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이용자’ 볼모 삼기 유행하면 곤란하다
KT가 오늘부터 방송과 인터넷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마트TV의 망(네트워크) 접속을 제한한다. TV로 인터넷을 쓸 수 있되 게임·음악 등 이용자 편의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는 접속할 수 없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만든 스마트TV가 국내에서 100만대쯤 팔렸고, 10만명 정도가 인터넷 융합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당장 10만여 스마트TV 이용자의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접근권을 위협한다. KT가 포털 같은 인터넷콘텐츠사업자와 ‘망 중립성’ 갈등을 빚는 상황을 감안하면 장차 1784만여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칠 변화라 하겠다.
이용자는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고 선택한 서비스의 콘텐츠·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쓸 권리가 있다. 휴대폰과 태블릿PC 등 합법적인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권리도 있다. 스마트TV도 합법적인 방송·통신 융합기기다. 법률과 규범이 정한 바에 맞게 구매한 기기로 온전한 서비스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을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을까. 이건 뭔가 잘못됐다.
더 큰 문제는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점이다. 스마트TV 제조업체는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부담할 요금을 자신이 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KT가 제조업체에게 망 이용대가를 요구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KT도 이용자에게 요금을 물릴지를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최종 소비자가 요금을 내는 게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자 간 갈등 때문에 ‘합법적인 스마트TV 이용 환경’까지 임의로 거스르면 곤란하다. 가뜩이나 방송사업자 간 지상파방송 재전송 대가 갈등이 1522만여 종합유선방송 가입자의 시청권을 훼손한 뒤끝이다. 방송통신 ‘이용자’ 볼모 삼기가 유행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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