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3.12.24. 08:40 ㅡ 촛불

eunyongyi 2020. 6. 26. 17:21

“철도 민영화? 미친 사유화를 멈추라!”

 

2013년 12월 19일 서울시청 앞마당. ‘응답하라 12·19’. 

<미친 사유화를 멈춰라: 민영화, 그 재앙의 기록>

원제: Schwarzbuch Privatisierung
미헬 라이몬, 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김호균 옮김. 시대의창 펴냄. 2010년.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이월 이십오일 출범했을 때로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를 호시탐탐했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났다. 당연했다. 장사 잘 되는 공항을 매각할 이유가 없었다. 인천공항이 여의치 않자 정부(국토해양부)는 시선을 한국고속철도(KTX)로 옮겼다. KTX에도 민영화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론쯤은 그다지 신경 쓸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2012년 일월 삼십일일 정부(기획재정부)가 산은금융지주·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을 풀었다. 이리저리 ‘민영화 틈’을 노려 부릅뜬 눈이 금융에 파고든 것이다. 이날 청주국제공항 운영권을 삼십 년간 민간에 넘긴다는 국토해양부 발표도 나왔다. 청주가 공항 민영화의 출발점이 되고, 여수·제주 등지를 거쳐 인천에 닿을까 걱정스러웠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핏발 선 눈길이 언제든 공항과 KTX 등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방증했다.
이명박 정부 태생을 모르는 바 아니나 해도 너무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내내 ‘신자유주의’를 조몰락거렸다. “기업을 시장에 넘기면 시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한다는 생각(22쪽)” 말이다. 가뜩이나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뒤 ‘금융의 공적 기능 강화’가 절절한 과제로 떠올랐음에도 흐름을 거슬렀다. “국제화하고 선진화하자”며 그토록 목청 돋우더니만 세계 흐름에 되레 어긋났다. 무책임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부러 모르는 체하는 것일밖에. 한둘, 또는 서넛의 이익에 충실하려는 뜻을 감추려 한 것 아니었느냐고 의심할밖에.
영국 철도는 1995년 민영화된 뒤 “안전도가 낮아졌다(24쪽).” 기반 시설 투자가 줄더니만 오 년이 지나자 기어이 사람이 죽어나기 시작했다. 1997년 구월 십구일 비용을 아끼려 정지신호·비상제동체계를 꺼 둔 바람에 사우스올(Southall)에서 일곱 명이 죽고 백오십 명이 다쳤다.
사고는 그러나 사업자에게 큰 경각을 주지 못했다. 이미 “황당무계한 세계로 떠난(25쪽)” 민영 철도사업자가 웬만한 벌금이나 규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영국 철도를 운영할 때에는 삼만천 명이 선로를 유지·보수했다. 민영화한 뒤에는 그 수가 만오천 명에서 구천 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선로 유지·보수 사업이 다른 기업에 밑 도급을 주는 구조로 바뀌었다. 선로 관리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 건 예정된 순서였다. 비용을 아껴 수익 구조를 개선한답시고 시민(승객)을 사지로 내몬 꼴이다.
비용을 줄였다고 해서 철도 이용요금이 내려간 것도 아니었다. 1995년 민영화한 뒤 2000년까지 요금이 오히려 두 배나 솟구쳤다. 신자유주의자가 입버릇처럼 말한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와 서비스 질 개선’은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영국 철도는 ‘공영’ 체제로 되돌아갔다.
‘교훈(敎訓)’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모든 (영국 철도·선로) 관련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하던 공공 모델이 훨씬 더 잘 기능했다는 게 통계적으로 입증(28쪽)”됐단다. 한국 철도 정책 당국은 이런 사실을 가슴에 깊이 새겨 두라.
