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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튜브··· 과대 포장 안 될 말

eunyongyi 2021. 4. 2. 12:18

장밋빛 전망 일색 하이퍼튜브, 상용화할지 의문

 

 By Eun-yong Lee

 

 탕. 총소리만 들렸다. 지름 8.75cm, 길이 15cm인 두랄루민 캡슐을 37.5m짜리 튜브 안에 쏘는 공기총 소리였다. 캡슐 시속 1000km를 넘기려고 튜브 시험 구간을 1000분의 1기압 아래로 내리느라 24분이 걸렸다.

 지난 2020년 11월 12일 오후 2시 9분 경기 의왕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축소형 하이퍼튜브(hyper tube)  공력시험장치’ 안에서 발사된 차량 모델 캡슐은 시속 1039km로 달렸다. 이날 이뤄진 공력(공기힘) 시험은 34회째. 하이퍼튜브는 진공 튜브 안에서 시속 1200km짜리 자기부상열차가 달리는 체계인데 아직 실증되지 않았다. 기자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공인 인증을 얻고자 한 34회 시험 참관자로서 현장을 지켜봤다.

 

▴”셋 둘 하나, 발사.” 2020년 11월 12일 오후 2시 9분 하이퍼튜브 연구원들이 관제소에서 캡슐 발사 버튼을 누르고 있다(왼쪽). 사진 11시 방향에 공력시험장치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캡슐 주행 시험 구간으로 초고속 촬영을 위해 조명을 켜 뒀다. 사진 12시 방향이 관제소다.   

 

 시험은 실패였다. 시속이 1039km에 이르렀지만 캡슐 뒤쪽 끝이 나뉘어 떨어졌기 때문. 강도가 높은 두랄루민이지만 시속 1000km를 넘어선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깨졌다.

 연구팀은 2020년 9월부터 11월 12일까지 서른네 번 치른 하이퍼튜브 시험에서 캡슐이 말짱한 채 시속 1000km를 넘긴 게 “서너 차례”였다고 밝혔다. 확인된 바로는 10월 29일 33회 때 1019.3km, 10월 22일 24회에서 1049.02km를 기록했다. 10월 28일에도 캡슐을 여덟 번 쏜 가운데 31회 때 시속 1005.49km로 달렸지만 캡슐 뒤쪽이 떨어지고 말았다. 철도기술연은 33회 결과를 보도자료에 담아 지난해 11월 11일 “세계 최초 성공”이라며 공개했고, 여러 매체가 ‘비행기보다 빠른 기차?’라거나 ‘서울 부산 20분 주파 꿈의 열차’와 같은 장밋빛 기사를 쏟아냈다.

 

▴김동현 철도기술연 수석연구원이 하이퍼튜브 시험용 15cm 캡슐(오른쪽 위)을 내보였다. 2020년 11월 12일 34회 시험에서는 왼쪽 사진처럼 캡슐 뒤쪽 끝 마개가 떨어져 나갔다. 마개가 나뉜 채 주행하는 모습이 초고속 카메라에 잡혔지만, 연구원 측이 공개를 꺼려 제공하지 않았다.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시속 1000km를 넘어선 충격으로 뒤쪽 끝 마개가 깨지고 본체가 찢어지거나 우그러진 캡슐도 나왔다. 김 수석연구원은 “권총 탄알 빠르기인 시속 900km가 마의 구간”이라며 “(2020년) 9월부터 서서히 속도를 끌어올렸는데 900을 넘어서면 캡슐 깨짐이 잦아 지금은 (시험 체계를) 안정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열차 아닌 16m짜리 주행 캡슐

 

 현실은 달랐다. 37.5m짜리 장치 가운데 1000분의 1기압 주행 시험 구간은 16m에 지나지 않았다. 발사부 뒤쪽에서 캡슐 주행 안내 줄(Guidance wire)을 팽팽히 당겨 주는 곳 1.9m, 발사부 14.7m, 제동장치 4.9m를 빼야 했다. 장치 크기도 모두 실제의 17분의 1이다. 캡슐을 17배인 지름 148.25cm, 길이 255cm로 키워도 높이 150cm, 너비 160cm, 길이 360cm 안팎인 4인용 경차보다 작아 ‘열차’라고 일컫기 어렵다. 같은 지름에 길이가 30cm인 실험 캡슐을 17배로 늘려도 6인승 이상 차량을 그려 내기 어렵다. 그나마 30cm 캡슐은 시험 초기에 시속 800km까지만 몇 차례 발사해 본 뒤 실험을 멈췄다. 뒤쪽 마개만 있는 15cm 캡슐과 달리 머리쪽까지 따로 조립해야 하는 “구조상 아직 큰 이점이 없어서” 실험을 중단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결국 한국 하이퍼튜브 현주소는 ‘소형 자동차 크기 차량을 겨냥한 16m짜리 공력 시험 장치’다. 연구팀은 2020년 11월 19일 35회 시험 때 캡슐 깨짐 없이 시속 1022km, 이튿날인 20일 36회에서 1019km, 같은 날 37회 때 1016km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11월 20일까지 치른 공력 시험 서른일곱 번 가운데 ‘캡슐 깨짐 없는 시속 1000km 이상 주행’에 네댓 차례 성공한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니 ‘서울 부산 20분 주파’는 아득히 멀다.

 그나마 하던 시험도 멈췄다. 공력 시험 장치가 있는 철도기술연 본관동 2층 복도 바닥이 고르지 않아 주행 안내 줄이 출렁댔고 캡슐에 흠집이 났다. 이를 바로잡으려고 2020년 12월부터 장치를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하느라 당분간 시험을 할 수 없게 됐다.

 

▴철도기술연 하이퍼튜브 공력시험장치 개략도. 초고속 주행 ‘시험 구간(Test part)’이 16m로 설계됐다.

 

 이런 현실에도 이관섭 철도기술연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10년 내에 (상용화) 연구에 착수하고, 본격적인 실증 연구를 시작한 뒤 10년 내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시속 1000km 이상 수준의 시스템을 만들어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실제 차량 운행용 튜브를 포함한 시험 설비 구축을 바라며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게, 7km 정도 건설하는 데 8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 부산 간을 직선으로 꽂으면 정확히 320km가 나온다”며 “현 시점 토지보상비를 빼고 동일한 노선과 수송량을 감안해 뽑아 보니 KTX 건설비는 km당 269억 원인데 하이퍼튜브는 (그 값의) 53%이고, 운영비도 절반”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따라 추산하면, 토지보상비를 뺀 서울 부산 간 하이퍼튜브 건설비는 4조5622억 원쯤이다. 앞서 짚은 시험 주행 튜브 건설비 8000억 원을 더하면 5조3600억 원. 서울과 부산 사이를 이미 KTX가 달리고 있는데 5조 원을 들여 320km짜리 하이퍼튜브를 따로 놓는 게 과연 경제적일까.

 특히 부산행과 서울행 튜브 두 줄이 놓일 곳의 토지보상비는 쉬 짚기 어려울 만큼 큰 금액일 터. 밀어붙이면 모두 세금 들 일 아닌가. 하이퍼튜브를 과대 포장해선 곤란하다.

 2021년 4월 2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관섭 신교통혁신연구소장과 김동현 하이퍼튜브 공력시험장치 수석연구원은 ‘공력시험장치 수평 보정을 위한 해체 재조립을 마무리하고 시험을 재개했는지’를 묻는 기자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