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바람 지나 다시 빗속에
9월 25일. 가을볕 참 따갑더이다.
“그늘에서 하세요. 왜 거기(볕 든 곳) 서 있어요.”
속삭인 아주머니. 그 마음 참 고맙습니다. 덥긴 했으되 뙤약볕은 아니었어요. 걱정해 주신 마음, 제 품속에 넣어 뒀습니다.
“아이고, 저 냥반이 진짜…. 거 의자라도 가져다 놓고 해. 앉아서 해도 판(손팻말)에 쓴 거 잘 보이겠구만. 그러다 병나! 사람들이 관심도 잘 안 보이는구만 그렇게 서 있어, 답답허게.”
호통친 아저씨. 그 마음 참 고맙습니다. 다리가 좀 뻐근했으되 주저앉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침에 멀찍이 자전거로 지나치며 “뭐여, 응? 아아, 저 양반 해고된 모양이구만”이라시더니 저를 마음에 담아 두셨던 모양이죠. 점심 무렵 그예 호통치신 마음, 제가 깊이 품었습니다.
26일. 갈바람 좀 불더이다.
“이거 하나 드세요. 갈증 나실 테니.”
마실 거리 건넨 아주머니. 그 마음 참 고맙습니다. 바람에 손팻말이 흔들리긴 했으되 놓칠 만큼은 아니었어요. 파랑 깡통에 담긴 마음, 꿀꺽꿀꺽 제 가슴에 삼켰습니다.
29일. 가을비 제법 세차더이다.
“우산을 받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여러 동료 노동자. 그 마음 참 고맙습니다. 빗속에 다시 선 게 가엽고 불쌍했을까요. 눈길에 담겨 제게 건너온 정답고 포근한 여러분 마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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