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원 이은홍 지음. 사계절 펴냄. 2019년 5월 21일 1판 1쇄. 2020년 5월 29일 1판 2쇄.
“난 전통보다 평등이야! 좋아, 넌 장인, 장모라 불러! 난 시부, 시모라 부를 거야!”
“어, 정말 왜 그래? 별것 아닌 일로 꼬투리나 잡고! 뭐가 불만인데(27쪽)!”
주먹으로 내려친 상 한가운데는 그날의 폭력을 기억하라는 듯이 뭉개져 있었다. 지울 수 없는 자국. 내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였다(33쪽).
“참 내, 부부가 일일이 그걸 말해야 알아? 딱 보면 몰라?”
“모르지! 말 안 하면 어떻게 알겠어? 서로 그런 사정 있으면 상의하자고 약속했잖아! 우리 약속을 기억 못 해? 난 그게 화가 나! 미리 이야기했음 내가 준비했잖아.”
“하, 난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널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 잘 알잖아. 안 그래? 다들 나만큼만 하라고 그래.”
“뭐? 도와주는 거라고? 둘 다 일하고 돈 버는데 누가 누굴 도와? 넌 밥 안 먹어? 옷 안 입어(42쪽)?”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아 피곤해··· 이렇게 피곤한 여자였다니! 나 같은 남편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어···.”
“잘 들어! 난 네 엄마 역할 하려고 너랑 함께 사는 게 아니야. 네가 엘프··· 아니 좀비가 아니라면 먹고 싸고 입고 씻는 건 당연히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야. 혼자 살든, 누구와 함께 살든 아무도 그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어(43쪽)!”
“남자 여자 남편 아내. 그런 고정관념이 적어도 우리 사이엔 없었으면 해. 난 네가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겠어!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받드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65쪽).”
“어머! 아내분 집안일도 도우세요?”
“돕다니요? 당연히 부부가 함께할 일이지요. 난 페미니스트(70쪽)!”
“세상에 그런 남자 만나기 힘들어! 넌 복 받은 거야!”
“아··· 내가 치열하게 싸우며 얻어 낸 건데··· 그냥 남자를 잘 만나서 그런 거라 생각하다니···(73쪽).”
평등한 관계를 위해 너와 싸우며 내 권리와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면 할수록 난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독하고 센 언니가 돼 가고 있었어(75쪽).
“당장 과거로 달려가서 그런 어른들을 모두 찾아내 혼내 주고 싶어! 폭력은 그냥 폭력이라고! 그건 여자아이에게도, 남자아이에게도 하면 절대 안 되는 거라고(101쪽)!”
“외모 관리? 세수 잘하고 손 잘 씻고 깨끗이 입고 다니면 그만이지··· 말이야, 방구야(110쪽)?”
한남충. 남자답게. 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 꼰대.
“뭐··· 딱히 안 치워도 살 만한 것 같은데···(128쪽).”
맘충. 여자는 꾸며야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슈퍼맘.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 김여사. 여자가 감히···. 여자답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집안일은 여자가 더 잘해. 알파걸. 워킹맘. 된장녀. 독한 년.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 커리어우먼. 여자가 유식하면 팔자가 세다. 창녀. 롤리타. 여자와 북어는 때려야 부드러워진다. 국민 여동생. 여자는 애교. 약한 여자. 여자가 말이 많으면 과부가 된다. 부엌데기. 드센 여자. 여자는 눈물이 많다. 김치녀.
“웁! 뭐야? 이런 것들이 언제부터 쌓여 있었지? 숨 쉬기도 힘드네(129쪽).”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믿는 민주주의자로서 내 대답은 명확해. 난 우리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길 바라. 물론 너처럼 결혼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선택이라면 인정하고 존중할 테고(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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