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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eunyongyi 2021. 7. 3. 18:38

송일준 지음. 스타북스 펴냄. 2021년 5월 30일 초판 1쇄. 2021년 6월 4일 초판 3쇄.

 

 주차칸으로 내려가기 전 출구.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 빼놓지 않고 체온을 재고 있다. 팬데믹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12, 13쪽).

 

소 모양을 닮은 못이라고 쇠소. 거기에 제주도 말로 끝을 의미하는 깍이 붙어 쇠소깍이란다(25쪽).

 

 박정희가 죄수들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5·16도로를 달린다(30쪽).

 

 “여기 있네. 의자 사이에.”

 “무슨 소리야. 없었는데. 당신 주머니에서 찾았지? 으이그. 창피해 죽겠네. 저기 창가에 앉은 사람들, 다 봤을 거 아니야(33쪽).”

 

나는 사장이라는 호칭보다 피디라고 불리는 게 더 좋은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하든 프로듀서 마인드를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새록새록 느낀다. 영원히 피디이고 싶다(48쪽).

 

 점심은 고씨책방 가까운 음식점에서 했다. 그냥 걷다가 맘이 끌리는 곳으로 정했다. 곤밥 2. 오후 두 시인데도 사람들이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린다(58쪽).

 

 애초에 비양도를 가고 싶었던 덴 이유가 있었다. 1987년이었을 것이다. 당대의 MBC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인간시대를 찍기 위해 비양도에 들렀다. 어떻게 변했을까 보고 싶었다(70, 71쪽).

 

 비양도는 이발 봉사를 가는 조성기 씨를 따라 들어갔다. 한적하고 가난하고 황량했던 작은 섬. 뒤쪽으로는 가기도 힘들었다(72쪽).······중략······번듯한 집들이 들어섰고 카페와 음식점들도 생겼다. 많을 땐 주말에 700 ~ 800명, 평일에도 200 ~ 300명이 찾는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엊그제 주말에는 450명 정도가 비양도를 방문했단다(73쪽).

 

기자나 피디가 골프를 친다? 접대 받지 않고 제 돈으로 치려면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애초에 과분한 취미인 것이다(99쪽).

 

1948년 4월 이후 오랫동안 제주도 전체가 광주였다(109쪽). 

 

 “가보고 싶었던 이중섭거리 근처에 뉴스타파 이은용 기자가 가르쳐 준 식당이 있어. 3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야. 가는 길에 잠깐 주상절리대 보고 가자(139쪽).”

 

 뉴스타파 이은용 기자가 “주인장 마음만 달라지지 않았다면 드실 만할 곳”이라고 알려준 한식당 ‘안거리 밖거리’로 향한다.······중략······두 시가 넘었는데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대부분 관광객 같다. 나름 알려진 곳인 모양이다. 소감. 이 기자 말대로 한 번 드실 만한 식당이다. 자주 와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141쪽).······중략······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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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 독후] 짝과 벗과 내가 ‘안거리 밖거리’에 처음 간 건 2012년 팔월. 그해 유월 20일 <한겨레>에 게재된 박미향 기자 기사를 본 뒤였다. 박 기자가 알린 바로는 중문에 있는 덩치 큰 호텔 뷔페 주방장이 서귀포 남원 출신인데 그가 ‘안거리 밖거리’를 팔 년째 단골집으로 두고 “휴일이나 낮에 조용히 밥 한 끼 먹으러” 찾는 곳이라 했다. 그는 식당 “(안벽) 황토나 기물이 훌륭했고 맛은 요리를 전문적으로 한 분 같진 않은데 다른 음식점과 달리 불필요한 부재료가 없어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푸짐한 건강 음식이라고.

 그때로부터 십 년 전 주인장이 시아버지가 살던 집에 식당을 열었다 하니 아마도 2002년부터 있었을 곳. 주차장이 따로 없되 갈 때마다 식당 앞 갓길에 자동차를 댈 수 있을 만큼 한갓진 데. 탁자 예닐곱에 손님도 드문드문한 식당.

