데이터베이스
21세기 초, 기업의 거의 모든 업무가 전산화됐다. 컴퓨터, 인터넷, 이동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각 기업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는 특정한 형태로 축적된 데이터 자체를 말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공통의 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ata Base Management System)이 이용된다.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기업 정보화의 근간이 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행과 열로 구성한 2차원의 표 형식으로 나타내는 관계형(Relational) 디비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데이터 정의 및 처리언어인 에스큐엘(SQL : Structured Query Language)를 활용해 검색․재배치․삽입․분석하는 행위를 기업의 사업목표와 필요에 따라 맞춰가는 게 정보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작업을 원활하게 하는 관리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이다.
데이터베이스의 종류로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객체 지향 데이터베이스, 다차원 데이터베이스,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등이 있다. 이 중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산업계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세계 3대 데이터베이스 메이커는 오라클(Oracle),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인 메타(meta)데이터 기술, 인터넷(웹) 전자문서의 표준기술언어로 부상한 확장성표기언어(XML : eXtensible Markup Language) 기반 데이터베이스, 데이터베이스 성능개선기법으로 새롭게 등장한 데이터 아키텍처(Data Architecture) 등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무한대의 발전궤도 위에 올려놓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는 추세다.
오늘날 기업들은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놓은 채 특별히 가공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경영전략 수립에 걸맞은 형태로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데이터웨어하우스(DataWarehouse)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데이터 창고(웨어하우스)를 새로 만들고 구매․생산․판매․재고․인사․회계․물류 등 업무별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전사 차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축적한 후 필요할 때마다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데이터베이스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때로는 대형 데이터웨어하우스를 부문별, 용도별로 이용하기 쉽도록 데이터마트(DataMart)의 형태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일반적인 경향은 데이터웨어하우스를 더욱 크게 구축하는 것. 이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영업, 마케팅 등에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데이터를 데이터마트의 형태로 나누어 보관하면 중복 데이터로 말미암아 전체 시스템의 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관리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가 정보를 공유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기업들은 내부에 구축한 초대형 데이터베이스(In-House)를 초석(礎石)으로 삼아 ‘데이터베이스 마케팅’과 같은 매출 증대 전략을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은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유용한 지식과 규칙을 발굴해 분석한 후 고객 밀착형 마케팅으로 연결해가는 것. 이를 위해 데이터에 대한 다차원분석(OLAP), 데이터 마이닝(Mining), 웹 마이닝 등의 기술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특히 통신, 금융, 도소매유통 산업계를 중심으로 더욱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실질적인 구매행위를 유발하는 차원 높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기법인 ‘웹 기반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시스템’을 활발하게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발한 데이터가 웹을 통해 고객이 선호하는 형태의 정보로 둔갑해 제공되고 있는 것.
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발판으로 삼아 크게 도약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가 늘 사람 몸에 붙어 거리를 돌아다니게 될 알에프아이디(RFID)칩을 인식해 기업들의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주면, ㄱ씨가 좋아 하는 아이스크림이나 ㄴ씨가 즐기는 액션영화를 맞춤형 광고의 형태로 거리 곳곳의 광고판, 쇼윈도, 종이컴퓨터신문 등에 배치할 것이다. 똑똑한(?) 거리 광고판들은 ㄱ씨가 지나갈 때에는 아이스크림, ㄴ씨가 지나갈 때에는 액션영화를 보여준다. ㄱ, ㄴ씨가 자신들에게 노출됐던 아이스크림과 영화를 사거나 보았는지의 여부도 새로 데이터화되어 축적된다. 새로 축적된 데이터에 따라 처음과는 다른 공간과 시간에 광고를 노출시키고, 노출빈도를 조절하는 등 더욱 강도 높게 구매를 유혹할 마케팅 기법이 만들어진다.
