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공포 2: ‘생활·전자파의 발견’
서울 양천구 신정이펜하우스(3060세대)에 사는 김흥군 씨는 올 8월부터 전자파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아파트 옥상의 이동통신 중계기를 발견한 뒤로다. 주민인 자신에게 일언반구 없이 중계기를 설치한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이웃 다섯 명과 함께 대책모임을 결성했고, 3개월여간 1000세대로부터 중계기 제거 서명을 받았다.
그는 서명운동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자신이 사는 동(棟)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모든 중계기를 철거하는 게 목표다.
무엇이 김 씨를 자극했을까. 그는 “이용자에게 (기지국·중계기 설치) 선택권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다.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는 물론이고 전자파 노출 범위 안에 사는 주민에게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설치해도 좋을지 미리 묻는 게 옳다.
신정이펜하우스 같은 사례가 많다. 건물주와 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 기지국·중계기를 설치한 사실을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후 철거를 두고 갈등한다. 건물주가 통신사업자로부터 매년 수백만 원을 받고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설치할 공간을 빌려주는데 정작 전자파는 사방으로 내뻗치는 게 문제다. 건물 주변 주민이 건물주보다 전자파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이해 다툼의 골이 깊어졌다. 통신사업자는 민간 계약에 따라 기지국·중계기를 설치한 터라 현행법상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고객·이용자·시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도의적 책임’을 바랄 뿐이다. 2009년 30만7000여개, 지난해 39만1000여개, 올 6월까지 29만8000여개 등 날로 중계기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라 다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업자의 용단이 절실하다.
지역 주민의 비선택적·비자발적 전자파 노출 현상을 주시할 때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3~4밀리가우스(mG)에 장기간 노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삼아 극저주파를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는데, 국내에서 하루 평균 4mG 이상 전자파에 노출되는 인구가 3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는 그 수를 400만명으로 보기도 했다.
일상생활에 전자파가 젖어 들었다. 환경부가 환경정책기본법상 대기·물·토양·폐기물·소음·진동·악취·일조(日照) 같은 ‘생활환경’ 범주에 전자파를 추가하려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에만 적용하던 전자파 흡수율 측정을 ‘인체 20㎝ 이내에 쓰는 휴대용 무선(통신)기기’로 확대하려는 까닭이기도 하다. 노트북PC, 태블릿PC, 가정용 무선전화기, 무전기 등이다.
유해할 수 있는 인자(전자파)의 무해성이 입증될 때까지 관리하려는 정부 자세가 반갑다. 앞으로 ‘오염 원인자 책임원칙’ 같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계 이견을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윤리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기업에게 더 많은 성공 기회를 주는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라는 얘기다. “전자파 발생을 억제할 기반을 마련하고, 총량을 규제하자”는 홍승철 인제대 교수(보건안전공학)의 제안도 주목할 만하다. 전자파 노출원을 미리 통제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꾸리는 게 중요해서다.
전자파, 생활의 새 발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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