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 2015년 11월 23일 1판 1쇄. 2021년 9월 13일 1판 180쇄.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한다(48쪽).
사피엔스의 신체는······중략······사과나무에 기어오르고 가젤을 뛰어서 뒤쫓는 데 적응했지, 바위를 제거하고 물이 든 양동이를 운반하는 데 적합한 몸이 아니었다. 인간의 척추와 무릎, 목과 발바닥의 장심이 대가를 치렀다. 고대 유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126쪽).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173쪽).
“만일 남자가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만나 그녀를 붙잡아서 동침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남자는 그 젊은 여성의 아버지에게 은 50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 그 여자는 그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신명기 22:28 ~ 29).”
-213쪽
‘데나리우스'라는 이름은 주화를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이 되었다. 무슬림 칼리프들은 그 이름을 아랍어화해서 ‘디나르'를 발행했다. 디나르는 오늘날에도 요르단, 이라크,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튀니지를 비롯한 여러 나라 화폐의 공식 명칭이다(264쪽).
일신론자들은 자신들이 단 한 분밖에 없는 신의 모든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종교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지난 2천 년간 일신론자들은 모든 경쟁상대를 폭력으로 말살시킴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되풀이했다(310쪽).
신약에 따르면,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하기 직전에 한 여인이 은화 3백 데나리우스 값어치의 비싼 향료를 예수에게 부어 예수를 축성했다. 예수의 사도들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지 않고 그렇게 엄청난 돈을 낭비했다고 여인을 비난했다. 하지만 예수는 그녀를 옹호하며 말했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마가복음 14:7).”
-376쪽
마르크스를 비롯한 사회 비평가들이 빈정댔듯이, 서구 정부는 자본주의자들의 노동조합이 되어가고 있었다(460쪽).
미국의 경우 심지어 현충일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경건한 날이었지만, 이제는 특별 세일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쇼핑을 하러 가는데, 어쩌면 자유를 수호했던 사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492쪽).
제2차 세계대전 당시 BBC 뉴스는 나치 점령하의 유럽에 방송을 내보냈다. 모든 뉴스 프로그램은 첫머리에 영국 국회의사당 시계탑의 시계 소리를 생방송으로 들려주었다. 이것은 자유를 상징하는 마법의 소리였다. 독일의 천재 물리학자들은 생방송에 나오는 딩동 소리의 톤이 날씨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토대로 런던의 기상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 정보는 독일 공군에게 귀중한 도움이 되었다. 영국 정보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그 유명한 시계 소리를 녹음 방송으로 바꿨다(500쪽, 501쪽).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5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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