#2. 기업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의 확장
기업들은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를 인터넷을 통해 타(他) 정보시스템과 연결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해 더욱 많은 데이터를 얻고 활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글로벌(global) 생산체계에 걸맞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1990년대 말부터 저렴한 임금과 관리비용을 확보할 수 있는 중국, 동남아 일대로 생산설비를 옮겼다. 심지어 남미, 동구유럽 등에 현지 생산 및 공급센터를 확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제조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우려될 정도다.
이에 따라 국내 본사와 지역 공장, 해외 생산법인의 업무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취합하고 저장하며 활용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궁극적으로 기업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하는 정보시스템을 인터넷(웹) 환경으로 전환할 필요가 생겼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전사(的)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중심의 데이터 관리체계를 확립한 후 ‘공급 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시스템’으로 그 기능을 확장,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지의 생산 관련 데이터를 본사로 끌어 모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있다. 생산설비 자체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절감을 꾀하기도 한다.
기업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의 외부 확장 바람은 세계 각지의 제품판매협력사, 부품공급업체 등을 끌어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 만큼 기업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에 쌓이는 데이터 량도 폭증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규모, 업종, 목적에 관계없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선 통신업계의 행보가 발 빠르다. 2000년 이후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활성화와 함께 이동통신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무선 통신 분야에서 동시에 처리해야 할 트랜잭션(tranjection)이 폭증했다.
예를 들어 무선 통신서비스의 하나인 가입자 위치관리시스템(HLR : home location register)의 경우 2000년 이전에는 하나의 위치관리시스템이 소화해야 하는 가입자의 수가 30만 명에 불과했으나, 가입자가 폭증하면서 50만~100만 명의 가입자 위치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유선 통신 분야에서도 하드웨어(hardware)에 의존적이던 전자교환시스템이 고속 트랜잭션 처리를 요구하는 소프트스위치(softswitch) 기술로 바뀌면서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소프트스위치는 기존 공중전화망,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음성과 영상을 동시에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복합교환기.
이 같은 통신 환경 변화에 맞춰 관련 시스템 장비들도 데이터 처리를 기본으로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주로 디스크(disc) 기반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고집하던 데서 벗어나 고성능 트랜잭션을 용이하게 처리할 수 있는 메인메모리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는 디스크 기반의 덩치 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업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주로 고객 인증업무, 가입자 위치관리업무 등이다. 하지만 아직은 주력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를 보완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또 소형 하드웨어에 적용하는 임베디드(embedded․내장형) 데이터베이스시스템까지 등장,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는 통신서비스에 적합한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축적․분석하는 기본 업무를 위한 대형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을 축으로 삼되 통신서비스 형태에 따라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임베디드 데이터베이스 등이 상호보완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 종류와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데이터 저장 용량이 늘어나면서 통신기업들의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 체계가 날로 거대해지고, 확장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유선 통신 대표기업인 케이티(KT)는 2003년부터 데이터웨어하우스 용량을 100테라바이트(TB, 1테라는 1조)급으로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2003년에 보유했던 15테라바이트급 데이터웨어하우스로는 초고속 인터넷 망(네트워크) 회선 수 증가, 무선 인터넷 서비스, 기업용 비투비(B2B : Business to Business) 플랫폼 서비스 등에 따라 폭증하는 데이터 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 100테라바이트급 데이터웨어하우스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다. 이를 통해 3000만 이상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운용중이다. 천문학적인 용량의 데이터창고로부터 알토란같은 고객 밀착형 정보를 끌어 내 영업에 활용하겠다는 것. 고객 정보를 통합하기 위한 별도의 데이터웨어하우스 용량만도 42테라바이트 이상, 마케팅 지원용 데이터웨어하우스가 15테라바이트 이상일 정도다.