국내 몇몇 재벌이 웃을 ‘의료 기관 민영화’ 주장도 전율할 일이다. 지은이는 “급진적 시장주의자들이 ‘자선적’인 보건·의료 체계에 전면 공격을 하고 나선 건 이데올로기에 현혹됐거나 많은 돈을 벌 기회를 간파했기 때문(85쪽)”이라고 지적했다. 내 눈엔 이데올로기에 현혹됐다기보다 치부, 즉 ‘돈 더 벌 욕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물! 우리는 세계 곳곳의 물(상하수도)을 집어삼켜 이윤을 남기려는 여러 다국적 기업에게도 틈을 내보이지 말아야 한다. ‘물과 지속 가능한 개발’ 원칙을 정한 1992년 ‘더블린(Dublin) 선언’을 거대 자본의 탐욕이 어찌 짓밟았는지(99~142쪽)가 적나라해서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영리를 좇는 민영 기업이 “가능한 한 많은 ‘메가와트(Megawatt)’ 판매를 추구(159쪽)”하게 놓아두어선 곤란하다. 놓아두면 전력 낭비를 부르고, 새 발전소 건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공기업이라야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여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네가와트·Negawatt) 힘쓸 수 있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가 굳이 ‘어둡고 적막하고 추운 도시(제5장)’에서 비싼 전력에 물마저 싼값에 마실 수 없는 세상을 만들 까닭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교육은 또 어떤가. “공립학교는 우리 문명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 중 하나(178쪽)”라는 걸 잊지 말자. 어린이에게 보장할 ‘공정한 출발(교육)’과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지은이는 교육의 시장화·사유화가 “학습 계획이 경제계 욕구에 맞춰지는(178쪽)”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았다. “초·중등학교와 대학에서 직장 생활에 쓸 수 있는 지식이 전수된다면 물론 나쁘지 않지만 그것은 (그저) ‘훈련’”일 뿐이라는 것. “‘교육’은 훨씬 포괄적인 사안”이라고 했다.
대강 보아 넘길 수 없는 것 하나 더, 연금. 독일 경제학자 요제프 마켄로트는 “국민경제적 저축이란 없다. 모든 사회복지비용은 언제나 해당 시기의 국민소득으로 충당되어야 한다.……중략……사회복지비용이 흘러나올 수 있는 다른 원천은 없으며 실제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금의 적립이란 없으며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의 소득 부분 이전도, 민간경제적 의미의 ‘저축’도 없다(206~207쪽)”고 풀었다. “각 취업 인구가 한 명의 연금 생활자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208쪽)”이라는 지은이의 지적을 주목하자. 민간 보험업자가 파산하면 “피보험자들은 빈털터리가 된다(217쪽)”는 사실을 각인해야 하리라. “자본 소유자들이 자기 호주머니에 넣을 이윤을 실현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은 민간 수중에 맡겨져야 한다. 그렇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다시 필요해지고 전 국민의 세금으로 시스템이 ‘구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신자유주의에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217쪽)”는 데이비드 멈과 게랄트 클렉의 분석을 곱씹어야 후회하지 않을 길을 갈 수 있겠다. 밑 빠진 독(금융업계)에 기약 없이 돈(세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으니까. 당신과 나, 우리 모두 깨어 있어야 할 이유다.
참, “경쟁이 가격을 인하한다는 신자유주의 민영화 논리는 그 반대로도 작용한다. 다시 말해 싸움이 끝나면 다시 비싸지는 것(227쪽)”이라는 지적도 잊지 말자. 1995년 이탈리아 이동통신사업자인 옴니텔과 팀(TIM)은 민영화한 뒤 사이좋게 시장을 나누어 가졌다. 민영화 초기에는 제대로 경쟁해 가격을 내리는 듯했으나 오래가지 않아 요금 인상 전략으로 회귀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시민의 불매운동 약발이 듣지 않자 ‘가격 인하를 명령’했다. 신자유주의 민영화의 허상을 상대하는 정부 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우리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자의 민영화 유혹에 시달린다. 우정사업(232~235쪽)으로부터 교도소(265쪽)에 이르기까지 나라에서 경영하는 거의 모든 분야가 공략 대상이다. 끔찍하다. 99% 시민을 외면한 채 1% 부자의 이익에 충실할 개연성이 높은 유혹이기 때문이다. “거대 다국적 기업은 공공서비스가 경기 변동에 따른 유행을 타지 않고 모든 사람이 매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히 더욱 이 분야를 겨냥했다(311쪽)”는 것을 되새기자. “공익을 위해 경제 현상을 정치적으로 조절하는 일이 필요(317쪽)”하고, “근본적인 위험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정치 자체라는 사실(326쪽)”도 각인하자.
머릿속에 더욱 깊이 새겨 넣어야 할 것은 ‘민영화를 추진한 정책 주체’다. 그래야 나중에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으니까. 몹쓸 민영화 획책에 또다시 휘둘리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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