 그랬던 곳이 오후 “두 시가 넘었는데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식당으로 바뀐 모양이다. 송일준 PD 페이스북 속 사진에도 크게 달라진 게 보였다. ‘어, 널찍한 주차장이 있네.’ 건물을 지어 식당을 새로 낸 듯했다. ‘솥을 옮기면 맛도 달라진다고 걱정하는 사람 많던데.’ 음식점 한결같기가 참으로 어려운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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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성과가 곧 보직자의 성과고, 보직자의 성과가 곧 사장의 성과다. 일하는 사람을 발탁하고 지원해야 한다(149쪽).”

 

동백꽃에는 다른 꽃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이 있다. 왠지 모르지만 터질 듯한 환희와 슬픔이 공존한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동백꽃은 그래서 세 번 핀다. 나무 위에서 피고, 땅 위에서 피고, 가슴속에서 또 핀다(169쪽).

 

 하얀 등대는 밤에 초록 불빛을 내고 배에서 바라볼 때 등대 좌측은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항해하라는 의미이고, 빨간 등대는 밤에 빨간 불빛을 내고 배에서 바라볼 때 등대 오른쪽은 위험하니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뜻이고, 노란 등대는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으니 조심하고, 등대쪽으로는 오지 말라는 표시란다(186쪽).

 

 때는 고려 말. 제주도가 몽골이 세운 원나라의 직속령이었던 시절. 제주도에는 동쪽과 서쪽에 국립말목장 두 곳이 있었다. 대략 1,400 ~ 1,700명 정도의 몽골인들이 들어와 말을 키웠다. 목축을 하는 오랑캐. 목호다(205쪽).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 다른 나라 사람 평가에 과도하게 민감한 건 변하지 않았다(217쪽).

 

탱자나무꽃의 꽃말은 추억이다(222쪽).

 

허벅은 몽골이 남긴 유산이다(238쪽).

 

 나는 이명박근혜 시대를 오토바이를 타고 건넜다. 이를 닦다가, 뭔가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하고 고함을 지르는 때가 있었다. 아내는 미루어 짐작하고 오토바이 타고 바람 한 번 쐬고 오라 말했다. 적잖은 MBC 동료들이 심리치료를 받았던 야만의 세월이었다. 내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은 건 오토바이 덕이었다(265쪽).

 

박수는 바가지로 퍼 마시는 샘물, 기정은 절벽이란 뜻이란다. 박수기정은 바가지로 떠 마시는 샘물이 있는 절벽이다(267쪽).

 

 우도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7세기 말 국유목장이 설치되어 관리인들이 왕래하기 시작했고, 19세기 중반, 최초로 진사 김석린 일행이 들어와 정책했단다.······중략······”우도 사람들 다 부잡니다. 보통 몇 십 억에서 100억대까지 재산 다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도를 돈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민수는 800명 그 중 해녀가 248명입니다. 전기가 들어온 건 1985년이고 수도가 들어온 건 불과 7 ~ 8년밖에 안 되요. 2년의 공사 끝에 제주도에서 우도까지 관을 연결해서 제주도 물을 우도로 끌어와 마시고 있습니다(324쪽).”

 

 영실은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332쪽).

 

원래 한자어 산()을 쓰기 전 전국의 모든 산은 오름이라고 불렸다.······중략······민초들은 오름이라 불러왔다. 오름이란 말은 제주도에만 남았다(357쪽).

 

귤나무 한 그루면 자식 한 명 대학까지 보낸다고 해서 대학나무로까지 불렸는데,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360쪽).

 

제주도에서는 불탄다를 불칸다라고 한다. 불에 탄 돌이니 불칸돌이다. 불에 탄 나무는 불칸낭이라고 한다(398쪽).

 

요즘엔 해발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단다. 온난화로 해수면이 조금씩 상승하니 더 이상 안 맞는단다(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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