이 같은 초대형 데이터 관리체계는 평균 6개월이 소요됐던 신규 통신서비스의 개발기간을 1~2개월로 단축시켰다. 또 3개월이 소요되던 마케팅 정보 분석시간을 1일 이내로 줄임으로써 선두 통신서비스 기업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케이티는 데이터웨어하우스 대형화에 앞선 1996년 이후로 6년간 분산 관리하던 고객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한 통합 정보시스템(ICIS : Integrated Customer Information System)을 구축했다. 아이씨아이에스(ICIS) 개발작업은 엄청난 규모였다. 프로그램 본수가 1만여 개였고, 관련 데이터 량이 42테라바이트에 달했다. 또 71개로 분산된 정보시스템을 통해 107종의 서비스 요금 청구소를 제각각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이씨아이에스를 구축한 후로는 일반유선전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 개별시스템을 통해 운용했던 각종 서비스와 고객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할 수 있었다. 이후 고객의 가입정보, 요금정보, 민원사항 등을 하나의 화면에서 처리하는 원 스톱(One-Stop) 관리체계를 구현했다.
케이티는 초대형 데이터베이스, 데이터웨어하우스, 고객관계관리시스템 등으로 정보시스템을 발전시켰다. 기존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단계에서는 영업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고객 아이디(ID)를 부여해 소비형태를 분석한 후 상품별로 판촉 전략을 수행했던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데이터웨어하우스 마케팅으로 발전하면서 케이티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활용, 마케팅 기획과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고객관계관리의 고도화, 유선과 무선 통신을 연계한 서비스 활성화, 현장 영업사원에 근접한 마케팅 지원시스템 등 더욱 많은 데이터를 얻어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인 케이티에프(KTF)는 2001년 7월 한국통신엠닷컴(KTM)을 합병하면서 대형 디비 통합의 준거(레퍼런스)가 됐다.
 한국통신프리텔(016)과 엠닷컴(018)의 주요 데이터는 고객, 가입계약, 납부자 등 핵심구조부터 서로 달랐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세 정보들이 달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이 회사의 통합 디비 구축작업은 A4용지 35억장 이상의 데이터(약 7테라바이트)에 대한 새로운 모델링과 컨설팅 작업이 필요했다.
케이티에프는 우선 016, 018 고객 데이터를 이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통합 데이터 모델링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에 관한 리버스(Reverse) 모델링, 갭(Gap) 분석, 파티션(Partition) 테이블(Table)의 설계와 운영 등 모든 공정을 새로 해야만 했다. 이후 총 320본의 데이터 이행용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2테라바이트급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케이티에프는 최적의 통합 데이터 모델설계를 통해 신속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다량의 데이터를 고도의 에스큐엘(SQL) 프로그램을 활용, 데이터를 가공하고 이관할 수 있었다.
케이티에프는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 통합작업을 발판으로 삼아 2003년 초까지 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 마이닝, 마케팅관리시스템, 고객응대통합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구축했다. 이를 발판으로 고객 밀착형 관계관리체계를 구현했다. 특히 2002년 1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고객응대통합(E-VOC)시스템 자체 구축을 통해 고객 접점(채널)별로 정보를 통합하고 서비스 절차를 표준화했다.
궁극적으로 ‘고객의 히스토리(History)’를 데이터베이스 안에 통합해 축적․활용함으로써 이동통신서비스 분야 고객관리의 핵심인 ‘계약해지 방어’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케이티에프는 고객 관리용 정보시스템에 약 200억원을 투자해 월 평균 2만여 명의 해지를 방어함으로써 매월 5000만원 상당의 매출효과를 누렸다.
케이티에프는 고객 데이터를 더욱 과학적으로 분석해 고객의 필요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캠페인을 수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 프로젝트를 통해 정보 관리 프로세스(Process)를 통합하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일원화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엘지(LG)텔레콤도 2000년 4월 약 40억원을 투자해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도입하고 같은 해 7월 고객관계관리(CRM)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 하반기까지 캠페인 관리, 데이터 마이닝, 사이버 상담, e메일 마케팅, 영업자동화(Sales Force Automation) 등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2003년에는 전사 데이터웨어하우스(EDW : Enterprise Data Warehouse)를 새로 도입해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더욱 똑똑하게 발전시켰다.
