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호]새해에는 관심 좀... 두 번째 이야기
지난 3일 저녁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을 무렵, 나는 정보통신부 A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정세균 전 산자부 장관이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했다.
그런데 A가 내게 “산업자원부 장관이 공석이에요?”라고 되묻는 상황이 일어났다. A는 정세균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몰랐다. 그저 ‘몰랐을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허탈한 웃음까지 입안에 잡아두지는 못했다. A가 산자부 장관 관련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사용한 ‘과학기술처’라는 단어에 이미 두 번씩이나 노출돼 머릿속이 약간 꼬여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전자신문 새해 1일자 27면 ‘기자수첩(제목: 새해에는 관심 좀…)’을 통해 과학기술부를 과학기술처로 인식하는 사례를 들며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다른 부처에서 하는 일에 관심 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터라 ‘처’라는 글자가 빚는 데시벨이 더욱 높게 느껴졌다.
1998년 2월 과학기술처가 ‘부’로 승격됐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줬어야 했을까, 아니면 “신문 좀 보라”고 비꼬아야 했을까.
정통부에서 팀장이면, 4급 서기관으로서 국가 주요 IT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기존 정부 중앙부처 과장에 해당하는 실무 책임자다. 7조원대인 정통부 예산도 팀장들 손에 들고난다.
산자부 장관이 누가 되든, 과기부가 어떻게 변했든 상관없이 A가 맡은바 임무에 충실해주면 세금을 내는 한 사람으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다른 부처에서 하는 일을 잘 알아서 시너지효과를 내주면 더욱 고맙겠고!
가만… A가 진짜 몰랐을까? 옛 경제기획원, 산자부 출신들이 많은 정통부 직원인데 정말 그 정도를 몰랐을까. 더구나 산자부와 정통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깝다. 실제로 최근 각각 발표한 디지털 전자 수출 실적(산자부)과 IT 수출 실적(정통부)은 서로 많이 닮았다. 만일 A가 그렇게 잘 알고 있었다면, 내가 쓴 새해 1일자 기자수첩을 통렬하게 비꼬았던 것? 내 머릿속이 꼬여 빚어진 오해라면 풀어야 할 텐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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