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선을 위한 힘: 성공한 비영리단체의 6가지 습관
원제: Forces for good
레슬리 R 크러치필드, 헤더 머클로우드 지음. 김병순 옮김. 소동 펴냄. 2010년 10월.
‘배울 것’보다 ‘바람’을 품고 훑었다. 한국 기업에게 ‘착함(善)’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였다. ‘비영리단체의 습관을 말한 책을 두고 웬 기업의 착함을 바라나’ 싶을 수 있겠지만, 사업하는 뜻이 상대적으로 착한 비영리단체와 달리 ‘욕심이 지나친’ 한국 기업의 반성이 급해서였다.
비영리단체가 공익을 지향하되 자본주의를 딛고 선 집단이기에 같은 체제를 밑바탕으로 하는 기업에게 통할 ‘착함’이 있게 마련일 터. 실제로 기업과 비영리단체는 구조적으로 매우 가깝다지 않은가.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도 두 조직은 큰 이익을 공유한다. 비영리단체는 대의를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고 그에 따라 명성도 커진다. 기업은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회사의 명성을 더욱 굳건하게 세우고 소비자와 직원, 유통업자와 주주의 충성도도 더 높인다. 마침내는 이런 제휴 관계가 기업의 매출과 수익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120쪽)”지 않은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니 ‘착함’도 얼마간 통하리라.
헌데 “우리에겐 천천히 조금씩 변화할 겨를이 없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에 걸쳐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야 한다.……중략……사회 변화에 영향력을 더 크게 미칠 중요한 기회가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다. 다행히도 위대한 비영리단체와 그들이 보여 주는 교훈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29쪽)”할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은 숨 돌릴 겨를 없이 바뀌어야겠다. 속절없이 가라앉은 ‘세월(SEWOL)’과 박근혜 정권의 무능을 우리 함께 보지 않았던가. 1993년 10월 ‘서해훼리’에 얽힌 기업의 탐욕 탓에 소중한 생명 “362명을!” “잃었음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2014년 4월 가라앉는 ‘세월’을 멍하니 지켜보고 말았으니 넋마저 잃을 지경이다. 하여 겨를이 없다. “관료주의나 형식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며, 좀 더 효과적으로 활동하도록 발전”할 줄 알며 “다른 단체와 함께 활동함으로써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충분히 긴 지렛대’를 늘 발견(52쪽)”하고는 한다는 미국의 ‘성공한 비영리단체’의 습관이라도 하루빨리 주워 삼키게 해야겠다.
꿀꺽꿀꺽하되 체하지 말아야 할 테니… 한국 기업에 먼저 깃들어야 할 ‘착함’을 곱씹어 보았는데, 그 맛은… 정말이지 씁쓸했다. 한국 기업에 쓸개 빠진 자(者) 많아서였겠지, 뭐. 여하튼. 먼저 곱씹어 삼킬 건 ‘혁신 앞에 선 자본가의 태도와 철학’이다. ‘그자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라고도 해 두자. 물론 자본가로서 품었던 몹쓸 탐욕을 얼마간 버린 뒤여야 할 터다.
지은이는 혁신 앞에 선 지도자의 손에 “내부 조직 사이의 협력을 권장하고 서로 소통하게 해 내부 장벽을 허무는(248쪽)” 열쇠가 있어야 한다고 썼다. 속한 조직 안에서 “무엇이 돌아가고 무엇이 돌아가지 않는지 아는 것은 혁신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249쪽)”이기 때문. 이 경로에 들어서려면? 지배하거나 군림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할 터. 이 책에 등장한 열두 개 비영리단체의 “지도자들은 서로 다르지만 조직 안팎에 리더십을 분배할 줄 알았다. 사회적 부문의 최고 자리에 오르는 유일한 방법은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진정한 권력은 권한과 책임을 상층부가 독점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조직 내부에 널리 분산하는 데서 온다(262쪽).”
알아듣겠는가. 군림하지 말라. 존중하라. 그래야 더 “널리 분산”할 수 있다. “성공한 비영리단체의 강력한 리더십은 권력의 맨 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조직 전반에 널리 확산돼 있다. 성공한 비영리단체의 지도자는 자신의 임무를 혼자만 수행하지 않고 조직에 고루 나눈다.……중략……나아가 관련 단체나 협력 단체에도 리더십을 공유한다(268쪽).” 알아듣겠는가. 나누라. 그렇지 못하면 당신은… 그저 ‘쯧쯧’에 불과하리라.
