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06.08.02. 09:23 ㅡ 애국(愛國)에서 커뮤니티로

eunyongyi 2020. 6. 29. 20:56

[70호]한인 과학기술자 네트워크, 빠르게! 더 넓게!

 

세계에 흩어진 한인 과학기술자들을 그물 하나로 엮어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지난 3월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국내외 과학기술 석학 네트워크(울트라 프로그램)를 구축하자”는 기치를 높이 세우더니 서남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현 한국과학기술원장), 김정은 길리아드사 화학담당 부사장, 박홍근 하버드대학 교수 등을 잇따라 초청했다. 김 부총리는 울트라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 석학들을 한 네트워크로 묶은 뒤 정부 과학기술정책 기획평가 작업에도 참여시킬 계획이다.

7월 21일에는 재외과학기술자협회 지역별 회장들이 모여 한인 과학기술자 1만여명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 구축하자고 결의했다. 이날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술회의 안에 한국 세션을 만들어 한인 과학기술자 간 교류를 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또 해외 동포 2세 과학기술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영 제너레이션 포럼(Young Generation Forum)’을 세계 각지로 확대키로 했다.

과학기술자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두 말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 더 알차고 빠르게, 더 넓게 조직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애국(愛國)에서 커뮤니티로

 

1966년, 최형섭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초대소장은 유럽, 미국 등지를 돌며 한인 과학기술자들을 국내로 끌어들였다. 최 소장의 유인전술은 애국심! 노벨상보다 조국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고, 그 뒤를 제3공화국이 떠받쳤다. 가족 항공료, 이사경비, 최첨단 아파트, 고액 급여 등 파격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이때, 채영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을 비롯한 35명의 과학기술자들이 국내로 들어와 KIST 주춧돌을 놨다.

이후 10년쯤 지난 1978년, 피츠버그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광화 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비롯한 수많은 유망 과학도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졌다. 그 행렬의 도착지는 터를 다지기 시작한 대덕연구단지.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리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 제5공화국은 대덕으로 돌아온 과학기술자들에게 3000만원을 20년 장기 저리로 빌려줘 연구단지 주변에 집을 지을 수 있게 배려했다. 3000만원만으로는 땅을 사기가 어렵자 1500만원을 더 빌려줄 정도였다.

정광화 원장은 “당시 유치과학자에 대한 대우가 극진했다”며 “아파트를 사택으로 제공했는가 하면, 개발이 되지 않은 논밭 사잇길을 승용차로 출퇴근을 시켜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정 원장은 융숭한 대우에 화답하듯 국내 진공표준기술 기반을 다졌고, 지금은 국가출연연구기관 첫 여성 수장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쓸 태세다.

1994년에도 김진석-김유숙 커플을 비롯한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이사경비, 주택지원 등 혜택을 누리며 돌아왔다, 김진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69년 이후 35년여간 세계 과학기술계가 잘못 알고 있었던 ‘공기 중 아르곤(Ar) 농도’를 정확(0.917%→0.9332%)하게 밝혀냈고, 김유숙 박사는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사업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 1960년대 말부터∼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으로 돌아온 과학기술자들은 국가 과학기술발전 씨알이자 밑거름이 됐다. 21세기 초, 그 씨알들이 싹을 틔우고 꽃과 열매를 맺은 덕에 우리나라는 세계 7대 기술혁신역량을 가진 나라로 뛰어올랐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가 지난 6월 국가정보위원회(NIC)에 보고한 ‘세계 기술혁신 2020, 심층분석(The Technology Revolution 2020, In-Depth Analysis)’에서 우리나라, 독일, 미국, 일본 등 7개국이 2020년께 세계 경제산업을 주도할 16개 기술응용(Technology Applications) 및 실현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한 것.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으니 한인 과학기술자 네트워크도 ‘20세기형 애국심 그릇'에서 '21세기형 글로벌 커뮤니티(community)’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촘촘한 그물, 협업 커뮤니티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1048명 중 30.5%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각을 ‘2003년 미국 자연대공대사회과학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한국인(OECD 과학기술산업보고서)’으로 좁히면 열의 하나(12.6%)가 현지 삶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뇌가 누출된다며 걱정하는 목소리, 정부가 고급인력 유치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 잇따랐다. 그렇다면 해외에 머물기로 석․박사들을 찾아가 코뚜레를 꿰듯 국내로 끌어올 것인가. 아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21세기형 커뮤니티는 심리적 결합 정도와 소속감이 특이하다. 접촉 자체가 가상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1인 매체 ‘싸이월드’의 ‘1촌’ 관계처럼 정과 태도가 서로 밀착된다. 하지만 새로운 교류형태로서의 1촌은 필요성과 관심도에 따라 쉽게 느슨해질 수도 있다. 결국, 공통 관심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담고, 협업창구를 열어놓은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얘기. 커뮤니티가 튼튼해지면 인터넷 바깥(오프라인)에까지 네트워크가 확장된다.

한인 과학기술자들을 향해 더 넓게, 더 깊숙이 다가가는 그물(network)을 펼칠 때다. 그물코에는 촘촘하고 알찬 정보, 빠르고 정확한 맺음선(route), 머리를 맞댈 협업(collaboration)공간 등을 얽어 넣어야겠다. 또 앞길이 넓게 트인 한인 과학기술자들의 외국인 친구 모두를 그물코로 엮어내야 하지 않을까. 한인 과학기술자 네트워크를 ‘우리만의 공간’이 아닌 ‘세계의 공간’으로 열어 더욱 큰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이은용 2006년 8월 1일, [STSobserver] 정책포커스(http://news.kof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