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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속으로

eunyongyi 2021. 3. 14. 12:14

원도 지음. 이후진프레스 펴냄. 2019년 9월 27일 초판 1쇄. 2019년 10월 21일 초판 2쇄.

 

 신고 내용이 그거야. 게이를 봤대.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신고를 접수하고 전파하는 역할인 112지령실에서 이런 황당한 신고나 경찰력이 필요 없는 단순 민원 전화는 지령실 차원에서 마감해 줘야 하는데, 112지령실 직원의 태도가 크게 문제 됐던 오원춘 살인 사건 이후로 지령실에서는 몹시 몸을 사려. 무조건 신고를 접수하고 파출소에 지령을 내리게끔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떻게 보면 자신들에게 1그램의 책임도 돌아오지 않도록 최대한 면피하는 거지(27쪽).

 

 가정 폭력 현장에 가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을 목도해. 물건을 부수거나 가족을 폭행하는 것 말고도 온 집 안에 물을 뿌려 놓는다거나, 옷장에 있는 옷을 전부 꺼내 칼로 갈가리 찢어 버린다거나, 죽여 버리겠다고 목을 잡고서 창가로 끌고 간 뒤 매달아 놓거나. 심지어는 뜨거운 물을 부어 버리겠다고 냄비에 물을 끓이고 있는 것도 봤어. 떨고 있는 가족의 모습처럼 덜덜 끓고 있는 냄비가 어찌나 공포스럽게 보였는지 언니는 짐작도 못할거야(31쪽).

 

 엄마를 폭행하는 아빠에게 달려들어 같이 싸우다 손바닥이 찢어진 아들의 눈동자를 기억해. 아빠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옷장에 있는 옷을 다 찢어 버려서 속옷 차림으로 경찰관을 맞이할 수밖에 없던 초등학생 딸의 눈동자를 기억해. 알코올 의존증인 아빠가 술병을 깨트려서 마룻바닥에 깔린 유리에 찔릴까 봐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던 남자아이의 눈동자를 기억해(34쪽).

 

결혼이주여성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의 무관심이지만 남편이 자신의 아내에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내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는, 자신이 돈 주고 사 온 것에 불과한 물건 정도로 생각하는 거라는 잔인한 이유를(51, 52쪽).

 

 그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던 거야. 남자는 우리에게 말했어. 자신은 중간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베트남으로 가서 여자를 사 왔다고(54쪽).

 

우리는 2019년 순경 기준으로 시간당 2,997원의 야간 수당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어. 2018년에는 2,937원이었는데 해가 바뀌고 60원이 오른 거야. 경찰서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총경’의 바로 밑 계급인 ‘경정’도 야간수당이 4,722원에 불과해. 평균 3,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보내는 밤은 참 길고도 지독하더라(169, 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