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시대의창 펴냄. 2010년 일월.
GDP 성장과 주가 상승 등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정책 틀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 틀을 바꿔야 한다. “GDP는 경제 분석의 좋은 지표가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금융이윤과 부동산 값 상승에 따른 성장은 허구”라고 지적한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103쪽).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자본의 세계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되어 있어 자국에 대한 고용 투자를 기피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이전 시기까지 국내 고용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제조업에 대한 자본 투자가 해외로 돌려짐에 따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124쪽).
광의의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정부 부문 고용이 작다는 것은 선진국의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실업 위험의 분산 역할이나 복지 서비스 공급 역할이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공재 공급과 같이 사적 부문이 담당할 수 없는 공적 서비스 강화가 요구된다.……중략……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공공부문의 고용은 경기 변동에 따른 변화가 크지 않다. 따라서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자동안정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127쪽).……중략……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부문 고용이 10퍼센트를 넘어선 프랑스의 총소비 감소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128쪽).
가계 자산 중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2006년 기준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83퍼센트로 미국의 58퍼센트, 호주의 68퍼센트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높다.
만약 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보유한 현금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도 자산의 83퍼센트를 차지하는 부동산은 제때에 처분되지 않는 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가계에서 이자비용 마련을 위해 부동산 매물을 내놓을 경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144쪽).
최근의 가계부채는 개별 가계의 씀씀이가 헤퍼서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2008년) 말 세계 금융 위기를 지나오면서 정부와 금융기관이 가계를 희생시킨 결과다.
2008년 말부터 정부는 경기 부양이라는 이름으로 한편에서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단행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정부가 앞장서 부동산 시장을 띄운 셈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되자 여기에 투자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가계는 늘어났다. 그러다가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증가하자 정부는 2009년 7월에 들어서야 LTV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가계는 대출이자 부담과 부동산 폭락을 우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149쪽).
돈을 풀고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안정적인 일자치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그것이 소비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금융기관은 금융 위기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타격을 입었다. 이는 그동안 예대율을 훨씬 뛰어넘는 무리한 투자,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한 투자를 해온 결과다. 은행은 잃어버린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안전한 수익처를 찾았고 그게 바로 가계였다.……중략……[그 사이 중소기업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쓰러졌다.] 가계를 희생양으로 삼아온 정부와 금융기관의 경제 정책과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149쪽).
(아파트 등) 자산을 매각해서 부채를 없애고 현금흐름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으로 대단히 간단하다. 하지만 문제는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중략……10억 원이 넘는 돈은 그대로 깔고 앉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이다(158쪽).
결국 숫자로만 존재하는 자산 가치를 구경만 하면서 힘들게 번 돈으로 자산에 딸린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159쪽).
빚으로 남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대다수 평범한 중산층, 서민계층이란 것도 서글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161쪽).
머니게임의 끝은 공멸. 머니게임을 멈추고 건전한 재정 관리 원칙을 되살려야 할 때다(161쪽).
많은 돈을 쓰고 좀 더 여유 있게 사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본질을 뜯어봐야 할 때(162쪽).
기업 광고나 마케팅에 의해 조작된 욕구로 만들어지는 풍요는 오히려 끝도 없는 욕구로부터의 소외를 낳아 더한 빈곤에 갇히게 된다.……중략……일본 인류학자 쓰지 신이치는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풍요로워지기는커녕 창문도 없는 대형 쇼핑센터, 아스팔트, 스포츠클럽, 다이어트 지옥과 절대로 끝나지 않는 공사파에 갇히는 대신 품위 있는 자연환경과 떨어진다고 지적한다(163쪽).
돈 버느라 정작 여유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164쪽).
고정 지출이 적어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165쪽).
돈의 종이 되지 않고 돈을 능동적으로 통제하는 자유로운 사람(167쪽).
특목고나 자사고가 수능 성적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형국을 통해 알 수 있듯, 특수 형태 학교 중 다수는 각 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특성화 교육보다 입시에 치우진 교육을 한다. 다양한 교육을 위한 ‘교육 과정의 자율권’을 ‘입시 준비의 자율권’으로 악용해 오히려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187쪽).
우리나라 사교육은 대학이나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위한 ‘입시 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달해 왔다(194쪽).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은 지나치게 저소득계층에만 집중된 잔여적 지원 정책 위주라는 점과, 큰 그림 속에서 연관성을 갖고 추진되지 못한 채 개별적이고 실적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212쪽).
사회안전망은 빈곤선 아래 소수 계층을 위한 게 아니다. 누구라도 생애를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불안 요인들―실업, 건강 수준 저하, 임신·출산, 장애, 노화 등―에 대한 사회적 대처 방식이다. 이런 불안 요인은 개인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우며, 한번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개인적인 힘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우리 사회는 이런 불안 요인에 대해 개인이나 가족 수준에서 대처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가계는 기본 생활비와 교육비 등을 넘어 노후 대비와 부양 의무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현실이다(215쪽).
금융 자유화를 규제로 전환하는 것. 특히 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개혁 단행(248쪽).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절대 진리인 것처럼 여긴 노동 유연화의 정당성 근거가 무너진 것(248쪽).
시장 영역으로 편입되던 의료, 교육과 같은 사회 서비스를 공적인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248쪽).
“국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단기적 투기자금의 이동을 제한하자(253쪽).”
투기적 수익을 노리고 움직이는 국제 금융자본의 피해를 막는 일은 이제 지구적 과제(265쪽).
‘고용 문제의 장기적 성격’과 ‘정부 고용 대책의 단기성’이 충돌하면서 재정지출은 계속되는 가운데 고용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268쪽). 정체된 노동소득 대신 금융차입을 늘려 소비하는 경제 구조가 노동소득 정체를 은폐해 왔기(269쪽) 때문. 자산시장 거품이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은폐해 당연히 줄어들어야 할 소비지출이 오히려 늘어난다(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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