“짐 콜린스는<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겸손한 인성과 전문가로서의 의지를 겸비한 사람을 ‘5단계’ 지도자라고 표현(270쪽)”했단다. 특히 좋거나 위대한 “지도자는 강력한 전문적 해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보다 조직을 키우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중략……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조직의 이해관계보다 전체 운동의 대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271쪽)”한단다. 나, 당신(자본가)의 도량과 능력과 업적 따위가 뛰어나고 훌륭할 것을 바라지 않되 “좀 착하기라도 해 줬으면” 싶다. 간절히. 당신의 마음이 넓고 생각이 깊어 이런저런 일을 너그러이 처리할 수 있다면야 나, 걱정할 게 무엔가. 그때부턴 그저 당신을 존경하는 것으로 족하리라.
워렌 베니스와 버트 내너스는 “관리자는 일이 올바르게 진행되도록 하는 사람이며, 지도자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276쪽)”이라고 정의했단다. 올바르려면 언행과 마음씨가 곱고 발라야 할 터. 그게 어려우면 셀프헬프를 세운 마틴 익스처럼 조용히 동료의 뒤나 옆으로 물러나라. 그는 “조직 규모가 어느 선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가 됐(278쪽)”다고 간파했다. 당신이 조직의 앞을 가로질러 막으면 참으로 곤란하지 않겠는가. 물러나라. 겸허히. 곱씹자. 익스플로라토리움 대표였던 고에리 들라코트는 “사람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했어요. 사람들은 모든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했지요. 다른 단체에서는 태양이 지도자 위에만 비추지요. 그러나 그런 식으로 조직을 만들면 안 돼요(284쪽)”라고 말했다. 정 물러나기 싫다면 당신 머리 위에만 뜨는 태양이라도 없애라. 내 당신의 겸손을 두고두고 칭송하리라.
헤비타트 공동 설립자 말 풀러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을 버리는 것이죠. 자신을 운동에 모두 바쳐야 해요.……중략……뒤돌아보지 마세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한밤중까지 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 소명 의식, 헌신성입니다. 연금 확대나 봉급 인상 같은 운동은 진정한 운동이 아니(288~289쪽)”라고 말했단다.
숭고하다. 그의 진정성을 느끼겠다. 허나 이건 안 될 말. 뜻이 높고 고상하다 하여 헤비타트에서 일하는 이의 삶을 피폐하게 해선 곤란하니까. 헤비타트가 크게 흔들렸고, 이사회가 결국 풀러를 해고한 까닭이기도 할 터다. 헌신한 만큼을 모두 채워 보상할 순 없더라도 운동가가 열정과 소명 의식을 큰 어려움 없이 잘 발휘할 환경을 마련해 보증하는 게 마땅하다. 자의적이게 마련인 ‘당신만의 열정과 소명 의식’ 따위로 사람을 닦아세우지 말란 얘기. 그리하면 운동가가 쉬 지친다. 그가 떠나면? 당신과 당신의 조직도 위험할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영향력이 큰 성공한 단체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흥미진진하고 의욕에 불타는 동료로 둘러싸여 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보수도 좋아지고 새로운 일도 생긴다. 따라서 더욱 그 단체에 남고 싶어진다.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버티고 있으니 단체가 계속 성장하는 건 당연하다. 스스로 발전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323쪽).” 그러할진대 막무가내로 헌신을 강요해선 곤란하겠다. “어쨌든 이들 (성공한 열두 개) 비영리단체는 개인의 전문 능력 측면에서나 조직 관리 측면에서 진정한 권력은 권한과 책임을 상층부가 독점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조직 내부에 널리 분산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권력은 리더십이 조직 전반에 스며드는 문화, 권력을 자유롭게 내주는 것에서 온다(299쪽)”는 걸 머릿속에 새겨 넣듯 기억하라. “관료주의에 빠져 있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단체, 새 아이디어는 나오지만 그 창조성을 구현할 구조가 없는 단체는 얼마 안 가서 무능한 단체로 전락할 것(362쪽)”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비영리단체가 하는 일? “끊임없이 적응하고 창조성과 조직 구조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368쪽).” 성공한 비영리단체가 하지 않는 일? “관료주의에 매몰되거나 아이디어만 너무 많다(368쪽).”
이제 대의(大義). 주목하자. 마땅히 지키고 행할 큰 도리다. “조직에는 내부 역량이나 자체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할 때가 여러 번 온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비영리단체의 지도자는 조직의 더 큰 대의를 발전시키는 다른 활동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여기에 소개되는 열두 개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89쪽).” 함정. 그곳엔 이윤 창출이나 조직 확대 같은 욕심이 도사리게 마련. ‘대의’에 주목할 이유다.
