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책좋아요 ILikeBooks 417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지음. 한길사 펴냄. 2006년 8월 30일 1판 1쇄. 2010년 12월 20일 1판 4쇄. 나는 좌•우의 어떤 정치•이데올로기적 권력이건 진실을 은폐•날조•왜곡하려는 흉계에 대항해서 진실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른 모습대로 세상에 밝혀내는 것을 글 쓰는 목적으로 삼고 일관했다. 광적인 반공•냉전•전쟁 애호•반평화통일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시기에 특히 그러했다(18쪽). 이상의 획기적 평화조치의 실현을 돕기 위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한 가지 남아 있다. 남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핵무기 숭배사상을 타파하는 일이다. 특히 “핵무기와 주한미군 없이는 불안하다”는 미신과 같은 주술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과장되고 조작된 이 미신의 주술의 사슬을 끊지 않고는 이 민족의..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창비 펴냄. 2019년 7월 1일 초판 1쇄. 2022년 3월 25일 초판 28쇄.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가 그러하듯, 자식에게는 답답한 상식을 들먹이면서도 뒤로는 신나게 외도를 하거나 종교나 주식, 다단계 같은 것에 미쳐 있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다(16쪽). 내 목소리가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생각하다, 내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51쪽). 형이 과거에 학생회장이었는지, 뭐 얼마나 대단한 운동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하루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서 저자 욕이나 하며 맞춤법을 고치는 별 볼 일 없는 남자잖아요(140쪽, 141쪽). 그는 언제나 나를 바꾸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겼으나, 불행히도 나는 누군가에 의해 쉽게 바뀌는 성격이 아니었다(153쪽).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 2015년 11월 23일 1판 1쇄. 2021년 9월 13일 1판 180쇄.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한다(48쪽). 사피엔스의 신체는······중략······사과나무에 기어오르고 가젤을 뛰어서 뒤쫓는 데 적응했지, 바위를 제거하고 물이 든 양동이를 운반하는 데 적합한 몸이 아니었다. 인간의 척추와 무릎, 목과 발바닥의 장심이 대가를 치렀다. 고대 유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126쪽).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여름의 맛

하성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3년 10월 4일 초판 1쇄. 2022년 10월 4일 초판 7쇄. “뭘 보고 있는 거냐?”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아저씨가 쓸고 온 거리요. 평화로워요(9쪽).” ㅡ두 여자 이야기 죽음이 손끝도 스칠 수 없을 만큼 젊고 탄력 있는 육체였다(68쪽). ㅡ여름의 맛 미로 같았다. 그 많은 큐비클 어디에선가 불쑥 누군가의 머리가 드러나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면 그게 설사 사람이 아니라 문어라 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112쪽). ㅡ오후, 가로지르다 ‘큐브 농장’이라고 불리는 비좁은 칸막이 안에서 일하는 우리가 과연 닭을 동정할 만한 처지에 있긴 한 건가(136쪽). ㅡ오후, 가로지르다 숨이 막혔다. 북쪽 벽에는 검은 곰팡이들이 피어 있었다. 잠을..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히니 지음. 이르비치 펴냄. 2023년 10월 20일 초판 1쇄. 어떤 말은 귀로 들어와서 위장에 머물렀다(47쪽). 법은 멀었고 사장은 가까웠다(119쪽). 그 와중에도 ‘내가 거부하면 이 사람이 상처받겠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128쪽). 수천 번을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는 영원히 안 넘어간다(141쪽, 142쪽). 무엇보다 누군가의 틀에 나를 포기하면서까지 맞추는 것, 상대의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158쪽). 2021년 말 당시 여당 대표 송영길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를 두고 사석에서 남편에게 반말한다는 이유로 비난했다(165쪽). 충격요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늘 내 기분만 상하게 했다. 맞은 곳을 또 맞으면 아프기만 할 뿐 아무 소용..

