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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질문들 ㅡ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성교육

eunyongyi 2018. 2. 27. 21:29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7년 9월 20일 초판 인쇄. 

 

여러 달 읽고 생각하며 좀 더 깊거나 알맹이가 다른 페미니즘 이야기를 찾다 보니 이 책에도 닿았네요. 본디 제목은 <GIRLS & SEX>. 음. 곰곰. 곱씹어 볼 게 있습니다. 

하여 책에서 꺼낸 토막이 많네요. 특히 "2012년에 4000명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부분의 십 대들은 처음 성경험을 하기 전에 특히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중에서도 관계와 섹스의 감정적인 측면에 대해 부모가 더 많은 조언을 해 주기를 바랐다(373쪽)"는 거. 


아래로 나머지 토막 열둘. 

  

1995년 미국 전국청소년성건강위원회. 청소년의 친밀한 신체 접촉은 "상호 합의 하에, 상대방을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고, 정직하고, 즐거우며, 의도치 않은 임신과 성병을 방지"하는 형태로 이뤄져야만 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왜 창피할 정도로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가(16쪽)? 

 

고든 레빗. "성인 등급이든 '연방통신위원회 전연령관람가 승인'을 받았든 관계없이, 어차피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69, 70쪽)." 

 

나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70명 이상의 젊은 여성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 중에 아버지와 섹스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은 딱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 여성들은 내가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면 그냥 웃고 말았다. 어머니 쪽도 사정은 크게 나을 수 없었다. 섹스에 대해 딸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해 봤다고 믿는 어머니들도 그러한 대화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솔직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는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일단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부모가 더 이상 무조건 "안 돼!"라는 말을 안 하게 되면,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155쪽). 

 

크리스티나. "딸한테 이렇게 말해야겠네요. '이건 전적으로 네 선택이야. 네가 편하게 느끼는 대로 하면 돼. 하지만 안전을 잊으면 안 돼. 섹스를 하면서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어(165쪽).'" 

 

어른들이 계속해서 성에 대한 공개적인 대화를 회피하는 한, 청소년들은 인터넷 한 모퉁이에서 정보를 찾을 수밖에 없다(236쪽). 

 

케이틀린 라이언의 주장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의 안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가족의 포용이다(253쪽). 

 

2013년 현재, FBI는 "피해자와 합의 없이,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신체의 일부나 물건을 피해자의 질 또는 항문에 삽입하거나 타인의 성기를 입에 넣는 것"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있다(284쪽). 

 

우리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하는 대신, 강간범에게 강간하지 말라고 해라. 진짜 성폭력을 줄이고 싶다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알코올 남용을 문젯거리로 지적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은가(299쪽)? 

 

술 취한 여성은 '손쉬운 먹잇감'이 아니다. 여성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해서 네가 마음대로 강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303쪽). 

 

게이브리얼. "너무 복잡한 문제야. 남자 입장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기가 최선을 다해야지. 상대방을 보면서 '정말 괜찮아? 백 퍼센트 확신해? 확실한 예스라고 봐도 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될 것 같아(323쪽)." 

 

한 네덜란드 소녀는 첫 번째 삽입 성관계를 가진 후 엄마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거든요. 제 친구 엄마도 제에게 어땠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제가 오르가슴을 느꼈는지, 그리고 상대 남자도 느꼈는지(350, 351쪽)." 

 

"하지만 성관계는, 처음에 좋다고 말했다고 해서 반드시 끝까지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합의라는 유용한 도구를 활용하세요. 좋은 애인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사람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좋게 봐줘야 나쁜 애인이고 최악의 경우 강간범이나 다름없죠(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