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때문에 행복하신가요”
야구 좋아하십니까. 특히 메이저리그 즐기시나요. 즐긴다면 류현진을 모를 리 없겠고, 요즘(2013년 10월) 한창 행복하시겠죠. 류현진이 속한 엘에이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으니까요. 저도 야구 좋아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즐깁니다. 바싹 긴장했다가 기쁘거나 탄식하기도 하며 서너 시간쯤 흘려보낼 수 있잖아요.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신음하는, 답답한 한국 사회에서 쉬 선택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헌데 저는 좀… 불편할 때가 있어요. 꽤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그’가 귀에 거슬렸죠. 낱말에 붙들린 이유였습니다.
■입에 착 달라붙어 되레 거북한
메이저리그(Major League). 난다 긴다 하는 직업 선수들이 뛰는 미국 프로 야구 최상위 집단. ‘내셔널(National)’과 ‘아메리칸(American)’으로 나뉜 리그 자체를 일컫기도 하죠.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ajor League Baseball)’이라고 한 말 한 말 따로 써야 옳을 것이나 워낙 자주 입에 담다 보니 ‘베이스볼’이 귀찮고, 띄어 말할 겨를도 사라진 모양입니다. 그냥 낱말처럼 쓰여요. 세계 곳곳에서 야구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무려 144년간(1869년~2013년)이나 경기를 하다 보니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이 ‘메이저리그’로 압축돼 혀에 익을 만했겠죠. 입은 물론이고 뇌리에 착! 제대로 달라붙은 느낌입니다.
‘더 메이저스(the majors)’나 ‘빅 리그(big league)’로 말하기도 하죠. 하긴 야구 잘하는 이들의 자취가 144년이나 쌓인 터라 정관사 ‘더(the)’로 한정하거나 ‘메이저’와 ‘빅’으로 꾸밀 만하고도 남을 겁니다. 웬만큼 야구를 알고 즐기는 이라면 “그렇다”고 인정하겠죠. 네, 저도 그리 인정합니다. 헌데 입에 달라붙어도 너무 찰싹 붙는 느낌이… 뭐랄까요. 상쾌하지 않습니다.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흉중에 품은 말이 꼬물꼬물하다가 곧 솟구칩니다.
“구조적 오만.” 수많은 ‘마이너(minor)’를 내려다보는 체제. 이른바 일류로서 이류나 삼류와 구분해야 했을 테고, 야구 실력이 으뜸인 걸 부인할 수 없는 터라 이해 못할 바 아니나 ‘미국의’로 수식하지 않고 그냥 ‘메이저’라 일컫는 그 거북함이란. 이류나 삼류 야구 선수에게 “바로 저곳이 메이저”라 이르고는 ‘옆 사람 밟고 네가 먼저 올라서라’고 부추기는 듯한 그 빳빳함이란. 큰돈으로 유혹해 선수 간 경쟁을 독려하며 뒤에서 더 큰돈을 벌려는 여러 탐욕이 얽히고 설켜 뿜어내는 그 구린내란. 그럼에도 티브이 앞에 앉아 류현진이 던지는 공 하나, 추신수의 동작 하나에 조마조마한 나의 그 겸연쩍음이란.
구조가 부추긴 거만함은 버릇처럼 이렇게 나타나죠. ‘너흰 한 수 아래야. 그걸 제대로 알아 두는 게 좋을 걸’로….
2013년 8월 21일 대표적인 메이저리그 야구단 가운데 하나인 뉴욕 양키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4000번째 안타를 쳤습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프로야구단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활약하며 1278개를 쳤고, 2001년부터 그날까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양키스에서 뛰며 2722개를 쳤어요. 그때까지 세계 곳곳의 야구 리그에서 안타를 4000개 이상 기록한 사람은 4256개를 친 피트 로즈와 4191개를 때린 타이 콥뿐이었다죠. 로즈와 콥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습니다. 이치로는 세 번째로 안타 4000개를 친 선수였죠. 이를 두고 피트 로즈가 말했어요. “왕정치(868개)와 행크 아론(755개)이 친 홈런 기록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일본에서 활약한 왕정치와 이치로의 기록을 싸잡아 폄하한 겁니다. 자연스레 자기 기록을 드높였고요. 로즈가 이치로에 대해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선수”라고 인정했으되 전반적으로는 일본 프로야구를 한 단계 아래로 얕잡아 본 거죠.
