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4.08.22. 08:40 ㅡ 세상을 바꾸는 비즈니스

eunyongyi 2020. 6. 26. 16:18

[독후] 세상을 바꾸는 비즈니스

원제: The Business of Changing the World
마크 베니오프, 칼리 애들러 지음. 김광수 옮김. 해냄 펴냄. 2008년 9월.


“착한 척에 자랑질은…. 어디 웬만해야 말이지.”
첫 느낌이 그랬다. ‘낯간지럽지도 않나. 웬 착한 척?’ 하는 기운이 거리낌 없이 솟구쳤다. 제아무리 착한 체해도 이윤에 집착하는 기업의 생리를 감출 수 없을 것이기에. 감추지 않을 때도 많기에.
헌데 자랑질까지? 솟구치는 게 그냥 기운만은 아닌 듯했다. 엊그제 먹은 것까지 함께 올라오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특히 “노동조합을 가진 소매 유통업체들이 그렇듯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가) 여러 가지 문제도 안고 있었다(259쪽)”는 지은이의 인식은…, ‘이익률이 낮은 업종에서 노동조합이 인건비 삭감에 맞서 장기 파업을 벌이는 게 문제라는’ 건…, 부박하지 않은가. 기업가에게 잘 보여야 할 까닭이라도 있었을까. 곳곳에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도사렸다.
꾸민 말 ‘세상을 바꾸는’에 끌려 그 안에 과연 무엇이 담겼을까…했다. 하여 책을 진즉 사 두었으되 ‘비즈니스’가 미덥지 않아 수년을 묵혔다. 아니나 다를까. ‘착한 비즈니스의 한계’를 감추려 여기저기 땜질한 곳이 많지 않은가. 땜질은 천연덕스러웠다.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사회 공헌을 덧씌웠다. 행간을 읽으려 끙끙댈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볼까. 하워드 슐츠와 오린 스미스를 비롯한 스타벅스 경영진은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이룬 회사를 만드는 게 꿈(160쪽)”이었단다. 최고경영자인 짐 도널드도 같은 꿈을 꿀 테니 “회사의 이익만 챙겨서는 성공할 수 없다. 직원과 고객, 주변의 많은 단체에도 환원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지름길이다. 사회공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비즈니스 감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가면 훌륭한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급하는 금액의 일부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뿌듯하게 여긴다(165쪽)”고 말했다.
칼슨컴퍼니 창업자 커트 컬슨은 “익명 기부를 통해 도움을 받는 이들이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딸(마릴린 칼슨 넬슨)의 생각에 “우리 가족이 회사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내가 유도했던 것은, 건물이나 해당 프로그램에 우리 가족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단다. 만일 우리 가문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면 너나 네 자녀들에게 힘든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 만일 익명으로 기부한다고 가정하면 신에게는 더없이 영광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다음 세대들에게는 어떠한 자극도 안 될 거야(280쪽)”라고 대답했다. 이것 참, 교묘한 대답이다. 종교를 가진 이가 ‘신에게 더없는 영광’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대물림인 모양인데, 그것마저도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을 꾀한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자극할 다음 세대를 ‘칼슨컴퍼니 호텔과 음식점 따위의 매출에 도움이 될 소비자’로 본 건가. 아닌가? 칼슨컴퍼니를 대물림할 자기 후손을 자극하려는 건가.
이 사람들, 스타벅스와 칼슨컴퍼니 경영진은 ‘회사 이익’만 챙기지 않는 척하면서 ‘훌륭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성공의 지름길’을 텄다. 사회 공헌을 앞세워 더 많은 소비자를 자사 상품과 서비스로 꾀었다. ‘지름길’의 끝엔? 이윤이 있게 마련. 이런 걸 두고 “참, 천연덕스럽다”고 나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며 이 책을 읽어 낸 것은 틈과 틈 사이에 한 번 칠할 만한(일말·一抹) 게 있어서였다. 탐욕스런 여러 한국 기업가가 새겨들었으면 하는 게 있어서였다. 그자가 더 악덕하면 참으로 곤란하니까.
“누군가의 피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산업을 ‘깨끗이’ 하는 게 옳을 뿐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는 확신을 얻게 됐다(45쪽).”
피! 앨렌 G 하센펠드 하스브로(HASBRO) 회장은 자본주의가 무엇을 지르밟고 섰는지 알았던 모양. 하여 ‘깨끗이 해야 옳다’고 확신하게 된 듯하다.
그의 ‘깨끗이 하기’는 나눔으로 이어졌다. 나름의 올바른 생각을 실천하기 위한 나눔. 한국 기업인이 유달리 서툰 바로 그 나눔. “하스브로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건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46쪽)”이라는.
이런 생각을 얼마간 실천하니 앨렌 G 하센펠드 회장은 “나는 회사의 문화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회장과 시이오(CEO)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믿고 있다. 올바른 문화를 조직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43쪽)”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 기업인이 섣불리 말할 수 없는 말 아닌가. 물론 천연스레 그런 척하는 이는 있다. 사실은 많다. 한국에 거짓말쟁이 사태가 날까 걱정일 지경이다.
“훌륭한 (기업) 관리의 기본은 옳은 일을 향한 의지에서 오는 마음가짐(51쪽)”이라고 말한 이도 있다. UPS를 창업한 짐 케이시. 이 회사, 창업(1907년) 초기 가치관을 확고히 유지한단다.
지은이는 “UPS는 늘 무언가를 사회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원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짐 케이시는, 피고용자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주식도 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회사를 공개한 1999년 이전까지만 해도 UPS의 모든 주식은 임직원과 퇴직자들이 소유했고, 최근에도 임직원의 보유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상장기업이 된 후로도 UPS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56쪽)”고 썼다. 이른바 경영 철학이랄 게 있으니 “UPS는 직장인들로부터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힌다. 배송 기사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16.2년으로 미국 직장인의 평균 재직 기간에 비해 네 배 이상 길다. 뿐만 아니라 UPS에는 강제적인 퇴직 연령이 없어서 마티 피터스 같은 직원은 82세에 입사 59주년 축하까지 받았(57쪽)”단다.