엘지텔레콤은 이 같은 작업을 고객 이탈방지 마케팅에 적용, 2년여 간 35만 명 상당의 고객이 다른 서비스 업체로 떠나가는 것을 막아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01년 20만여 명, 2002년 15만여 명의 고객 이탈을 방지함으로써 수백억 원대의 매출효과를 거뒀다는 게 엘지텔레콤의 분석.
당시 엘지텔레콤은 데이터웨어하우스 및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이용, 월 3회 이상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이탈방지 캠페인을 전개했다. 해당 고객이 어떤 종류의 부가서비스를 좋아하는지, 주로 사용하는 채널(e메일, 우편, 전화 등)은 무엇인지, 마케팅에 대한 반응이 가장 적극적인 시간대가 언제인지 등을 분석한 후 고객에게 다가갔다. 이를 바탕으로 삼아 월 평균 40회 정도의 고객 밀착형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이탈을 방지해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통신업체들의 노력은 특정 고객의 휴대폰 교체시기를 예측하고, 고객이 선호할 만한 부가서비스 정보를 곁들여 제공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사업 성패(成敗)가 갈리는 통신업종에서의 데이터베이스 확장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더 큰 데이터베이스를 갖출수록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업종도 통신 분야와 더불어 대표적인 기업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 확장 세력이다. 국내 금융기업체마다 연 평균 400억 원 이상을 정보화에 쏟아 붓는다. 특히 인터넷 뱅킹(Banking), 방카슈랑스(금융과 보험을 하나로 묶은 상품) 등의 차세대 거래 정보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데이터 관리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금융지주회사, 신한금융지주회사 등 덩치가 커지면서 은행, 신용카드, 증권 등 관계사를 포괄하는 정보 및 데이터 통합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초대형 전사 데이터웨어하우스(EDW)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다.
또 은행 간 인수합병에 따른 전산시스템 통합작업과 미국증시 진출(상장)을 계기로 데이터베이스 자원 증설수요가 늘어났다.
은행들이 초대형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기반으로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활용한 고객 밀착형 마케팅을 전개했다.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다차원분석(OLAP),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추출 툴(Tool)의 수요도 늘어났다.
이 같은 수요에 대응, 데이터베이스 공급업체들은 금융권의 대용량 데이터웨어하우스를 위한 최적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를 제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특징과 기능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포함시켰다.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원하는 데이터를 꺼내오기 위한 별도의 소프트웨어였던 데이터 마이닝 툴을 아예 데이터베이스 내부에 장착하기도 했다. 그 만큼 빠르게 적절한 데이터를 찾아내 고객을 유혹(구매자극)하겠다는 뜻.
금융기업들은 데이터웨어하우스에서 소화할 수 없는, 이른바 ‘비정형(非定形) 데이터’들을 관리하기 위한 ‘컨텐츠 관리(Contents Management)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할 정도로 뜨거운 고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금융기업들은 한 때 정부의 적극적인 신용카드 사용 장려정책에 힘입어 양적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2004년 신용카드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이르고, 불량채권과 휴면카드가 급증하면서 매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그 와중에도 고객들의 요구는 날로 다양해졌고, 생존(生存)을 위한 ‘더 많은 데이터 쌓기’가 필요했다. 최근에는 고객을 경쟁사로부터 뺏기 위한 데이터 쌓기에 나서고 있다.
외환카드는 2002년 6월부터 데이터웨어하우스(DW) 구축작업에 돌입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 분석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신용카드사의 데이터웨어하우스는 고객정보와 거래정보를 비롯한 연체정보, 고객 신용정보도 함께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뛰어나야 했다. 이를 위해 외환카드는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사내 시스템통합(System Integration)적인 시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외환카드는 우선 전사 데이터웨어하우스(Enterprise Data Warehouse)를 도입해 통합된 의사결정 지원환경을 구축하기로 했다. 더불어 다차원분석 및 질의보고서를 통한 정보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 통계기법을 응용한 재무예측으로 손익 및 자금관리를 선진화하기로 했다. 또한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위한 중역정보시스템을 구축계획에 포함시켰다.
