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임규찬 진정석 백지연 엮음. 창비 펴냄. 2005년 11월 25일 초판 1쇄. 2009년 5월 15일 초판 5쇄.
“하늘이 내린 불보다 인간이 저지른 불이 더 무서웠다(<쇠와 살> 206쪽).”
‘하늘이 내린 불’은 고려 묵종 때 있었다는 제주 화산 폭발. ‘인간이 저지른 불’은 1948년 4·3 제주 민중 항쟁을 짓밟으려 못된 권력이 낸 거. 음. 뒤늦게 <쇠와 살> 보았네. 나쁜 놈들. 몹쓸 것들. 2018년 사월이 흘러간다. 한반도가 허리끈 풀고 크게 숨 튼 사월로 기억되겠지. 남북 숨 튼 뒤 더욱 잘 알아야 할 4·3 항쟁이요, 제대로 돌이켜 볼 국가 폭력이다.
아래로 <순이 삼촌>과 <쇠와 살>에서 꺼낸 네 토막.
그런데 8년 세월에 비하면 김포공항에서 단 오십 분 만에 훌쩍 날아간 고향은 참으로 가까운 곳이었다(<순이 삼촌> 106쪽).
“인간 백정놈들! 백성을 다 죽여놓고 백성 없는 나라를 세우려는 거냐(<쇠와 살> 215쪽)!”
여성동맹에서 활동한 한 처녀가 살기 위해 전향했다. 그러나 전향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써 보여주어야 했다. 그녀 앞에 산에서 잡혀온 한 아주머니가 세워졌다. 그 아주머니는 바로 이웃집 여자로 평소에 제사 때마다 돌담 너머로 떡을 나눠 먹던 사이였다. 순경이 뒤에서 철창을 주면서 찌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처녀는 창을 거부하고 결연히 죽음을 택했다(<쇠와 살> 217쪽).
양민 학살도 범죄지만 학살된 원혼을 억압하는 것도 죽은 시체에 칼질하는 격으로 두벌죽음시키는 범죄이다(<쇠와 살> 229쪽).
아래로 <김주영·현기영 ㅡ 20세기 한국소설 36>에 담긴 소설.
김주영, <도둑견습>, 한국문학 18호, 1975.
김주영, <외촌장 기행>, 문예중앙, 1982.
김주영, <새를 찾아서>, 문학사상 173호, 1987.
현기영, <순이 삼촌>, 창작과비평 49호, 1978.
현기영, <겨우살이>, 창작과비평, 1985.
현기영, <쇠와 살>, 창작과비평 77호, 1992.
현기영, <마지막 테우리>, 문예중앙,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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