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의 역사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09년.
그의 맺는말을 보자. 지은이가 보기에 ‘한국 사회에서 휴대폰이 신흥종교로 떠오른 여러 이유’가 담겼다. 특히 “한국인은 스트레스를 폭발시키는 데 있어 개인적이기보다는 집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휴대전화가 어느 나라보다 더 정치적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380쪽)”고 풀었다. 섬뜩하다. 정말 그럴 것 같아서다. 우리는 지금 휴대폰 창(화면)에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눈길을 박는다. 이런 현상이 정말 공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지경이라면, 그 원인이 정말 “도무지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는 세월(20세기)의 연속(383쪽)” 때문이라면……. 두렵고 무섭다. “한국은 ‘공적 신뢰’가 약하고 ‘사적 신뢰’는 강한 나라가 됐다. 한국에선 공적으로 발표된 것도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해야 만 믿을 수 있다. 이때 사적 네트워크를 전담하는 게 바로 전화(383쪽)”라는 지은이의 통찰. 아, 낯부끄럽다! “국민 절대다수가 이미 ‘인맥’을 ‘정당한 능력’으로 간주(385쪽)”하듯 나도 그랬다. 그 잘난 ‘인맥’을 과시하려 밤늦은 시각에 휴대폰을 마구 휘둘렀다. 전화기 건너편 상황에 개의치 않고 상대방을 ‘따르릉 따르릉’ 고집스럽게 불렀다. 통화가 이루어지면 목소리에 알코올을 묻혀 건네기도 했다. 혹여 주변에 이를 지켜보는 이라도 있으면 ‘통화 성사’에 어깨를 추어올렸다. 시정잡배와 다를 것 없던 그 꼴……. 아, 염치없다! 성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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