이 회사는 계정계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 전사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한 후 요건별로 데이터마트(Data Mart)를 만들었다. 이어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위험인식시스템(Risk Identification System)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따로 준비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2003년 3월, 외환카드는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우수 회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으며 고객 문의에 대한 응답률을 확실하게 높였다. 특히 2년 치 고객 정보 조회분량을 20분 내에 처리하는 체계를 확립, 관련 정보 검색속도를 10배나 향상시켰다. 또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다시 그 결과를 분석하는 체계를 갖췄다.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근간으로 하는 재무예측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매출과 같은 각종 계정과목에 대한 체계적인 예측이 가능해졌고, 관련 소요자금을 장단기로 예측함으로써 경영목표에 따른 자금조달 및 운용을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뿐만 아니라 자금유동성을 꾸준히 관리(모니터링)함으로써 자금 수요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외환카드의 데이터웨어하우스는 주변 금융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됐다. 또 고객 중심으로 데이터를 재편함으로써 통합고객관리와 세분화된 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고객정보를 자산화하고 지식 관리형 조직구조를 확립했으며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수익 중심 경영이 가능해졌다.
외환카드는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기반으로 삼아 위험인식시스템(Risk Identification System), 연체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응용시스템을 덧붙임으로써 경영 안정과 고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2000년 10월 전체업무의 50%를 넘던 기업금융에서 벗어나 소매금융 중심의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한 출발점은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불특정 다수로 여겼던 개인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선진화하겠다는 것.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웨어하우스 통합작업이 선결과제로 부상했다.
제일은행은 서버(server) 노드(node) 수가 4개인 10테라바이트급 데이터웨어하우스를 도입했다. 각 노드마다 4개씩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를 채택했고, 노드별로 2기가바이트씩 모두 8기가바이트의 메모리를 장착했다. 또 데이터웨어하우스 서버 모니터링시스템, 웹 서버 등으로 전체 시스템을 구성했다.
주요 솔루션으로는 수익관리, 캠페인관리, 다차원분석(OLAP), 정형분석용 웹 애플리케이션을 채택했다. 47명의 전문 컨설턴트가 투입됐다.
제일은행은 2001년 데이터웨어하우스 및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이 때까지 2~3%에 머물렀던 고객 캠페인 성공률이 10%대로 높아졌다. 2002년에는 15% 이상으로 뛰었다. 캠페인 대상 고객을 정확히 가려냄으로써 반응 적중률이 높아진데다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교차 및 부가판매 전략을 운용한 결과였다. 또 시스템을 갖추기 전에는 은행을 빠져나가는 우량고객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데이터웨어하우스에 15개월분의 고객 데이터가 축적되면서부터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탈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제 때에 적절한 마케팅으로 연계함으로써 안정적인 소매금융 사업체계를 확립했다.
데이터 관리체계가 개선되면서 은행 창구, 인터넷, 전화 등 다양한 고객 접점을 통합하고 필요한 고객 정보를 일원화할 수 있었다. 고객 개인 개인의 평균잔액, 이자, 위험대비비용, 수수료, 기타비용, 업무원가, 순이익 등을 고려한 수익성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도 있었다.
고객 지향적인 밀착형 마케팅이 필요한 보험 분야에서는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크게 인식되고 있다. 동부화재는 ‘데이터가 브랜드보다 강하다’는 인식하에 데이터웨어하우스, 콜-센터(Call-Center) 기반의 고객관계관리를 추구했다. 아예 데이터웨어하우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자사의 업무환경에 걸맞은 형태로 구축(2002년 10월)했다.
