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창비 펴냄. 2007년 10월 30일 초판 1쇄. 2017년 4월 18일 초판 51쇄.

 

잘못했다. 영화를 먼저 본 거. 언젠가 아이피(IP) 티브이에 값싸게 내걸렸기에 별 생각 없이 골라 본 건데. 언제 봤는지조차 도로 생각해 내지 못하겠는데. 이런저런 흐름 따라 영화 속 여러 장면 되살아나니, 이거야 원. 영화가 책 읽는 들숨 날숨을 흩뜨릴 줄이야.

특히 영화 속 ‘영혜’ 언니. <박하사탕> 속 그 배우 얼굴까지 겹쳐 보일 정도로 억센 나머지 읽는 내내 그를 떨칠 수 없었다. 힘겹게. 머리 안에 다른 ‘영혜’ 언니를 조금 그려 보다 그 배우에게 붙들렸고. 다시 붙들렸다. 어쩌랴. 영화를 먼저 본 것을. 영화 속 ‘영혜’와 짝이 된 사람. 미안하지만 내내 거북했고. 영화 속 ‘영혜’는… 본디 ‘영혜’보다 예쁜 것 같았으니. 음. 읽으며 새로 그려 보던 머리 안 그림을 죄다 망치고 말았네.

참, 이건 매우 드문 일인데 — 그럴 리 없을 성싶은데 ― 도무지 도로 떠오르지 않는 얼굴 있다. 영화 속 ‘영혜’ 언니와 짝이었던 배우. 여태 모르겠다. 영화를 다시 봐야할까. 다시 보면 느낌 달라지려나. 아직까지 그 영화를 찾아보진 않았다.

 

덧붙여 하나. ‘몽고반점’은 언젠가 어느 큰 서점에서, 선 채로 조금 읽어 본 게 생각났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다른 단편 모음집이었던 듯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