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4.10.10. 14:55 ㅡ 손팻말

eunyongyi 2020. 6. 26. 15:50

119. 소화전. 사장 차. 담배.

 

손팻말 지척 바닥에 ‘소화전’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등에 ‘119’라 새긴 분 여럿이 뚜껑 열어 “오십”이라 점검하는 걸 보고야 알았네요.
오십? 수압 같은 걸 살펴본 거였겠죠. 거참, 뜻밖에 ‘소화전’이 눈에 밟혔습니다.
‘소화전’에 잇대어 쓴 ‘주차금지’도 새롭고요. 하! 얼마간 괜스레 눈길 갈 것 같아요.
…….
손팻말 지척 ‘소화전’에 꽂힌 제 시선을 검은 자동차가 흩뜨렸습니다.
꽁무니 번호판을 보니 사장 차. 한데 아홉 시 이십 분?!
출퇴근 보고가 어쩌고저쩌고… ‘근태’를 앞세워 특정 노동자를 해고한 자본가가 이십 분이나 지각해서야 쓰겠습니까. 사장은 제 편의에 따라 출퇴근과 외근 시간 따위를 맘대로 선택하면서 성실히 땀 흘리는 노동자에겐 “너는 출근이 늦더라”거나 “퇴근이 이르다”고 툭, 툭 내던지면 곤란하죠. 면구스럽지 않겠습니까.
이 말 제대로 알아들을지 모르겠는데 “요량(料量)하세요.”
마음속에서 우려낸 참된 마음으로 드린 말씀이오니 곡해하진 마시고.
…….
한데 자동차에서 내릴 때 보니 입에… 담배?!
엄지와 검지로 바투 잡은 꽁초였으니 차 안에서 태웠겠죠.
사장 차 운전해 주시는 분, 담배를 태우…시던가? 그분, 담배를 즐기지 않으면 그야말로 고문(간접흡연)일 텐데.
꽁초는 어찌 처리했을까?!
주차장에서 현관으로. 계속 들고 갔을까. 엘리베이터로. 사장실까지?
현관에. 버렸을까. 설마 엘리베이터에? 재떨이는 있겠지. 사장실에.
무례하네요. 땀 흘리는 노동자께.
출근길 주차장과 현관, 엘리베이터 등지에 담배 연기 흩날리는 동료가 있었나… 싶어 곰곰 되새겨 보기도 했습니다.
세상없는 자리에 앉아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권력을 휘두른다 하여도 “태도나 말에 예의가 있어야 합니다.”
마음속에서 우려낸 참된 마음으로 드린 말씀이오니 곡해하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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