2003년 1월, 동부화재의 데이터웨어하우스와 콜센터가 그 가치를 입증했다. 중부,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리면서 교통대란이 발생, 1일 평균 1만5000~2만 콜 정도를 처리하던 콜-센터에 상담전화가 폭주했던 것. 250여명의 전화상담원이 쉴 새 없이 전화를 받아도 걸려오는 전화(콜)량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 일부 손해보험회사들의 콜-센터는 폭주하는 고객 전화 앞에 녹다운! 그러나 동부화재의 시스템은 정상 가동했고, 2만5000건 정도의 통화요구를 소화하는 위력을 보였다.
동부화재는 주력 분야인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장기손해보험, 화재보험, 해상보험, 개인연금 등 전 영역에서 데이터웨어하우스에 축적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 즉 고객이 원하는 요금과 고객이 바라는 형태의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부화재를 비롯한 손해보험회사들은 2004년부터 본격화된 온라인 전문 보험사들의 시장잠식에 대응, ‘고객 데이터를 가장 큰 무기’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고객의 반응(구매행위)이 즉시적인 곳.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데이터 축적 및 관리, 분석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히 신규 업체의 진입 규제 완화, 외국 자본 유입, 인터넷 확산, 유통업 간 영역구분의 소멸 등으로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실제로 백화점, 할인점, 전문점, 홈쇼핑 등으로 유통업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고객이 다른 유통채널로 이동하거나 중복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시장 대 백화점’과 같은 옛 비교가치, 즉 구매 장소에 따른 제품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유통산업의 마케팅, 영업, 서비스 채널로 활용되면서 고객과 유통업체간의 접점이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의 데이터 마케팅 경쟁은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한다. 특정 지역과 특정 고객을 겨냥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앞서기 위한 전략무기는 초대형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고객관계관리시스템. 매장을 찾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의 주기로 매장에 왔고,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등을 차곡차곡 데이터베이스에 쌓아가고 있다. 그 데이터들을 활용해 지역별, 상품별 공통점을 찾아내고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어낸다.
국내 유통산업 맹주로 군림해온 백화점들도 새로운 전략무기(데이터베이스)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고객관계관리시스템도 당연히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야하는 당면과제로 여겼다. 특히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편의점, 할인점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점포를 가진 대형 업체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백화점으로부터 소규모 편의점포에 이르기까지 계열사를 찾는 모든 고객들에 대한 데이터를 한데 묶어 시너지(Synergy)효과를 창출하려는 방대한 규모의 고객관계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관리체계를 확립했다. 당연히 데이터베이스, 데이터웨어하우스가 거대해졌다.
각 업체별로 데이터 관리체계 도입 시기와 규모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필요’에 의해 정보화 열기가 뜨겁다. 기존 정보시스템(데이터 관리 및 이용 체계)으로는 날로 치열해지는 유통시장 경쟁구도에서 기존 고객을 붙잡아두거나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인식해서다. 이에 따라 과학적인 고객관계관리를 위한 통합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단순히 영업점포를 방문한 고객에 대한 데이터에 머물지 않고 관계사를 포괄하는 그룹차원의 고객 통합관리체계를 갖추고 인터넷, 단문메시지서비스(SMS), e메일 등 다양한 고객접점채널을 확보하는데 목표를 맞추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고객 데이터 분석지원을 위한 다차원분석(OLAP), 데이터 마이닝, 캠페인관리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권분석, 균형성과관리(BSC), 핵심성과지표(KPI), 웹 리포팅 등 다양한 고객 분석 툴(Tool)을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에 구축해놓은 데이터베이스, 데이터웨어하우스, 고객관계관리시스템 등과 접목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처럼 체계적인 고객정보 수집 및 분석체계를 확립하고 다양한 접점(채널)을 통해 고객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우수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관리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머천다이징 △고객 불만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수익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03년 11월 전국 30개 롯데백화점의 고객 정보를 하나의 창고(데이터웨어하우스)로 모으기 위해 18테라바이트(TB)급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18테라바이트급 데이터웨어하우스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다.
