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방송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 완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단다. 방송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서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란다.
이유가 그럴싸하나 내면은 좀 다를 것 같다. 덩치 큰 방송사업자가 등장할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당장 CJ의 케이블TV 계열사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에 유리할 것이다. 내년에 사업을 본격화할 동아·중앙·조선일보 등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도 제한(규제) 없이 자기 매체를 살찌울 욕심이 나는 터라 즐겁겠다. (종편 PP 넷 가운데 몇이나 제대로 살찔지는 다른 문제이겠고.) 팔짱 끼고 한발 비켜선 채 은근히 웃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도 있겠다.
오호통재라. 한나라당과 정부(방통위)가 여전히 ‘산업 논리’를 앞세워 방송 공공성과 공익성을 뒤흔든다. 덩치를 키우고 시장 지배력을 넓혀 수익을 높이려고 도청도 마다하지 않는 ‘사기업형 미디어’가 판치는 구렁텅이로 시청자를 몰아넣겠다는 것 아닌가. 속이 빤히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멈추라. 제발!
이상학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이 8월 30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 개선 방안 공청회’에 나와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으로 보였는데, 열심히 듣다 보니 말장난 같았다.
이 과장은 “방송 규제 이유와 목표가 세 가지다.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고, 지역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것인데…, 규제를 하다 보면 반대로 ‘트레이드-오프(trade off)’가 나오는 게 시장 경쟁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쉽게 알아듣기 어려운 ‘트레이드-오프’는 두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게 희생되는 상황을 말한다. 말의 앞뒤를 따져 보면 ‘여론 다양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한 규제가 방송의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보였다. 때문에 그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개별화해서 원래 목표였던 규제의 세 가지 목적을 보장하면서도 (방송의 시장) 경쟁력을 키워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의 산업적 경쟁력을 높이고 규제 목표도 이루겠다는 뜻이다. 즉 방통위가 토끼 두 마리를 한꺼번에 사냥할 태세다.
원대한 꿈이다. 그러나 쯧쯧 이율배반이다. ‘트레이드-오프’라는 게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버리는 것 아닌가. 애초 양립할 수 없는 관계다. 공정한 방송을 구현하는 규제와 방송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도 양립할 수 없는 명제다. 구태여 ‘트레이드-오프’라는 단어를 쓴 걸 보면 서로 모순되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을 터다. 방통위 논리가 자꾸 말장난으로 들리는 까닭이다.
거참, 딱하다. 좀 더 솔직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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