싫습니다. 매우. 이 찌뿌드드하고 괴로운, 하여 무거운 느낌을 어찌 없애야 할까요. 메이저리그에 얽힌 돈과 탐욕에, 그 오만에 침을 뱉고 비웃되 시원히 돌아서지 못하고 못내 시큼털털한… 불편. 거북하고 괴로운 이 느낌을 그냥 둘 수 없어 자판에 손가락 올렸습니다. 이리 생각하고 저리 살피느라 끙끙댔죠.
참,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메이저리그 때문에 원통한 나머지 응어리진 마음 같은 걸 품을 까닭이 없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리그, 야구 자체를 좋아하죠. 제게도 동네 유리창 때문에 야구공 포기하고 냅다 뛴 일 있었거든요. 이른바 ‘야구 키드’였습니다. 전두환 군사정부가 한국에 프로야구를 만들 거라는 얘기를 들었던 게 1980년,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죠. 그야말로 ‘야구 바람’이 인 시절이었어요. 어이구, 이야기가 야구 자체나 한국 프로야구 쪽으로 흐르면 곤란하겠습니다. 한없이 이어질 테니까요. 아쉽지만 그 얘긴 다음으로 미루고 입에 착 달라붙어 되레 거북한 메이저리그에 집중하겠습니다. 불편한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따져 본 뒤 “그렇지 않나요?”하고 여러 시민께 내밀기로 작정한 거죠.
■표준국어대사전의 메이저·마이너 리그
‘미국 프로 야구 연맹의 최상위 두 리그를 이르는 말.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로 나뉘며, 양 리그 우승 팀끼리 해마다 월드 시리즈를 치른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메이저리그의 뜻입니다. ‘메이저 리그’라고 띄어 써도 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어요. 제가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불편해진 계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음. 그럴 수 있겠죠? ‘메이저리그’가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것 말예요. 리그가 144년이나 묵은 데다 많은 한국인이 쉬 알아들을 만큼 널리 쓰이니, 뭐, 사전에 오를 만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나 저는 못내 찜찜해요. 소심하게는 당장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가 떠오릅니다. 1888년에 시작해 125년이나 된 잉글랜드 프로 축구 최상위 집단인 프리미어리그를 알아듣는 한국인이 많죠. 새벽잠 설치며 중계방송을 보는 이도 늘었으니 프리미어리그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인류가 야구보다 축구를 더 많이 접하고 더 쉬 즐긴 점을 헤아리면 메이저리그에 앞서 프리미어리그부터 사전에 올렸어야 했다고 주장할 만도 합니다. 음. 혹시 한국어 학자들이 영국보다 미국, 축구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설마, 아니겠죠. 그럴 리 없을 겁니다. 그저 한국에서 두 낱말이 ‘얼마나 널리 쓰이느냐’의 차이 때문이리라 믿어요.
음…. 헌데, 메이저리그야 그렇다손 치겠는데, ‘마이너리그(Minor League)’는 어째서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까닭 말입니다.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끼리 경기를 하는 하위 리그’라고 정의했더군요. 메이저리그가 있으니 마이너리그도 있겠지, 뭐, 하고 쉬 끄덕이면 마음이 편할 텐데 머리가 자꾸 갸우뚱댑니다. ‘프리미어리그’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사실 ‘마이너리그’보다는 내가 더 유명하지”라며 끼드득댈 것 같아요.
음…. 이거 프리미어리그 쪽 비웃음소리가 더 커질 듯합니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미국 프로 야구 2대 조직의 하나. 아메리칸 리그와 함께 메이저 리그를 이룬다’고 정의한 ‘내셔널리그(National League)’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메리칸리그(American League)’도 있겠죠. ‘미국의 프로 야구 2대 조직의 하나. 1900년에 결성돼, 내셔널리그와 함께 메이저 리그를 이룬다’고 규정했더군요.