이에 앞서 2002년 12월 전국 29개 롯데마트의 1.5테라바이트급 데이터웨어하우스를 4.5테라바이트급으로 업그레이드, 백화점과 마트를 연계하는 데이터 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의 데이터웨어하우스를 중심으로 카드, 온라인쇼핑(롯데닷컴)사업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까지 하나의 고객관계관리시스템으로 묶었다. 이를 통해 영업현장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대․점포․상품별 매출분석시스템을 운영중이다. 또한 매출, 이익, 재고 등을 다차원으로 분석한 후 고객의 거래 유형에 따른 마케팅으로 연결해내고 있다. 데이터 관리체계가 고도화하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의 구매행위를 예측해내는 단계에 접근했다.
롯데와 함께 국내 유통시장의 거두(巨頭)로 군림하는 신세계도 2002년 12월 전국 60개 이(E)마트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웨어하우스를 4테라바이트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2003년 10월에는 전국 7개 신세계백화점의 데이터웨어하우스를 3데라바이트급으로 보강, 총 7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관리하는 체계를 갖췄다.
신세계백화점은 데이터웨어하우스를 활용, 점포별로 세분화한 분기별 전략목표를 세운데 이어 고객 기반 판촉혁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VIP 고객들의 구매주기를 분석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추출, 통합, 적재를 통한 고객 데이터 다차원분석(OLAP), 캠페인 관리 솔루션 등을 데이터웨어하우스에 덧붙였다. 다차원분석화면과 캠페인 관리 솔루션을 하나로 연동시켜 행사별, 일별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별로 1년간의 상위 구매 고객들에게 마케팅을 집중하고,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시스템에 연계해 점포별 고객정보를 별도로 분석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 각 점포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이벤트)를 단일 체계로 관리하고 그 성과를 1일 이내에 분석해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이(E)마트는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임원진의 편리하고 신속한 정보조회, 매출 및 행사 실적분석, 재고 및 협력업체 분석을 위해 리포팅 툴(Reporting Tool)을 데이터웨어하우스에 연계했다. 이 같은 데이터 관리 체계는 사이버 몰(Mall), 사이버 이(E)마트 등 신개념 소매유통사업으로의 확장까지 가능케 했다.
삼성물산의 삼성플라자는 2002년 11월 판매시점관리(POS : Point Of Sales)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다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신세대 의류 전문점인 유투존 매장으로 확산 적용했다.
이 회사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은 매장별로 판매현황을 입력하고 재고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소규모의 업무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를 채택했다.
삼성플라자는 POS시스템을 통해 매출을 결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30분에서 1분으로 줄였다. 또 매일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각 매장에서 변경된 가격정보 등을 서버로부터 내려받을 때 소요됐던 20분~30분을 1~2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삼성플라자 POS시스템은 유닉스(UNIX) 통신서버와 윈도(WINDOW) 운영체제로 구성됐다. 이 같은 서버(Server) 및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에 맞춰 코드베이스 데이터베이스를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으로 교체했던 것.
삼성플라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들을 판매시점관리체계에 추가했다. 이른바 신(新) 판매시점관리시스템으로 데이터 오류방지 및 처리속도향상, 무선 네트워크, 광고 동영상 등의 기능을 보강했다. 또 매출, 선수금, 특판매출, 현금취소 등에 대한 전표를 없애고 배송전표를 스티커로 발행하며 결재수단을 현금, 신용카드, 직불카드, 상품권, 선불카드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밖에 공지사항 게시판 조회, 영수증 전자조회, VIP 고객 이벤트 자동반영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이 중에서 VIP 고객 이벤트 자동반영기능은 고객관계관리 기능을 판매시점관리시스템에 응용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속칭 ‘굴뚝기업’이라는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무엇보다 글로벌(global) 생산체제가 일반화하면서 더욱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츠 용품 제조기업인 태광실업은 2002년 9월부터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기반의 전사자원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경상남도 김해 본사와 중국, 베트남 현지공장을 잇는 업무 데이터 공유체계를 가동했다. 전사(的)자원관리시스템을 주축으로 하는 글로벌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년 6개월 동안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본사와 해외공장의 경영실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특히 수주․개발․자재조달․생산․출하․선적에 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회 및 분석해 예측경영을 실현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별 생산리드타임(lead time)을 23일에서 8일로 줄였다. 납기(納期) 이행율도 시스템 가동 1년 만에 98%나 향상됐다. 이에 힘입어 경남 본사, 2개 해외공장에서 1일 결산 프로세스(process)를 확립하게 됐다. 태광실업은 자사 정보시스템을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 거래하는 나이키의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유통재고, 항공운송비용, 제품폐기비용 등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
세방전지도 본사와 지역 공장에 산재하는 데이터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묶어냈다. 이 회사는 차량용, 산업용, 비상전원용 등 5000여종의 축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로서 복잡한 구매․생산․판매 프로세스에 걸맞은 업무 데이터를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2001년 3월 정보화 첫 걸음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했다.
