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제품 짬짜미 더 이상 “안 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세탁기·평판TV·노트북PC 소비자판매가격을 짬짜미한 책임을 물어 과징금 446억4700만 원이 부과됐다. (짬짜미 행위를 스스로 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 주는 ‘리니언시’를 이용해 LG전자는 전액, 삼성전자는 50% 감면된다니 이거야 원!)
두 회사가 짬짜미한 시점은 뉴욕 월가발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한창 고통스러웠던 2008년 7월부터 2009년 9월까지였다. 경제 위기에 시름하는 소비자에게 굴지의 대기업이 제품 가격 인상 덤터기를 씌웠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다. 무슨 첩보 영화라도 찍듯 퀵서비스와 유무선 전화기까지 동원해 새 노트북PC 출시가격을 인상하기로 짬짜미해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 특히 ‘최저가’ 세탁기 생산을 중단한 뒤 대체 제품 출하가격을 2만~6만 원씩 인상했다. 대체품을 찾을 수 없는 서민은 호주머니에서 수만 원씩 더 꺼낼 수밖에 없었다.
세탁기는 물론이고 평판TV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해 유지하기 위해 유통망에 지급하는 에누리·장려금·상품권까지 일제히 줄였다. 유통업계와 소비자에게 경제 한파에 따른 고통을 떠넘긴 셈이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것 아닌가. 지난해 국내 세탁기 시장의 85.7%, 평판TV 시장의 99.4%를 점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래선 곤란하다. 두 회사의 노트북PC 시장 점유율도 58.1%에 달했다.
두 회사는 깊이 반성하라.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라. 소비자에게 충실하고, 유통업계와 공생하는 자세를 견지해 달라. 소비자는 ‘이왕 사기로 한 것 되도록 우리나라 기업 제품’을 선택하려 한다. 허나 가격 짬짜미로 자신에게 고통을 떠안긴 기업에게까지 관용을 베풀겠는가. 제품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외면하게 마련이다.
소비자가 꺼리는 기업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겸허한 자기 성찰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서민 제품 짬짜미는 더 이상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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