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보이스 피싱
“인천지방경찰청 김홍렬(또는 김흥렬) 수사팀장입니다. 어제 오후 3시 30분께 국민은행 **지점에서 박진희, 김**씨가 이은용씨 이름으로 개설한 대포통장에 입금된 600만420원을 빼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이 무슨 깜짝 놀랄 일인가. 수사팀장 이름이 ‘흥렬’인지 ‘홍렬’인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가 전화기 건너편에서 휙 스치듯 이름을 말한 탓이다. ‘**’으로 표시한 부분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이거 새로운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인 모양이죠?”
나의 이 한마디에 그가 머뭇거리는 듯했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는 이내 “이은용씨, **년 *월 **일생, 맞죠?”라고 정확한 내 생년월일을 귓속에 들이밀었다. 자신을 지방경찰청 수사팀장으로 꾸민 만큼 남다른 정보력(?)을 뽐낼 요량이었을 것이다. “아니오. 그런 사람 모른다”는 나의 대답. 그는 당황한 기색이더니 “아니라고요? …….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어슷비슷한 전화금융사기를 이런 정도로 갈무리했다면 다행이겠으나 현실은 다르다. 올 9월부터 최근까지 470여명이 비슷한 수법에 속아 105억5567만원이나 빼앗겼다. 사기범은 피해자를 경황이 없게 해 알아낸 통장번호·비밀번호·신용카드번호 등을 이용해 대출한 돈을 빼내어 갔다. 고객에게 대출한도 변경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운 금융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피해자 75명이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고, 집단소송까지 준비하는 이유다.
금융 정책 당국은 평균 2100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을 빼앗겨 비분강개한 피해자 현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겠으나 막을 방법이 있기는 할까. 꾸준히 쓰레기(스팸) 같은 문자메시지를 신고하는데도 ‘문의하신 2500만원 60개월 상환 가능하다’는 게 날아온다. 문의는 무슨. 제발 이젠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지쳤다. 이러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 것 같아 두렵다. 속는 셈치고 한번만 더 어금니 사려무는 심정이랄까. “발본색원하자”고 외친다. 다시는 같은 일이 생길 수 없게 할 방법을 찾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웬만한 개인정보는 모두 샜다. 네이트·싸이월드에서 주민등록번호 3500만개가 빠져 나갔다. 그럴 수 없을 것 같던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공무원 4600여명의 여권발급정보까지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삼성카드·하나SK카드 등 도대체 새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유출된 주민번호를 바꾸자”는 주장이 있다. 귀가 쫑긋한다. 금융 거래의 바탕인 내 주민번호가 이미 샌 상태라면 두세 번째 사기 획책이 이어질 수 있다. 찜찜하다. 변경을 원한다면 바꿔 주는 게 옳다. 주민등록법상 ‘이름’을 바꿀 수도 있는데 ‘번호’ 몇 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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