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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eunyongyi 2021. 1. 17. 18:43

김명희 지음. 낮은산 펴냄. 2019년 9월 30일 처음 찍음.

 

가톨릭에서 미사 중에 여성들이 사용하는 베일은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경은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1고린 11,3)”라면서,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1고린 11,5)”이라고 이야기한다. 가톨릭에서는 이것이 남녀 차별보다는 하느님께 대한 경의와 존경을 표시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니까 성당 안에 들어서면 모자를 벗어 이를 드러내야 하고, 여성의 머리는 남편을 의미하니까 신 앞에 정숙함과 겸손함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종교적 컬트에는 각자의 독특한 교의가 있고 경전이 쓰인 시대상을 반영한다지만, 이것이 오늘날에도 남녀 차별이 아니라는 해석은 이해하기 어렵다(33쪽).

 

현실에서 여성은 눈을 빼앗길 뿐 아니라 남성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또 그 시선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몸을 변화시킨다(52쪽).

 

다 큰 성인 여성들에게 애교 강요하는 사회. 변태적이다(78쪽).

 

1994년 한 (한국통신) 여성 노동자가 개별 건강검진에서 VDT 증후군을 진단받게 됐다. 노동조합은 많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즉각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노동조합이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3,220명 중 32.2%가 VDT 증후군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대책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반응하지 않았다. 여성 노동자들은 전문가에 의한 정밀 검진을 요구하면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사측이 이를 받아들였고, 이후 정밀 검진을 통해 다수의 경견완장애 환자들이 확진됐다. 그리고 이 중 265명은 산재를 인정받았다(96, 97쪽).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맞벌이 가구에서 아내의 1일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004년 3시간 28분에서 2014년 3시간 13분으로, 10년 동안 겨우 15분 줄어들었다. 반면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32분에서 41분으로 9분이 늘어났다. 2016년 사회통계 조사에서 ‘가사노동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성 58.3%, 남성도 무려 47.4%나 됐지만, 실제 가사 분담 실태를 보면 ‘부인이 전적으로/주로 맡는다’는 가구가 79.6%였다(98, 99쪽).

 

우리는 한국보다 앞서 진행된 연구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산업, 대만의 전자산업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찾아봤다. 첨단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자연유산이 증가하고,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며, 그러다 보니 임신도 잘 안 된다는 사실이 이미 보고되고 있었다(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