웹툰과 영상의 기호학

이수진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22년 1월 19일 초판 1쇄. 디제시스는 서사기호학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픽션 세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모든 종류의 스토리텔링에 적용 가능하다(10쪽). 웹툰의 칸들이 또는 영상의 컷들이 아무리 미학적으로 멋있거나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모든 칸과 모든 컷을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웹툰이나 드라마를 본 경험을 상기해 보면, 최종적으로 이야기의 전개 방식 즉 이야기가 어떻게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는지를 요약하여 기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두 개의 이미지들 외에는, 이미지 자체로서의 예술적 측면보다는 이 이미지들의 흐름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더 각인된다(41쪽). 장 폴 사르트르 .

로봇저널리즘

김대원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22년 7월 7일 초판 1쇄.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기성 언론 경영진은 자신들의 기자에게 ‘기자'로서 정체성을 불어넣는 전략을 택하기보다는 ‘회사원'으로의 직무에 충실하길 요구한다. 이는 소수 언론으로의 신뢰 편향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정 언론으로 사회의 신뢰 구조가 편중되는 구조는 대다수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기제가 되기에, 언론 전반의 신뢰 제고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다(8쪽). 송호근(2013), . 단순한 사실 전달 그리고 표피적 수준의 분석만으로는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사가 설 땅은 더 이상 없다(25쪽). 기레기라는 용어는 2010년부터 인터넷에 등장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이 용어가 부각된 때는 2012년이다. 당시 이 단어는 기자 집단을..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이해

정용찬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20년 7월 31일 초판 1쇄. 엥겔지수를 만든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은 생존 기간 내내 그 사람의 모든 이력이 숫자로 표현되는 현상을 일컬어 “통계는 그 사람이 죽은 후에야 그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즉 정확한 사망 연령이 확인되고 사망 원인이 파악된 뒤에야 개인은 통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표현했다(이언 해킹, 2012). 알고리듬도 이와 다르지 않다(6쪽). 구글은 검색 알고리듬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사항으로는 긴 글일수록, 해당 페이지가 자주 변경될수록, 페이지 내용이 복사한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것일수록, 저작권이 표기된 것일수록, 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적게 발생할수록, 동영상 중에서는 유튜브 동영상이 더 우대받는다(41,..

미디어와 공간 변화

이희상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20년 10월 15일 초판 1쇄. “맨체스터 사운드는 런던의 중심에 대항한다는 기호가, 시애틀 사운드는 뉴욕의 중심에 대항한다는 기호가 덧붙어 있다(9쪽).” -신현준, 2012. “광고의 이미지와 언어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있어야 할’ 삶을 나타낸다(27, 28쪽).” -Cronin, 2008. 캠벨은 SUV가 육체의 생명정치와 세계의 지정학을 연결하는 제국의 자동차라고 주장한다(33쪽). 브뤼노 라투르는 기술적 무의식이라는 블랙박스 상황을 “우리는 기술에 완전히 의존하는 한편, 그런 기술 위에서 떠도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64쪽). 항해 가능한 공간을 의미하는 사이버스페이스는 SF 소설가인 윌리엄 깁슨에 의해 ..

호밀밭의 파수꾼

제이 디 샐린저 지음. 정영목 옮김. 민음사 펴냄. 2001년 5월 30일 1판 1쇄. 2023년 9월 19일 3판 4쇄. 어떤 것들은 있는 그대로 늘 있어야 한다. 그 커다란 유리 상자에 갖다 두고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한다(187쪽). 이때 웃기는 거, 그 애를 보는 순간 결혼하고 싶어졌다. 나는 미쳤다(190쪽). 묘지에 있는 건 그 애의 몸과 그런 것뿐이고 영혼은 천국에 있다는 둥 그 모든 헛소리를 잘 알지만 어쨌든 견딜 수가 없었다(234, 235쪽). 그러니까 꼬마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마구 달리면 내가 어딘가에서 나가 꼬마를 붙잡는 거야. 그게 내가 온종일 하는 일이야(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