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2. 20:02 ㅡ K와 H′

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6) K와 H′

K와 H′는 친구다. 같은 학교 같은 과에 다녔고, 같은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했다. 이 정도면, 두 사람 사이가 좋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H′가 3년 먼저 공무원이 됐기 때문이었을까. (행정고등고시 합격 기준으로는 2년.) 두 사람 사이에 틈이 생겼고, 지금은 그 틈이 더 넓어졌다.
틈이 크게 벌어진 상황은 2007년에 일어났다. 그해 K와 H′는 휴직을 한 뒤 해외에 가려했다. 2년짜리 민간 근무 휴직제를 이용해 공무로부터 벗어나 여유를 찾고, 경험도 넓히려 했던 것. 자녀 교육을 위한 선택이라는 후문도 들렸다.
문제는 한 사람만 갈 수 있었다는 것! K와 H′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맞닥뜨린 뒤로 양보는 없었다.
K가 갔고, H′는 남았다.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추진한 ‘정부 조직법 전부 개정’에 따라 K와 H′가 속한 기관에 변화가 일었다. 다른 기관으로 가거나 남아야 할 사람을 정해야 했다.
주변 사람 눈에 H′ 마음 속 앙금이 커보였을까. “H′가 K의 민간 휴직 자리를 다른 기관 몫으로 돌리려 한다”는 소문이 바람을 탔다. 소문대로라면, K가 돌아올 자리를 없애려는 것으로 읽혔다. 그때 H′의 위치가 그랬다. 조직 개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곳에 있었다. K는 격분했고, 두 사람 사이 틈은 더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K가 갔던 민간 휴직 자리는 애초 기관에 그대로 남았다.
K가 돌아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