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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얘기해도
eunyongyi
2021. 3. 17. 23:32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 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 5. 20.
전남매일신문 기자 일동.
전남매일신문 사장 귀하(85쪽).
“우리도 시민군을 만들어 싸웁시다(124쪽)!”
찬 공기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광주교도소였다(137쪽).
나는 20평 남짓한 창고에 150명의 사람들과 함께 감금됐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정렬시켜 놨는데 그나마 멀쩡한 사람은 앞줄에 두고 그 뒤로 다친 정도에 따라 앉혔다. 창고 구석에는 가마니에 싸인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138쪽).
발가락이라도 움직이면 계엄군이 개머리판으로 찍어 눌렀다. 폭행은 밤낮없이 이뤄졌다. 공수부대 중위가 한 바퀴 돌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사가 왔고 다시 하사가 와서 사람들을 폭행했다(139쪽).
폭행을 멈추는 방법은 죽음뿐이었다. 창고 안에서 사망자를 52명까지 세다가 말았다. 시체는 교도소 내 잔디가 있는 곳에 암매장됐다. ···이곳은 지옥이다(140쪽).
우리가 한 짓이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