 세방전지의 데이터베이스는 회사 내에 산재하던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e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어 회사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시스템 통합작업을 추진, 2002년 9월 전사자원관리 및 전략기업관리(Strategy Enterprise Management)시스템을 가동했다. 세방전지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이은 전사자원관리시스템 도입에 힘입어 본사, 창원과 광주의 축전지 제조공장과 물류센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정보 네트워크를 확립할 수 있었다. 특히 영업․회계․원가․구매․생산 등 제반 업무를 인터넷에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 경영효율을 극대화했다.
세방전지는 인터넷 수주(i-Store), 인터넷 발주(i-Sipplier Portal) 시스템을 통해 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의 외부 확장을 꾀하고 있다.
(주)효성은 1998년 11월 그룹 주력회사인 효성티엔씨(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을 통합했다. 그 결과 30개 해외 법인과 지사, 국내외 8000여명의 직원, 160개국에서의 영업활동 등을 포괄하는 정보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가장 먼저 손 댄 것은 데이터베이스.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과 세부업무별로 따로 구축해 운영하던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다. 2001년부터 사업체와 업무별로 따로 가동했던 재무․여신․매출․제품․자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e비즈니스 체계를 확립하는 기반이 될 전사자원관리시스템 투자를 병행했다.
통합 데이터베이스는 업무개시와 함께 투자효과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전에는 수주, 구매, 생산, 출하, 청구, 수금 등의 개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각각의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따로 입․출력해야 했지만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일원화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 월 단위로 업무 데이터를 다시 체크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조회하고 확인함으로써 제반 소요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같은 내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은 자재구매 및 완제품판매 협력업체들의 업무능률이 향상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특히 중공업 부문의 경우에는 영업․서비스팀에서 고객의 주문을 접수하면 생산에 필요한 자재 구입으로부터 재원 투입,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체계를 실현, 신속하고 정확한 제품 공급체계를 갖추게 됐다.
 효성은 한 발 더 나아가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 각종 경영지표를 보여주는 데이터들을 신속하게 추출해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웨어하우스를 통해 재무 및 기업정보의 투명화를 실현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게 효성 측의 자체평가다. 또한 뚜렷한 재고감소효과를 비롯해 제품의 규격별, 거래처별, 영업사원별로 손익계산이 명확해지면서 외부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합리화할 수 있었다.
 
#3. 기업 인-하우스 디비, 무선 인터넷 타고 세상 속으로
우리나라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방식 이동통신서비스의 종주국으로서 1999년 말 144킬로(K)bps(bit per second)급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무선인터넷 체계를 상용화했다.
 특히 3세대 초고속 무선 데이터통신기술인 cdma2000 1x(generation) EVDO(Evolution Data Only)를 통해 1.25메가(M)헬츠(Hz)의 협(狹)대역에서 2.4메가bps급 속도로 문자․영상․음악 등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단계로 발전한 데 이어 최근에는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방식의 첨단 이동통신서비스 대중화를 실현했다.
 우리나라는 눈부신 이동통신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가장 효율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