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31. 18:19 ㅡ 형태근
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2) 형태근 ㉰
“정보통신부 폐지가 아니라 확산 융합의 실천이다.”
2008년 1월 28일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은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내식당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한 공직자와 언론을 앞에 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마주앉은 탁자(당선인으로부터 한 시 방향)에서 마이크로폰을 잡고 일어선 채로 발언했기에 여러 사람의 기억에 각인된 순간이자 발언이다.
말에 ‘정통부 역할이 사회 여러 분야로 확산하고 융합한다’는 좋은 뜻을 담으려 했음이 엿보이나, ‘폐지가 아니라’고 앞세운 것은 이상하다. 그 무렵,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 조직 전부 개편’ 과정에서 정통부에 닥친 모진 시련을 아는 이에게 “폐지가 아니다”는 표현은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정통부 안팎에서 분개한 이도 많았고.
형 위원은 또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남긴 ‘의미’는 5년 동안 확실히 전달돼야 하며, 선진국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든 그동안 열심히 IT 강국을 일군 사람들이 ‘어디에 서야 하고’, 그런 면에서 인력 재배치가 이뤄져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의미? 과연 어떤 ‘의미’일까. IT 강국을 일군 사람들은 ‘어디에 서야’ 하는 걸까. ‘더 큰 목표’는 또 무엇일까. 나는 솔직히, 그가 종종 쓰는 ‘의미’라는 말을 여러 번 되새겨 봤지만, 아직도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가 정통부를 포함한 조직개편 과정에서 남긴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좀 알려주십사!
분명히 해두건대, 나는 지금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정통부’를 아쉬워하는 게 아니다.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 정말 철학을 담았느냐를 되묻는 거다. 그렇게 되묻고, 기록해 둬야 다음에는 ‘철학 없이 숫자 ㅡ 조직 수와 인력 감축 % ㅡ 에 꽂혀 마구 휘두르는, 개편 아닌 눈요기’를 되풀이하지 않을 테니까.
또 하나, 누군가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했던가. 그 누군가가 ‘영혼 없는 공무원’을 질타한 과정과 애초 뜻을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에 이르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정권 입맛에 맞춰 표변한 공무원 몇몇을 보았고, 나름대로 그들을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정리했다. 지금 ‘공무원에게 영혼이 있네 없네’를 따지는 것은 아니고 ‘너무 한다’ 싶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몇몇을 본 거다. 요즘에도 가끔 보고 있고.
물론 영혼 ‘있는’ 공무원도 많다.
글, 이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