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망(志望)
저도 설 쇠러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4·11 총선이 코앞인지라 여러 어르신 관심이 자연스레 지역 출마자에 쏠리더군요. 밥상머리에 앉아 두런두런 12·19 대선을 조망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동생은 “어, ○○○ (예비) 후보는 나랑 고등학교 동창이네”로 말길을 트더군요. 그 후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핀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동생은 일면식도 없는 동창에게 ‘묻지 마’ 지지를 할 만큼 몰지각하지 않았습니다. 예비 후보자의 홍보용 명함 속 이력을 통해 눈길과 말길을 트는 과정에 불과했죠. 학연이나 지연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마련이되 ‘상식 밖 선택’을 부추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마음으로 총선과 대선을 맞습니다. 그래야 올곧은 미래가 열리지 않겠습니까.
정치에 뜻을 둔 이들은 설 전후로 더듬이를 한껏 돋운 채 국회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 보더군요. 이리저리 더듬는 여러 정치 지망생의 기세가 왕성한 까닭에 몇몇 촉수는 저에게도 닿았죠. 인상이 강하게 남는 이가 있는가 하면, “돈으로 표를 사는 구태에서 벗어나겠다”는 이에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인상적인 후보 가운데 자신을 “바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수개월 간 서울 자기 지역구 내 지하철(5호선)을 누비며 기성 정치권을 향해 목청을 돋우었죠. 그는 광인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유권자와 몸으로 부대끼는 정치 행위’의 전형을 내보였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영등포시장역 출구에서 만난 한 야권 후보의 부인인 듯싶은 이도 인상에 남았습니다. 후보자 얼굴이 담긴 명함을 건네는 태도가 유달리 유순했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곳에 몸담은 그 후보가 지역구의 쟁쟁한 여야 출마자 틈바구니를 얼마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흥미롭습니다.
유권자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여러 출마자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 아니나 이제 좀 바꿔 보았으면 합니다. 잔뜩 추운 날 아침에 지하철역으로 나설 게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하라는 얘깁니다.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서 유권자와 일대일로 만나세요.
부산에 출마한 한 후보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유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인터넷 검색 운동을 벌여 자신은 물론이고 여러 후보를 만인 앞에 그대로 드러내겠답니다. 그는 기존 정당 공천을 바라지만 실패하더라도 ‘돈 안 들이는 인터넷 선거운동’을 멈추지 않을 요량입니다. 그의 당선 여부를 떠나 이런 생각을 실천하는 정치 지망생이 늘어야 합니다. 21세기 유권자는 이런 정치인이 어떤 뜻을 품어 당선되려 하는지 인터넷에 묻고 찾아볼 용의가 넘칩니다.
인터넷! 버스로 동원하고 봉투를 건네 세력을 얻으려는 구태 정치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입니다. 선거 본바탕을 바꿀 확실한 열쇠 아니겠습니까. 시민이 그 열쇠를 쥐고 마음껏 흔들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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