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이라니…… 21세기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마구잡이로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찰’이란 몰래 엿보아 살피는 것 아닌가. 살피다 보니 마냥 들여다보는 데 그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방송사와 공공기관 등 몰래 엿본 곳 인사에 개입한 정황까지 고스란히 밝혀졌다.
공법에 근거해 시민과 기업 등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할 공직자가 암암리에 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 가뜩이나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들어 다른 이를 몰래 들여다보거나 관련 정보를 약취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터다. 이 법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창 공직자·민간인을 사찰하던 2008~2010년에 준비했다.
거듭 생각해도 개인정보보호와 사찰은 양립할 수 없다. 더할 것 뺄 것 없는 이율배반이다. 한 정부 안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겉과 속이 다른 채 어찌 시민에게 개인정보보호법을 내밀 수 있겠는가. 본보기를 보여야 할 정부가 불법을 저지르면 심히 곤란하다. 정권 존립을 위협한다. 비단 정권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존립 가치까지 흔들 수 있다.
군부 독재 시절에나 어울릴 사찰이 21세기에 도졌다. 시대착오적 행태라 하겠다. 사실 불안한 자가 잠행하게 마련이다. 불안할수록 더욱 비밀리에 움직이며 ‘비선’을 가동한다. 비선에 기대 연명한다. 겨우겨우 이어 살아가면서 시민에겐 “개인정보를 보호하라”를 요구하니 그저 기함할 따름이다. 특히 스스로 ‘몸통’이었다는 이가 적반하장이니 ‘사찰’과 ‘비선’ 습성이 고질일 것 같아 안타깝다.
사찰을 지시한 이가 겸허히 스스로를 돌이켜 볼 때 아닐까. 그 무엇보다 제대로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때마침 총선이 목전이다. 낮추고 비우는 자세를 외면한다면 ‘선택’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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