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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yongyi 2021. 9. 18. 12:36

플로랑스 오브나스, 미겔 베나사야그 지음. 류재화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2006년 8월 11일 초판 1쇄.

 

그리하여 기자들의 불행이란 그들이 하고 싶은 혁명을 집단적으로 그르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데 있다(21쪽).

 

 현실 세계와 격자망적 해석, 달리 말해 각자의 이해 방식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해석 사이에 생기는 본질적 갈등 관계 때문에 언론은 간혹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고, 침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너무 급작스러운 방식으로 갑자기 세계가 ‘튀면’, 분석 도식에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저녁, 주요 언론사들의 국제부장은 이 갑자기 튄 ‘사건’을 보지 않았다. 냉전시대를 다룬 옛 자료들만 계속 뒤적거리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어디를 봐도 이 벽이 무너진다고는 안 나와 있어!” 부장이 몸을 숙인 채 ‘아니야’ 하고 계속 고개를 저어대는 사이 라디오는 소요 현장의 소음과 히스테릭한 보고서들을 계속해서 내보냈다(80, 81쪽).

 

 하지만 여백은 있게 마련이다. 세계에 관해 모든 것을 자료화한다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항상 있다. 가령 르완다 내전 동안 아무것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투치족 대량 학살은 모든 모델에, 모든 설명에 맞지 않았다. 이런 사례에는 언론도 흔히 ‘조커’ 카드를 내놓는다. 바로 ‘광기’라는 딱지다. 어떤 사건이 보여주는 ‘광기’의 측면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상황 자체가 ‘광기’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면 사태의 본질은 더욱 멀어진다. 그때부터는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인식론적 개념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e: 흉내, 모의)라고 일컫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시뮬라크르란 실제적 현실과 모델이 서로 대립하는 난점을 우회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메커니즘이다(82쪽).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편집실 본부에 있던 가상 현장 취재원들의 확신에 밀려 무시되고 말았다. 그들은 현장에 없었지만 직접 ‘본’ 것 같고, 직접 ‘들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85, 86쪽).

 

가상 세계와 닿아 있을수록 우리는 구체적인 사실 세계, 그나마 우리가 어떤 개입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 현실 세계에서는 멀어져만 간다(110쪽).

 

뉴스 정보가 이런 방향이든 저런 방향이든 그 어떤 반응이라도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하지 않게 되는 순간, 뉴스 연출은 그것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 말고는 누구도 더 이상 설득하지 못한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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