이쯤 되니 두서없이 떠오르는 것. 한국 사람, 야구 참 좋아한다는 거.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 내셔널리그까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릴 만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거. 박찬호·서재응·조진호·김병현·최희섭·김선우·추신수·류현진이 그곳에 간 뒤 더욱 좋아한다는 거.
어떤가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따위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게 ‘뭐 그리 대수롭다고 호들갑이람’이라 여기십니까. 저는 매우 대수롭습니다. 사대주의라고 빈정거리진 않았으되 “이건 좀 아닌 듯하다”고 여러 벗에게 말했죠. 입에 익다 못해 헷갈리기까지 하던 ‘짜장면’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자장면’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받는 데 14년쯤 걸렸는데 ‘내셔널리그’ 같은 낱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떡하니 등재된 거… 불편합니다. 앞뒤가 어긋난 것 같아서죠. 그나마 미국 메이저리그 결승전인 ‘월드시리즈’가 사전에 오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고 말아야 할까요.
곱씹을수록 마음이 무겁습니다. 영어 단어 두 개(‘메이저’와 ‘리그’)가 한국에서 낱말(메이저리그)로 쓰이다니…. 그럴 수도 있으리라, 심각할 일 아니라고 여기려 노력할수록 더 깊숙이 가라앉습니다.
■미시적 야구 구경과 그 대가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엘에이 다저스로 간 1994년. 한국에서 미시적 야구 구경이 보편화하기 시작했죠. 리그나 팀보다 박찬호에 주목했습니다. 티브이가 그리 이끌었어요. 특히 야구 중계방송의 전형적 틀. 투수판에 선 박찬호와 그로부터 18.44미터 떨어진 곳에서 방망이 든 타자, 장갑(글러브) 벌려 앞으로 내민 포수, 허리 구부려 포수 어깨 너머에 눈 걸친 심판을 한꺼번에 비춘 화면. 여러 시청자 시선이 그 안에 붙들렸죠. 무엇보다 박찬호의 손을 떠난 야구공이 포수 장갑에 빠르게 꽂힐 때까지, 그 짧은 순간에 숨을 붙들고는 했습니다. 저도 물론 마찬가지였어요. 초조하게. 때론 통쾌하게. 제가 직접 공을 던지기라도 한 듯 주먹 불끈 쥐며.
야구 좋아하는 이라면 다들 몰입했죠. 그 작은 티브이 틀(화면)에. 박찬호에. 그가 던진 공 하나하나에. 야구 좋아하지 않던 이도 점점 그리 빠져들어 박찬호의 볼카운트(ball count; 이 말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있어요)에 따라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를지 말지를 점치게 될 정도로 미시적 야구 구경이 일반화했습니다.
그때 얼핏 심판 뒤 야구장 울타리에 ‘○○타이어’ 광고가 보였던 거 기억나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도 또렷해요. 박찬호가 마운드에 섰을 때 자주 등장했죠. 한국에 국적을 둔 기업이었습니다. 어디 그 회사뿐이었나요. 굴지의 한국 재벌이 앞다퉈 다저스 홈구장에, 박찬호가 원정한 야구장에,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에 광고를 냈습니다. 미시적 시선에의 노출 효과를 노렸겠죠. 광고료? 당연히 많이 줬을 테고요.
티브이 방송 중계권료는 또 어땠습니까. 만만찮은(?) 수준이었죠. 박찬호가 엘에이 다저스에서 그야말로 팔팔해 15승(9패)을 기록한 1998년과 13승(11패)을 거둔 1999년에 각각 100만 달러였고, 18승(10패)에 이른 2000년엔 300만 달러로 치솟았습니다. 박찬호와 서재응·김병현·최희섭 등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한동안 시들했지만, 추신수와 류현진이 등장한 2013년과 2014년 시즌을 앞두고는 400만 달러가 됐어요. 한국 돈으로 43억 원쯤 됩니다. 엠비시(MBC)가 이 중계권을 사들일 때에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결정되기 전이었다죠. 추신수도 부상 등으로 2012년에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고요. 허나 류현진이 2013년에 14승 8패로 좋은 성적을 낸 데다 포스트 시즌(post season)에도 등판했고,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1번 타자로 올라선 터라 2015년엔 중계료가 아마 크게 뛰어오를 겁니다.
