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율, 정한울 지음. 시사IN북 펴냄. 2019년 10월 1일 초판 1쇄.
20대 남자 현상의 백미는 단연 젠더 문제다. 노동 시장 성차별 문제, 연애·결혼 시장의 성차별 문제, 그리고 페미니즘 문제에 이르기까지, 20대 남자는 젠더 문제에 가장 일관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17쪽).
20대 남자가 진정으로 특별한 집단이 되는 것은 남성 차별 문제를 무겁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은 일관된 분노와 강한 결집력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기성세대 남성에게서 찾기 어려운 인식이다(18 ~ 21쪽).
20대 남자의 인식 세계에서 남성은 약자다. 능력은 남자가 뛰어나지만 권력이 남성을 차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59쪽).
생애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영역(교육·입시·취업)에서 이들은 또래 여자들에게 거의 주눅 들어 있다(104쪽).
이렇게 해서 우리는 납작한 공정, ‘맥락이 제거된 공정’을 마주한다. 맥락도 구조도 증발한 채, 사실의 조각 몇 개가 ‘팩트 폭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온라인 공간에서 끊임없이 복제된다. 그래서 팩트 폭행은 우리 시대를 상징할 만한 유행어다. 이 말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맥락이 제거된 공정’의 시대를 증언한다. ‘역지사지도 해 보고, 상대 입장에 서 보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상상하는, 앞뒤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작업’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119 ~ 120쪽).
조지프 퍼시킨 <병목사회>
천관율 “20대 남자 현상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남자와 여자가 직접 마주쳤을 때 여자들에게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권력이 여자 편을 든다’ 이게 핵심적인 정서로 잡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젠더 이슈만도 아니고 권력 이슈만도 아닌,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이슈에서 굉장히 폭발적인 분노를 드러냅니다(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