한국 노동자 가운데 이런 대접(?)을 받는 이가 몇이나 될까. UPS 창업자와 경영진이 직원을 마땅한 예로써 대하니 ‘주소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는’ 배송 체제를 처음 도입(53쪽)하는 것 같은 혁신을 이루지 않았겠는가. 창업주와 최고 경영자 등에 대한 존경 따위는 마땅한 예로부터 나오게 마련이다. 달리 까닭이 있어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기준(근로기준법 제4조)을 세웠겠는가.
노동자를 마땅한 예로써 존중하라. 당신에겐 노동자 위에 군림할 자격이 없다!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고객 만족도 불가능하기(128쪽)” 때문에 직원을 위해 많은 돈을 쓴다는 래리 피쉬 시티즌금융그룹 회장처럼 직원 행복을 위해 ‘얼마간’이나마 신경을 쓰라. 당신의 진짜 목적이 ‘고객 만족을 통한 이윤 증대’라 할지라도 직원의 행복을 위해 먼저 돈을 쓰는 자세를 내가 반기겠다. (당신이 나의 반김에 그리 신경을 쓸 까닭이 없겠지만, 나 역시 반가움을 숨길 이유가 없다.) 한국 사회에 직원을 세심히 보살피는 기업가가 희소해서다. 욕은 나중에 따로 하겠으되 일말의 기대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게 어렵다면 인텔과 시스코시스템스처럼 ‘일하는 공간의 평등’만이라도 구현할 수 없을까. 인텔에는 “지정 주차장이란 게 없고, 모든 직원뿐 아니라 회장인 (크레이그) 바렛조차 작은 칸막이 안에서 일한(139쪽)”단다. 시스코시스템스 직원도 ‘동일한 정육면체 사무 공간에서 일’하고 “고객용을 빼고는 지정 주차장을 없(175쪽)”앴단다.
나는, 우리(노동자)는 존중받고 싶다. 우리 땀이 당신 회사를 살아 있게 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하나. ‘위트니스(Witness)’와 피터 가브리엘은 이 책의 보석. 여러 기업의 착한 척 자랑질에 끓어오르는 노기(怒氣)를 누르며 읽어 낸 작은 위안이랄까. 책꽂이에 꽂아 두되 여럿에게 “읽어 보시라”고 권하지 않고, 혹여 책에 관해 누가 물어 보면 “그나마 피터 가브리엘 이야기에 마음이 아주 조금 움직일 만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할까. 아무튼 피터 가브리엘 같은 도덕적 품성을 가진 사람의 노래가 나는 반갑다.
“제 여권의 직업란에는 뮤지션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사실 ‘인권 운동가’로 불리고 싶어요(357쪽).”
가브리엘의 바람과 자세가 모든 기업가의 가슴에 깃든다면야 따로 무엔 걱정이 있겠는가. 그와 함께 땀 흘릴 용의가 넘치겠다.
위트니스의 “사명은 미디어, 변호사, 역사가, 교육자,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에게 적절한 자료를 제공하고 생생한 인권 탄압 기록을 보존하는 것(367쪽)”이란다. 돈깨나 번 모든 이가 그리 생각하면 얼마나 기꺼울까. 그 모든 이가 “지금까지 세계는 진보를 이루어 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수많은 인종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며, 인권 문제에 대해 생색만 내는 정부가 대부분이다. 이제 기업들도 보다 책임감을 느껴야만 하고, 우리 모두는 더욱 깨어 있어야 하며 더 많이 실행에 옮겨야 한다(368쪽)”고 말하면 기껍기가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덧붙여 둘. 지은이는 “세계 시스코 직원들이 지역 사회에서 거둔 성과는 아주 대단하다”더니 “시스코코리아에 근무하는 250여 직원은 하루를 정해서 북한산 등반 코스를 깨끗이 청소하며 시간을 보낸다(183쪽)”고 소개했다. 과연 지금도 그러고 있을까. 시스코시스템스코리아의 봉사 활동이 한국 시민에게 제대로 닿고 있을까.
덧붙여 셋. “우리는 회사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해와 신실이라는 핵심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다. 회사의 오늘을 만든 존재가 바로 직원들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그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더러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경험에 비춰 보면, 회사의 가치를 실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야말로 시장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이다. 직원을 위한 선의의 노력이 당장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낳을지 모르나 멀리 내다보면 회사와 브랜드 모두에 그만한 보상을 안겨 준다(199쪽).” 필 마리뉴 리바이스 최고 경영자가 한 말이다. “한 브랜드가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선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201쪽)”단다.
덧붙여 넷. 밀켄연구소 회장인 마이클 밀켄을 “비즈니스 세계로 이끈 결정적인 사건은 1965년에 일어난 와츠 폭동(The Watts Riot)이었다. 19세의 나이에 연기와 비명이 난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밀켄은 버스 앞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결코 인권을 지켜낼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권리를 지키려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다시 말해 그냥 일자리를 얻는 것보다는 자기만의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234쪽)”단다. ‘버스 앞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라 함은 혹시 용감한 민권 운동가 로자 파크스를 비꼰 것인가. ‘권리를 지키려면 자기만의 비즈니스 기회를 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또 웬 궤변인가. 권리를 지키고 싶으면 돈을 벌라? 이게 밀켄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질 기본 권리에 대해 진솔하게 생각해 본 결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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