어떻습니까. 일류 야구를 안방 티브이를 통해 편히 구경하는 값이니 ‘그 정도쯤이야 십시일반으로 얼마든지 낼 수 있다’고 여기시나요. 아니, 시청자와 관중에게 부담을 분산해 떠넘기는 구조에 주목해야 합니다. 방송사업자가 광고를 더 많이 수주해 수익을 늘리려는 욕심에 눈멀어 중계권료를 지나치게 높여 놓지 못하게 막아야 해요. 시민 누구나 비싸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쉬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즐길 수 있게 규제 당국으로 하여금 늘 도끼눈을 뜨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에 곁들인 수많은 광고 때문에 해당 제품의 가격이 치솟거나 시청료가 오르는 걸 미약하나마 견제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저도 잘 압니다. 참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라도 기업과 방송사업자의 탐욕을 억누르려는 뜻을 내보이지 않으면 그들은 언제든 야차처럼 시청자의 지갑을 털어갈 겁니다. “지나친 중계권 수주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목청 돋울 이유죠. 그리 말할 권리도 있고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13년 7월 28일 류현진과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맞섰죠. 한국은 일요일 오전인지라 티브이 광고 수입이 그다지 많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두 선수가 투수와 타자로 맞선 그림(영상)을 예고한 덕에 MBC가 11억 원이나 벌었다고 하더군요. 류현진이 평일에 등판했을 때에도 티브이 광고 수입이 2억 원쯤 됐다죠. 야구가 제아무리 ‘투수 놀음’이라 하지만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억, 억” 하니 벌어진 입이 닫히질 않네요. MBC에 11억 원을 준 기업들은 어찌하겠습니까. 소비자 호주머니를 그만큼 더 털어야 할 테죠. 웃으며 야차처럼.
달리 이유가 있어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평균 연봉이 310만 달러(2011년 8월 31일 기준)나 되겠습니까. 아무 이유 없이 류현진에게 2013년에만 325만 달러(보너스 75만 달러)를 주고, 추신수에게 5년쯤 뛰는 조건으로 1억 달러 이상을 주려 하겠느냐고요. 한국 돈으로 각각 34억, 1000억 원쯤 되는데 이를 야구 좋아하는 세계 시민이 알게 모르게 다 채워 줘야 할 겁니다. 티브이 중계권료와 함께 메이저리그 야구장 입장료가 계속 오르는 까닭이기도 하겠죠. 엘에이 다저스 홈구장의 웬만한 관람석에 앉으려면 50달러쯤(평균치)을 내야 한다더군요. 뉴욕 양키스 구장에선 80달러, 시카고 컵스 경기를 보려면 무려 115달러 이상을 내야 한다니 이제 더 이상 메이저리그가 누구나 맥주 한잔 곁들이며 느긋하게 즐길 만한 구경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뭇사람의 구경거리에서 벗어나 오륙만 원이나 십만 원쯤 쉬 지급할 여유가 있는 이들의 놀이가 된 거죠. 가난한 이는 집에서 티브이 앞에나 앉아야 하고요. 그나마 공짜가 아닌지라 시청료를 내고, 메이저리그 중계방송 광고주가 제품에 넘겨씌운 광고료를 나누어 처리해 줘야 할 테죠.
좋은 선수를 가까운 곳에서 만나지 못하고 메이저리그로 보낸 것도 모자라 그 선수를 품느라 큰돈 들인 야구단의 본전을 세계 시민이 티브이 시청료와 광고비 등으로 나누어 보전해 주는 체계. 거북합니다. 편하지 않다 못해 ‘메이저리그 식민(植民)의 비애’를 느낀다면 지나칠까요.
■돈으로 위장한 꿈, 탐욕으로 짓밟은 인권
류현진이 속한 엘에이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들에게 2013년에만 약 2억2000만 달러를 줬습니다. 한국 돈으로 2355억 원쯤 되겠네요. 매년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가 일곱 명이나 된다죠. 1000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100억 원을 훌쩍 넘겠네요. 홈런 잘 치는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2186만 달러를 받는다니 휴우, 230억 원 이상이겠습니다그려.
