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8. 18:10 ㅡ 이기주 서병조

방통위 6월 인사 관전記 ① 이기주와 서병조

서병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1급)이 드디어(?) 이기주 기획조정실장과 같은 날(2009년 6월 8일) 승진했다.
두 사람은 59년생 동갑내기며 1982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란히 졸업했고, 그해 3월 21일 행정고등고시 25회 수습 사무관으로 함께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되, 이기주 실장이 1992년 12월 먼저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앞서 내달렸다. 서 실장이 서기관이 된 것은 3년 7개월 뒤인 1996년 7월이었다.
이후 이 실장이 2000년 8월, 서 실장은 2004년 5월 부이사관이 됐다. 여전히 3년 이상 벌어져 있었다.
그나마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할 때에는 격차를 크게 줄여, 이 실장이 2006년 1월(이사관), 서 실장이 그해 7월에 고위공무원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 3년 5개월여 만인 2009년 6월 8일, 같은 날 ‘1급 공무원’이 된 것.
서병조 실장이 노준형 옛 정보통신부 장관의 스카우트-노 장관은 2007년 8월 정통부를 떠나면서 나에게 “내가 행시 기수별로 한 사람씩 경제기획원 출신 공무원들을 정통부로 옮겨오는 계획을 짰다”고 말했다-에 힘입어 재정경제원에서 정보통신부로 옮겨온 1996년 8월 이후로 이기주 실장은 늘 한두 걸음 앞에 있었다. 맡았던 일도 이 실장이 더 화려했다. 그는 공보관, 전파방송기획단장,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이상 정통부), 이용자네트워크국장 등 정통부와 방통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 실장은 공보관, 정보기반보호심의관, 정보보호기획단장(이상 정통부), 융합정책관 등 상대적으로 왜소한 보직을 맡았다. 방통위 융합정책관으로서 인터넷(IP)TV 사업 등에 힘쓴 보상이 ‘1급(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승진’이라는 결실로 돌아온 셈이다.
물론 방통위 직책상 이기주 기획조정실장이 서 실장보다 여전히 ‘아주 조금’ 앞서있기는 하다. 서 실장이 앞으로 이 실장을 추월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전거리다.
음… 이제 두 사람의 1급 승진에 가려 그늘이 드리운 곳에 시선이 머문다.
먼저, 이·서 실장보다 1년 앞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임용)한 신용섭 통신정책국장(58년생)이다. 흡사 ‘복마전’ 같은 통신시장 규제 정책을 맡아 고생(?)을 했으되, 자신에 앞서 1급 공무원으로 승진하는 두 후배를 축하해야했다. ‘행시가 아닌 기술고시(16회) 출신이어서 상대적으로 힘에 부쳤을 것’이라는 씁쓸한 평가가 붙음직하다. 또 옛 정통부로부터 방송위원회와 통합한 2008년 이후로 거의 3년여간 제대로 외부 교육파견을 다녀온 유일한 고위공무원일 정도로 이것저것 손해를 봤다는 시각이 많다.
이기주·서병조 실장과 같은 날 인사 발령이 난 차양신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장(55년생)도 섭섭하기로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는 이·서 실장과 행시 동기(25회)지만 나이가 많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주중국대사관, 옛 과학기술부 정보전자심의관 등 밖으로 나돌며 고생한 보상을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할지 자못 궁금하다.
또 한 사람, 황부군 방송정책국장(57년생)은 가시방석에 앉았다. 옛 방송위원회 출신(특채) 최고위 공무원으로서 이명구 전임 기획조정실장(51년생, 한국방송공사 심의실장 출신) 자리를 이어내지 못했기 때문. 그를 바라보던 옛 방송위 출신 몇몇 방통위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가 어떻게 만회(?)할지를 지켜보는 시선이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황 국장은 1983년 옛 방송위에 들어간 뒤 심의기획부장직무대행, 라디오부장, 광고부장, 정책국장, 행정국장, 방송진흥국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방통위에 합류했고, 방통위 안에 이른바 ‘황부군 사단’이 회자할 정도로 힘을 보였다. 그러나 부하 직원이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이해관계자(민간 방송사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함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글, 이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