실제로 대의를 쉬 잃을 개연성이 있다. 이윤 창출과 조직 확대가 유혹적일 테니까. 달리 이유가 있어 피딩아메리카가 “기아와 관련된 정치 문제에는 확고하게 자세를 취하지만, 복지개혁처럼 좀 더 광범위한 경우에는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138쪽)”겠는가. “후원 기업들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138쪽)”이었다. 두려웠던 거다. 하여 ‘실용적 이상주의’라는 포장이 필요한 것일 터. 즉 “열두 개 비영리단체는 ‘실용적 이상주의’라는 역설적 개념을 보여 준다. 모두 강력한 이상 아래 만들어졌지만, 순수한 이상주의를 지향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1930년대 급진 사회주의자나 1960년대 신좌파 활동가들이 ‘체제’ 자체에 항거한 것과 다르게 이들 비영리단체는 이상주의를 실용주의와 조화시킨다(90쪽)”는 것.
“그렇다고 자신들의 영혼까지 내다 팔 정도로 멀리 가지는 않는다. 이들은 성과를 거두는 것과 본분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줄 안다. 그 모습은 아주 우아하고 섬세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춤과 같(90쪽)”을 것이되 유혹은 늘 있다. 따라서 “많은 비영리단체는 여전히 기업체와 자본주의를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좌파’는 행동주의로 사회 변화를 추구했다. 지금도 사회적 분야 전반에 걸쳐 비영리단체가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거나 나아가 심지어 기업처럼 활동해야 하는지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110쪽)”는 걸 차분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
“커뮤니티웰스벤처스의 한 보고서는 묻는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가치를 팔아 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사업에 몰두하면 우리의 영혼을 잃는 건 아닐까?’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몇몇 단체는 기업과 제휴하지 않거나 자체 수익사업을 벌이지 않는 것이 그 해답이라고 말한다(134쪽).” 편의와 사정에 따라 애초 취지를 매만지기 시작하면 변질할 개연성도 커질 터. 일관되게 지켜야 할 본디 바탕마저 잃으면 곤란하다. 환경방위는 “월마트가 자신들을 이용해서 ‘그린 워싱’, 말하자면 친환경적으로 보이게 하는 부정 세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136쪽)”에 월마트의 제휴 제안을 거부했다. 시민이 환경방위를 얼마간 믿어 주는 까닭이 달리 있겠는가.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서일 거다. 물론 환경방위도 상황에 따른 전략적(?) 판단에 따라 기업에 기댈 때가 많았겠지만 적어도 “제휴를 맺은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한 곳이라도 비리에 연루되면, 어렵게 이룩한 제휴 관계의 순수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136쪽)”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비영리단체가 제휴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136쪽)”는 걸 깊이 새기면 좋겠다. 뇌리에. 가슴에. 욕심이 지나친 기업, 특히 한국 기업 때문에 세상이 흐려져 시민이 괴롭고 아프면 곤란하니까.
덧붙여 하나. “셀프헬프는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대출해 주려면 2차 시장(발행된 채권을 사고파는 유통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그래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게 주택 융자를 하는 것처럼 은행들이 자본을 재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돈을 빌려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셀프헬프는 이 복잡하지만 뛰어난 방법을 이용해서 저소득층 주택소유자에게만 대출해 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2차 시장을 만들어 냈다(117쪽).”
‘복잡하지만 뛰어난 방법’…이라고? 그 ‘복잡한’ 방법이 실물(주택)과 돈(파생금융) 사이 거리를 크게 벌려 놓았다. 세상은? 들어 본 적 없던 ‘돈의 허풍’의 밑바닥이 도대체 어디쯤일지 모른 채 거의 모든 이가 파산할까 두려워 덜덜 떨어야 했다. 재산을 모두 잃고 거리로 나앉은 이도 많았고. 2008년 월 가(Wall街)에서 터진 금융 위기가 딱 그랬다. 망할. 자본주의 테두리 안 비영리단체의 어쩔 수 없을 한계라 다독이고 말아야 할까.
둘. “헤리티지는 1994년 연합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에게 ‘미국과의 약속(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선거 공약을 내세우게 해 미국 전역에서 보수주의 논쟁을 점화시킴으로써 많은 주가 ‘파랑색(민주당 지지)’에서 ‘빨강색(공화당 지지)’으로 바뀌게 만들었다(213쪽).” 베키 노턴 던롭 헤리티지 대외담당 부회장은 “우리는 다른 단체들과 경쟁하지 않아요. 우리는 전체 보수주의 운동의 한 부분일 뿐이지요. 다른 단체에게 무엇을 도와주든 그것은 보수주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보수주의가 점점 더 커지고 성장하는 것이죠(215쪽).”
제자리걸음. 보수주의가 커지고 성장한다면? 더 나아지거나 더 높게 되지 않는 세상. 한 자리에 머무르는 그저 그런 곳. 어휴, 싫다.
덧붙여 셋. 환경방위의 루타는 “미국을 바꾸고 싶다면 미국 기업을 바꿔야 한다고 확신(142쪽)”했다. “기업은 사회를 새롭게 건설하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꼭 그래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방법은 세상을 바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142쪽)”는 것. 한국 기업은? 갈 길,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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