참으로 많은 돈이죠. 저는 그야말로 꿈도 못 꿀 액수네요. 평생 땀을 흘리고 꿈에 나타난 돈까지 찾아 먹더라도 다 모으기 어려울 겁니다. 한 해에 돈을 2800만 달러(약 300억 원)나 주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먹어선 안 될 약물을 써 가며 경기력을 높였겠죠. 약물 때문에 몸이 망가지거나 목숨이 위태로워도 2800만 달러에 상당하는 값어치를 해야 했을 테니까요. 압박을 느꼈을 겁니다. 2800만 달러어치 압박. 대단한 홈런 타자였던 세미 소사가 방망이 안에 코르크를 남모르게 우겨 넣은(부정행위) 까닭이기도 하겠고요.
메이저리그와 티브이는 그리 어마어마한 돈으로 이른바 ‘아메리칸드림’을 위장했죠. 메이저리그에 가면 누구나에게 큰돈을 벌 기회를 주는 듯했지만 미국 야구단의 선택 기준은 매우 차가웠습니다. 늘 ‘내준 돈보다 더 많이 벌어 줄 선수’이게 마련이었어요. 욕심이 나기로는 ‘적게 줘도 많이 벌어 줄 선수’였겠죠. 이를 충족하려고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들이 베네수엘라나 도미니카공화국 같은 가난한 나라에 야구 캠프를 열어 ‘더 싸게 쓸 재목’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겉으로는 ‘베이스볼 아카데미’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했으되 매일 8시간에서 12시간씩 야구만 시켰다더군요. 열넷에서 열다섯 살에 불과한 소년들에게 말입니다. 바나나와 쌀로 만든 끼니를 하루에 두 차례밖에 주지 않은 채 그 여린 재목으로 하여금 메이저리그와 큰돈을 향한 부나방이 되게 했다죠. 탐욕에 눈멀어 그 여린 재목을 바늘구멍 앞에 선 낙타로 만든 것 아닙니까. 굶주려 몸이 힘들수록 바늘구멍과 불을 향해 더 거세게 돌진한 친구가 많았겠죠. 허나 성공한 소년보다 비참히 스러진 재목이 더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허황히 무너진 그 수많은 꿈을 딛고 섰기에, 그 여린 인권을 짓밟고 섰기에 지금 메이저리그가 우뚝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루 12시간씩 훈련하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치료나 보상은커녕 매정하게 내쳤다죠.
메이저리그 야구단의 탐욕을 되새길 때가 된 것 같아요. 거북하고 괴로운 이 느낌을 없애 버릴 그 무엇을 찾아야겠습니다. 무엇을 꾀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과 선수 노동조합에 세계 야구 꿈나무를 위해 기부하라고 요구하는?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에 광고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말자고 세계 시민에게 부르짖는?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메이저리그’를 삭제해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자고 국립국어원에 청하는? 난다 긴다 하는 야구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세계 각국에 들이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메이저리그 티브이 중계권료와 광고비의 머리부터 두드립시다. 항시적으로. 늘! 가격 부담 없는 중계방송이 모든 시청자에게 두루 널리 미칠 수 있게 ‘보편적 서비스’로 묶어 둬야 합니다. 시민에게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자는 겁니다. ‘메이저리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를 만큼 한국 시민의 관심이 높은데 하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필요할 경우 방송법을 고쳐서라도 누구나 두루 널리 시청할 수 있게 합시다. 제3세계에 “한국은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보편적으로 시청할 것”이라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들도 함께할 수 있게!
메이저리그… 한국인 가슴에 너무 깊이 박혔습니다. 큰돈 미끼로 삼아. 세계 소년 가슴에도 깊숙이. 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덧붙일 것 하나. 2012년 1월 30일 하던 일 멈추고 거리로 나선 여러 동료 기자·프로듀서·아나운서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돌아선 이들을 여태(2013년 10월) 간판 뉴스 진행자로 쓰는 방송사. 그곳 말고 다른 채널에서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보고 싶어요.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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