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1년 7월 27일 1판 1쇄. 2021년 7월 31일 1판 2쇄.
천문대에 첫 출근을 한 날 결혼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예전에 한 번 했었다고 답하고는, 더 설명해달라는 눈빛을 읽고 작년에 이혼했다고 덧붙였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려고 했지만 심장이 뛰었고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12쪽).
“남자 없이도 잘 살 수 있어, 엄마(16쪽).”
“모두가 겪는 일은 아니겠지. 사람한테 미치는 거 말이야. 한순간 완전히······ 미치는 거지(33쪽).”
그녀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55쪽).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가 있다면 그건 여자로 태어나고, 여자로 산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때 그 사실을 알았다(57쪽).
할머니가 고개를 젓자 아저씨는 진짜 천함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천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입에 있다고 했다(111쪽).
너에게는 체로 거르듯이 거르고 걸러서 가장 고운 말들만 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러지를 못했다(119쪽).
언젠가 별이었을, 그러고 언젠가는 초신성의 파편이었을 나의 몸을 만져보면서.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130쪽).
그때의 내 마음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세계가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은 나의 유한함을 위로했다(158쪽).
옛날 사람들 말이 맞아. 딸의 곡성은 저승까지 들린다고······(168쪽)
어마이가 이야기 좋아하믄 가난해진다고 해두 어쩔 수가 없었다. 기게 참 좋았더랬어(186쪽).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자기 딸이랑 맺어준 사람이에요. 그것도 모자라 남편이 떠난 게 할머니 탓이라고 했어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할머니 친아버지가(251쪽).
“그래. 언제든 돌아와도 돼(3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